‘함바사기꾼’ 유상봉이 보낸 옥중편지 120통 공개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감옥 가서도 하루에 7~8통 쓰는건 기본, 검사실로 불러 편지묶음 건네더라”
5년 전 ‘희대의 사기꾼’ 함바브로커 유상봉(70·구속기소)씨가 구속된 후 대한민국 공직사회는 함바게이트라는 초유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최근 유상봉은 ‘편지게이트’라는 이름으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그가 전현직 공직자들과 측근, 투자 피해자 등에게 보낸 수백 통의 옥중 편지들을 본지가 입수해 그동안 두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본지가 입수한 편지 중 일부를 제공한 A씨는 “함바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A씨는 10여년간 유 씨와 함께 함바사업을 해온 사람으로 한 때 유 씨의 최측근이었지만 자신도 유 씨로부터 수십억 원의 사기를 당했다고 밝혔다.


함바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A씨는 기자와 만나 유 씨의 옥중 편지에 대해 자세히 털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유상봉 씨가 보낸 옥중편지 중에는 봉투 겉봉에 구치소나 교도소 소인이 없는 경우도 있던데 이런 경우는 어떻게 배달된 건가요?
▲ “유상봉 씨가 자신의 담당 검사실로 저를 오라고 부르더라고요. 검사실에서 유 씨를 만나면 편지를 한 묶음 제게 건네주는 식이죠.”

- 검사실로 유 씨가 조사받으러 나올 때 그랬다는 거죠?
▲ “그렇죠. 시간을 맞춰 나를 오라고 해서 직접 건네줬죠.”

- 무슨 내용의 편지들이에요?
▲ “뻔하죠. 누구를 만나봐라. 혹은 내가 이러저러한 어려운 처지에 있으니 도와달라. 일부는 돈 좀 어디 계좌로 보내달라. 뭐 이런 내용들입니다.”

- 그럼 담당검사도 편지 건네는 상황을 다 알고 있었겠네요.
▲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는 거죠. 이런 얘기는 길게 하지 마시죠. 검사까지 다치게 하고 싶은 생각은…”

- 또 다른 방식으로 편지를 전달한 적은 없나요?
▲ “실제로 내가 목격도 하고 있었던 일인데. 구치소 교도관을 통해서 밖으로 전달도  했어요. 누구라고 이름을 얘기하기는 그렇고. (그 교도관에게) 용돈도 좀 주고 그런 일도 있었어요.”

- 교도관에게 용돈을 어떻게 줬다는 건가요?
▲ “유상봉 씨 처남이 있어요. 김OO라고 있는데. 주로 그 친구가 교도관에게 봉투도 주고 그랬죠. 내가 눈으로 본 사실이에요.”

- 유상봉 씨 편지 받은 분들이 상당히 많던데요. 유 씨가 편지를 하루에 얼마나 많이 썼을까요?
▲ “유상봉 씨 면회를 가면 맨날 손가락이 아프다고 할 정도였어요. 편지를 하루에도 엄청나게 많이 쓴 걸로 알고 있어요. 우리는 매일 하루에 한 통씩 쓴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데 유 씨는 하루에 아홉통 이상도 쓰더라고요. 하루 7~8통은 기본이고요.”

- 편지를 보내는 대상은 어떤 사람들이었나요?
▲ “자기가 돈을 받아야 될 사람이죠. 협박 공갈을 해야할 대상이겠죠. 유상봉 씨 함바사업을 도와주면서 뒷돈을 받은 공직자들이죠.”


- 구체적으로 편지 받은 공직자들을 알고 있나요?
▲ “예를 들면 전직 OO지방경찰청장 A씨 같은 경우는 1억 5000만원을 준 모양인데 나중에 돌려달라고 해서 결국 유 씨에게 돌려줬어요. A씨는 이미 돌려줬기 때문에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나중에 함바사건이 터져서 결국 곤욕을 치렀죠.”

- 보통 뇌물 사건에서 공여자가 수수자에게 돈을 다시 돌려달라고 하는 경우는 없는데요. 유상봉 씨 행태는 특이하군요. 그런 게 어떻게 가능할까요?
▲ “사실 검사가 유상봉 씨 입장을 배려하지 않으면 쉽지 않은 일이죠. 뇌물이라는 게 사건화가 되면 국가가 추징하는 거지 유상봉 씨에게 돌려주는 건 아니잖아요. 유 씨가 공갈 협박을 해서 돈을 받아낼 수 있게끔 검사가 시간을 주는 경우죠. 사건화 시키는 것도 좀 늦춰주고. 그런 뒤에 적당한 시간이 되면 뇌물수수로 엮어버리는 거죠.”

- 이런 내용을 어떻게 알고 있나요?
▲ “유상봉 씨가 직접 저한테 해준 얘기니까요. 검찰이 이러저러하게 많이 도와준다는 거죠. 유 씨의 말이 사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돌아가는 걸 보면 크게 틀린 얘기는 아닌 것 같고요.”

- 유 씨가 편지를 보내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다음 단계는요?
▲ “보통 ‘내려놓는다’는 표현을 쓰는데요. 쉽게 얘기해서 검찰에 불어버리는 거죠. 더이상 협조도 안 되고 도움도 안 되니까. 그냥 돈준 것들을 까버리는 거죠.”

- 그렇다면 지금도 유 씨가 ‘내려놓지 않고 있는 공직자’들도 있겠네요?
▲ “아직도 쓸모가 있고, 도움이 되는 공직자들은 입을 닫고 있는 거죠. 전국 요소요소에 많이 있습니다. 함바사건이 끝난 지 5년이 지났지만 끝났다는 게 사실은 끝난 게 아닌 거죠.”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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