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연소 다국적 제약사 CEO 등극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네 번째 주인공은  김은영 한국엘러간 대표다.

전문지식·20년 현장 역량 풍부
아시아 지역 성장 주도 역할 담당

김은영 한국엘러간 대표는 1974년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 약학대학과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MBA)을 졸업했다. 그는 1996년부터 20여년 동안 마케팅, 기업전략, 전략적 제휴, 사업부 총괄 등의 경험을 쌓았다.

한국엘러간 대표 취임 직전에는 노바티스 싱가폴 지사장과 한국브리스톨마이어스큅(BMS)제약 한국 사장을 역임한 바 있다. 노바티스의 경우 2012년 한국인 최초로 싱가폴 지사장에 선임됐으며, 2014년엔 BMS 대표 임명으로 제약업계 최연소 CEO로 주목받았다.

그는 탁월한 리더십과 고객 중심적인 기업문화를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엘러간의 메디컬 에스테틱과 안과 영역 모두에서 리더십을 강화하며 성장을 이뤄낸 것이다. 김은영 대표가 전략적 능력과 소통을 강조하며, 고객중심적 기업 문화를 이어간 것이 배경이 됐다.

일례로 그는 대표 부임 직후 영업팀 직원들과 소통에 나섰다. 또 영업팀 직원을 따라 고객을 직접 만나기 시작했다.

한국엘러간은 2015년 1분기 중 액타비스와의 전략적 인수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며 세계 10위 제약회사로 도약했다.

합병을 통해 메디컬 에스테틱과 안과, 소화기, 산부인과, 신경과, 감염외과 등 다각화된 치료 분야의 의약품 포트폴리오를 갖추게 됐다. 이 외에도 최상의 의약품을 선보이기 위해 연간 약 17억 달러의 연구 개발 투자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와 더불어 김은영 대표는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한국 의약사업 시장 규모는 세계 13위다. 하지만 의료·미용 관련 분야는 세계 5위에 오를 만큼 시장 규모가 크다.

김은영 대표는 “엘러간 본사에서도 한국 미용 시술·수술 시장의 성장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며 “메디컬 에스테틱 사업을 위한 의료진과의 소통에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품을 출시한 회사마다 시술법이 다르고, 고도의 숙련이 요구되는 만큼 의료진과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때문에 시술 능력을 높이기 위한 교육에도 힘쓰고 있다.

한국엘러간은 지난해 10월 세계 의료 미용 시술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한 성형외과 전문의인 아서 스위프트(Arthur Swift) 박사를 초청해 ‘엘러간 아카데미’를 진행했다. 이날 강연장에서는 히알루론산(Hyaluronic-Acid) 필러와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 시술하는 노하우 설명과 최신 정보를 교환 등이 이뤄졌다.

늘어나는 인재

김은영 대표는 올해부터 한국엘러간 대표뿐만 아니라 아시아 4개국 신임 지사장으로도 선임됐다. 이에 따라 김 대표는 엘러간의 한국지사를 포함해 싱가포르·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4개국 지사를 총괄한다. 아시아 지역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국엘러간은  ‘제 21회 베스트 브랜드 패키지 어워드 코리아’ 상품 유통 부문 대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베스트 브랜드 패키지 어워드 코리아는 한국상품문화디자인학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시상식이다. 상품 유통 부문 대상에 선정된 제품은 한국엘러간의 필러 브랜드 ‘쥬비덤(Juvederm)’이다.

쥬비덤은 겔 타입의 매끄러운 히알루론산 필러로, 미국, 프랑스, 일본 등의 선진국에서 특허 받은 고유의 바이크로스(VYCROSS™) 기술이 적용된 제품이다. 히알루론산의 점성과 응집력을 높여 유지기간을 개선시키며 우수한 볼륨 효과를 제공한다고 알려졌다.

이번 시상식에서 쥬비덤은 소비자가 추구하는 자연스러움과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를 담은 패키지가 인정받았다.

이 같은 김은영 대표의 활약으로 다국적 제약사들의 여성 CEO 탄생도 늘어나고 있다. 김 대표가 깬 유리천장이 업계 전반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셈이다. 다만 국내 제약사는 보수적인 문화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는 안과 전문 계열사 알콘의 한국 대표로 김미연 전 한국노바티스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 외에도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 배경은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대표, 박혜선 한국BMS 대표 등도 국내 다국적 제약사의 여성 CEO로 임명됐다.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회장 역시 여성이다. 국내 다국적 제약업체들의 모임인 KRPIA 회장은 김옥연 한국얀센 대표가 맡고 있다.

이렇게 여성 CEO가 늘어나면서 KRPIA 35개 회원사 중 여성이 대표인 곳은 11곳에 이른다. 다국적 제약사 3곳 중 1곳은 여성 수장이 회사를 이끄는 셈이다.

이처럼 다국적 제약사에 여성 CEO가 주목받는 것은 국내와는 다른 기업 특성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영업과 생산·연구·개발 등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다국적 제약사는 제품 마케팅에 주력하는 것이 주 업무여서 여성 CEO의 장점을 살리기 좋은 환경이란 분석이다.

특히 한국인 여성 CEO 대부분이 약대 출신이어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이라는 점도 장점으로 풀이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업과 생산이 주력인 국내 제약사와는 달리 마케팅을 중심으로 하는 다국적 제약사에선 여직원 비중이 높은 편이다”며 “이 같은 환경이 임원 성비에도 영향을 미쳤고, 국내 제약사에서도 여성 CEO가 많아질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분위기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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