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난폭 운전 처벌 강화

[일요서울 | 김현지 기자] ‘거리 위의 무법자’로 불렸던 보복·난폭운전자들에 대한 처벌이 앞으로 강화될 방침이다. 지난 2월12일부터 난폭운전자도 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최근 도로 위에서 자동차로 속도경쟁(레이싱)을 벌였던 이들이 무더기로 붙잡힌 가운데, 경찰은 보복·난폭운전에 대한 경각심 및 주의를 당부했다.


난폭운전 형사처벌 가능, 교통법 개정안 시행 
사망·상해 사건 끊임 없어…사회적 비용 초래


경찰청(청장 강신명)은 지난 2월12일 보도 자료를 통해 난폭운전을 형사처벌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이에 대한 집중단속 및 수사를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단속 기간은 2월15일부터 3월31일까지로, 그간 지속적으로 사건·사고를 만들었던 ‘보복 및 난폭운전’에 대해 경찰이 단속 강화 등 칼을 빼들었다는 목소리가 높다.


물론 기존에도 경찰은 보복운전자를 형사 처벌 대상으로 삼았다. 보복운전은 운전 중 고의로 타인에게 상해, 폭행, 협박, 손괴 등을 가하는 행위로 이로 인해 사망 및 상해 사건이 끊이지 않았지만, 그간 보복운전이 아니어도 타인에게 위해를 가하는 등 교통상 위험을 만들 수 있는 난폭운전은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폭운전으로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이에 따른 사회적 문제가 연이어 불거지자, 난폭운전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면허정지·취소 등 행정처분이 부과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이 나온 것이다.

사망·상해 사건으로도

경찰청은 이날 난폭운전에 대한 단속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난폭운전으로 처벌되는 유형 9가지를 언급했다. 또한 이 중 두 가지 이상 교통법규 위반 행위를 연이어 하거나 하나의 위반행위를 지속·반복해 타인에게 위협·위해를 가하는 등 교통상의 위험을 발생시킨 경우 1년 이하 징역이나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밝혔다. 이날 밝힌 난폭운전의 구체적 유형으로 ▲ 신호위반 ▲ 중앙선침범 ▲ 과속 ▲ 횡단·유턴·후진 위반 ▲ 진로변경 위반 ▲ 급제동 ▲ 앞지르기 위반 ▲ 안전거리 미확보 ▲ 정당한 사유 없이 경음기 등 소음 발생 등이다.


실제로 그간 과속, 급제동 등 보복·난폭운전을 하며 사건을 일으킨 이들이 끊임없이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지난 26일 경기 일산경찰서는 15일부터 이런 유형의 보복·난폭운전을 집중 수사한 끝에, 보복운전 3건과 난폭운전 15건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약 10일간 총 18건의 보복·난폭 운전자를 잡은 것이다.


경찰은 이번에 적발된 이들 중 보복운전을 한 3명을 특수상해 혹은 특수협박 혐의로 불구속 입건하고, 난폭운전을 한 1명을 입건해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다음달 31일까지 계속된다.


문제는 이번에 무더기로 적발된 이들처럼 보복·난폭운전을 할 경우, 사망·상해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교통안전공단(이사장 오영태)이 발표한 2013년 기준으로 한 최근 5년간의 ‘렌터카 교통사고현황’에 따르면, 교통사고 사망자 56.6%가 20대 운전자에 의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에 따르면 21세에서 30세 사이의 사망자가 전체의 44.3%에 달했다. 특히 사망자 비율 중 과속, 중앙선 침범 등 난폭운전 때문에 발생한 사망자수 비율이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나 보복·난폭운전이 사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에 힘을 보탰다.


특히 최근 보복운전자에 대한 창원지방법원의 판결이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16일 창원지법 제4형사부(오용규 부장판사)는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일반교통방해 치사)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화물차 운전기사 A(41)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 법정 구속했다. A씨는 지난 2014년 12월19일 오후 6시30분경 경남 김해시 진영읍 남해고속도로 부산방면 진영휴게소 근처에서 4중추돌 사고를 냈다. A씨가 몰던 17t 화물차가 급정거를 하면서 뒤따르던 승용차, 화물차 등이 연이어 추돌한 것이다.


이 사건의 원인으로 승용차 운전자인 B(23·여)씨가 A씨의 차량 앞으로 끼어들어 보복운전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창원지법의 판결이 추후 보복·난폭운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의견이 나왔었다. 특히 보복·난폭운전이 사망으로 이끈 대표적인 사건으로, 이를 계기로 보복·난폭운전자들을 강력히 제재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진 바 있다. 이에 법원은 보복운전을 한 화물차 운전기사에게 징역 6년을 선고한 것.


실제로 타인의 난폭운전으로 인해 교통사고를 당했다는 C(38)씨는 “도로에서 갑자기 앞에 끼어들어 차를 세우는 바람에 접촉사고가 난 적이 있어, 당시 목이 다쳤었다”며 “상대 운전자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을 앞질러갔다는 이유만으로 (자신의 차) 앞으로 끼어든 거였다”고 말했다. 이어 C씨는 “속도를 더 낼 수 있는 고속도로 등에서 차를 운전했다면, 더 큰 사고가 발생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26조5천 억?

보복·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사회적 비용으로도 연결된다는 점에서 더욱 문제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지난 2월22일 도로교통공단(이사장 신용선)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도로교통사고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26조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전체 국가 예산의 9.7%에 해당되는 것으로, 사망자와 부상자의 발생 등 생명의 손실로 인한 인적피해 비용이 가장 많은 부분(약 15조)을 차지했다. 이 외에 물적피해, 사회기관 비용 등의 추가 비용이 든다.


이에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종합분석센터 박길수 센터장은 “사회 경제적으로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도로교통사고 사회적 비용의 감소를 위해서 사망사고 뿐만 아니라 중상사고 감소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며, 교통안전정책 예산 확대 등 정부차원의 지원과 함께 안전띠 착용, 교통법규 준수 등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한 국민적 관심과 협조가 필요하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교통사고 발생의 상당비율이 보복·난폭운전이 원인이라는 지적에 따라, 사회적 비용을 수반하는 이런 불법 운전에 대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최근 경찰청이 난폭운전자도 처벌을 강화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한 것.


한편 경찰청은 보복·난폭운전을 예방 및 관리하기 위한 대책으로 경찰청이 운영하는 스마트 국민제보 앱 ‘목격자를 찾습니다’에 ‘난폭·보복운전 신고 전용 창구’를 마련하기로 했다. 목격자는 이 창구에서 휴대전화나 블랙박스로 촬영한 동영상을 활용해 편리하게 신고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 제도가 보복·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의 위험성을 경감시킬 뿐만 아니라, 홍보 효과도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외에도 국민신문고, 사이버 경찰청 등을 통해 신고 가능하다.


이날 경찰청은 보도 자료를 통해 “난폭·보복운전은 엄중한 처벌이 따르는 범죄행위임을 강조하고, 교통안전 확보와 선진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신고와 제보를 당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yon8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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