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장수 그룹‘쿨’이 공식해체를 선언했다. 지난 94년 처음 결성된 ‘쿨’은 해마다 타 가수들이 결코 따라할 수 없는 ‘쿨’표 음악을 선보이며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는 등 ‘독보적’인 입지를 굳혀왔다. 햇수로만 11년째 국내 최정상의 자리를 지켜왔던 그들은 10장의 정규앨범을 포함해 모두 17장의 음반 을 발표하고 총 700만장에 가까운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가요계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겼다.

특히 그동안의 수많은 루머와 해체설에도 불구하고 최근 10집 앨범을 발표하는 ‘열정’을 보여줬던 그들이기에 팬들의 충격과 아쉬움은 실로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 2일 오후 4시. 서울 청담동의 리베라 호텔 로즈홀에서는 쿨의 해체 기자회견이 있었다. 평소 나이를 무색하게 할 만큼 밝고 장난기 가득한 모습을 보여줬던 그들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그들의 얼굴은 ‘마지막’임을 인식한 탓인지 기자회견 내내 침울한 표정이었으며 딱딱하게 굳어있었다.예정시간보다 5분여 늦게 시작된 기자회견은 질문과 인터뷰를 생략한 채 멤버 각자의 심경을 밝히는 것으로 대신했다. 멤버들은 모두 착잡한 심정으로 미리 준비해온 원고를 낭독하는 순서를 가졌다.

“두 동생에게 따뜻한 사랑을 보내주세요”

멤버중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맏형 김성수. 평소 코믹한 이미지로 팬들에게 즐거움을 안겨주었던 그는 이날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의 심정을 적은 원고를 읽어내려갔다. 그는 “10년이라는 결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러분의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먼저 팬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는 담담하게 원고를 읽었지만 중간중간 감정이 북받쳐오르는 표정이었다. 특히 “3년전 연말 가요 시상식에서 골든디스크 대상을 받았을 때는 정말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습니다”라는 말을 할 때는 목소리가 떨리기도 했다. 마치 여전히 그때의 감동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는 “앞으로 각자의 길을 갈 두 동생들에게 변함없이 따뜻한 사랑을 보내달라”며 맏형답게 의젓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쿨의 이름과 음악은 영원하길 바라요”

멤버중 홍일점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유리는 기자회견 내내 눈시울을 붉히더니 결국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차현옥이라는 아이에서 유리라는 예쁜 이름으로 활동을 시작한지 어언 10년이네요”라는 말로 입을 연 유리는 감정이 북받치는지 간간이 울먹이는 모습을 보여 주위를 안타깝게 했다. 특히 “서로에게 서운한 적, 화난 적도 있었지만 그럴 때마다 소주 한 잔씩 하며 기분을 풀던 지난 날들이 소중하고 그립습니다”라는 그의 말에서는 지난날에 대한 강한 그리움과 애착이 묻어나왔다.

“가장 멋있을 때 떠납니다”

기자회견 내내 담담한 표정으로 멤버들의 심정을 듣던 이재훈 역시 자신의 차례가 되자 밀려드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쿨이라는 버스의 주인은 팬이었고 우리는 종점이 없는 순환버스처럼 열심히 운행했습니다”라는 말로 그간 10년간의 활동소감을 밝혔다. 그는 또 “이제 쿨은 그 버스에서 내리지만 나중에 우리 모습이 변해 있어도 우리들을 보면 꼭 그 버스에 태워달라”며 팬들에게 애정어린 부탁의 말을 남겼다. 특히 “나중에 어떤 모습일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쿨의 모습보다 더 멋진 모습은 없을 것”이라며 ‘가장 멋있을 때 떠난다’는 말을 실감케 했다.

해체이유에 대해서는 묵묵무언

사실 쿨의 해체는 기자들 사이에서는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었다. 쿨의 해체는 2003년 12월 8.5집을 낸 이후부터 멤버간의 불화설 및 이재훈과 유리의 애정설 등이 거론되며 조짐을 보였다. 특히 작년 7월 9집 발표 직후에는 상당히 그럴싸한 소문이 흘러나와 확실한 해체를 추측케 했다. 그러나 쿨은 이러한 루머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한달전 10집을 발표했고, 당시 소속사측 역시 “이번 앨범발표로 해체설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하지만 10집 발표후에도 ‘더이상 활동은 없다’, ‘멤버들이 만나지 않는 상태다’, ‘녹음과 뮤직비디오를 따로 촬영했다’는 식으로 그들을 둘러싼 뒷얘기는 무성하게 흘러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결국 11년 동안 ‘쿨’표 음악으로 팬들을 즐겁게 해줬던 그들은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국내 최정상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이별을 선언했다. ‘진정한’ 해체 이유에 대해 멤버들은 구체적인 거론을 삼간 채 입을 다물고 있어 ‘뭔가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 한가지 다행인 것은 그들이 ‘고별 콘서트’를 계획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소속사에 따르면 가요계에서 정상을 지켜온 팀이니만큼 그 명성에 걸맞는 대규모의 고별 콘서트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팬들은 이제 ‘쿨’의 마지막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을 위안삼아 그들과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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