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가족과 함께 보기 민망하다”, “도대체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무엇인가”, “억지스러운 웃음 유발에 스트레스가 쌓인다” KBS의 대표적인 주말 오락프로그램 ‘해피선데이’의 ‘여걸식스’가 시청자들의 거센 비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존 여걸파이브 멤버 중 일부가 빠지고 새로운 멤버가 투입된 여걸식스는 한층 강화된 웃음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로 야심차게 출발했다. 하지만 ‘업그레이드 된 여걸멤버! 업그레이드 된 재미와 웃음!’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걸고 시작한 이 프로그램에는 제작진들이 거론한 ‘위풍당당’한 ‘여걸’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당한 여걸들을 통해 신선한 웃음을 끌어내겠다’는 초기의 기획의도와는 달리 프로그램은 점점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구 여걸과 신 여걸들의 불꽃튀는 웃음대결로 주말저녁을 사로잡겠다는 각오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은 ‘여걸’들을 외면하고 있는 실태다.

“여걸은 없다”

여성 5명이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던 기존의 여걸파이브는 획일화된 오락 프로그램 진행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참신함으로 인기를 끌었던 것이 사실이다. 남성 MC의 보조 진행자에 머물렀던 여성을 프로그램을 이끌어가는 주체적인 역할로 내세웠다는 점, 수동적인 이미지를 벗어던진 여성들이 방송의 주도세력으로 자리잡은 점 등은 호평을 받았다. 또 ‘예쁜척’하지 않고 ‘몸을 던져’ 파워풀한 ‘랩배틀’ 게임을 하는 여걸들의 모습은 달라진 여성상을 반영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었다. 뿐만 아니라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들은 ‘여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자 맡은바 역할을 충실히 하며 프로그램을 원활히 이끌어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그러나 최근의 여걸 식스는 다른 오락 프로그램과 차별성을 지니지 못한 채 매주 뒷걸음질치고 있다.

인원이 한명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여걸’들의 파워는 약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한 네티즌은 “그저 여성들이 무더기로 나온다는 생각이 들 뿐 ‘여걸’다운 느낌은 전혀 없다”고 비판했다. 여섯명의 여성멤버가 조화를 이루지 못하고 따로 논다는 것도 문제. 특히 새로 투입된 멤버들은 기존 멤버들과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한 채 어정쩡하게 프로그램을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그들에게는 시청자를 사로잡는 ‘말빨’이나 ‘재치’, ‘유머’조차 없다. 또 확실하게 망가짐으로 웃음을 끌어내지도 못한다. 그들은 구 여걸들 사이에 끼여서 그저 자신의 이미지 관리에만 열중할 뿐이다. “자신이 구축해놓은 곱고 예쁜 이미지만을 고수하려는 그들이 도대체 왜 투입됐는지 모르겠다”는 것이 시청자들의 반응이다.

“재미도 없다”

오락프로그램의 ‘의무’는 단연 재미와 즐거움. 하지만 여걸 식스는 오락프로그램의 기본인 웃음조차 유발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웃기기 위해 억지스럽고 과장된 말과 행동으로 나름대로 ‘노력’은 하지만 시끄럽고 소란스럽기만 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게스트나 상대방을 일부러 무시하거나 구박함으로 억지웃음을 유도해내는 과정에서 정도를 넘어서는 언행은 빈번하다. 또 다른 네티즌은“상대방을 깔아뭉갬으로 희열을 느끼거나 남의 약점을 들춰내며 즐거워하는 출연자들을 보고 있으면 재미보다는 스트레스만 쌓인다”고 말했다. ‘디비디비딥’ 게임 역시 신경을 자극하는 구호와 출연자들의 웃음소리 때문에 산만하고 정신없다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또 출연자들의 대화내용 자체가 연예인들의 신변잡기에 머무르거나 사생활 캐내기에 집중된다는 지적도 있다. 잡다한 사생활 뒷얘기로 호기심을 유발시켜 그들끼리 떠들고 노는 수준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 실제로 게임에서 탈락한 여걸들은 남성 연예인과의 ‘충격비화’나 프로그램에 출연한 남성들과의 ‘썸씽’을 그럴싸하게 고백하거나 남의 연애 사생활을 꼬치꼬치 캐묻고 폭로하는 식으로 일관하고 있다.

“구애프로그램이야?”

“마치 ‘장미의 전쟁’ 을 보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는 한 네티즌의 말은 여걸식스가 본래의 목적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비슷한 비율의 남녀를 출연시켜 ‘짝짓기’를 하는 것은 마치 구애 프로그램을 연상케 해 보기 거북하다는 의견도 다수. 남성 출연자에게 ‘목을 매고’, 과민반응을 보이며 시도때도 없이 ‘들이대는’ 여걸들의 행동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이다. 한 네티즌은 “잘생긴 남성이 출연할 때마다 온갖 호들갑을 떨어대며 구애작전을 펴는 모습에 여자망신을 시킨다는 생각이 든다”며 신랄하게 비난했다. ‘여걸’들은 사라지고 남성에게 잘보이기 위해 혈안이 된 주책스런 여성만 남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섹시함과 예쁜 외모로 포장된 여성들이 출연하는 여느 짝짓기 프로그램과 다를 바 없다”며 “여걸식스만의 차별성이란 좀처럼 찾아볼 수 없다”는 아쉬움을 나타내고 있다.

“선정성으로 승부?”

또 여걸들의 과다노출에 대한 비난도 거세다. ‘여름’을 핑계삼아 너나할 것 없이 아슬아슬한 옷을 입고 출연하는 여걸들에 시청자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선을 사로잡는 자극적이고 야한 의상을 입고나오는 여걸들은 마치 노출 경쟁에 혈안이 된 듯하다. 얇은 끈으로 이어진 상의와 핫팬츠 차림은 기본. 조금만 움직여도 훤히 드러나는 가슴라인 및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몸매에 보는 시청자들은 불안하다. 그러나 여걸들은 그것을 오히려 ‘즐기는 듯’ 전혀 거리낌이 없다. 이와관련, 일부에서는 “인기가 없으니 눈요깃거리를 제공해 선정성으로 승부하려는 속셈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실제로 얼마전 인터넷에는 정선희의 옷차림을 지적하는 네티즌들의 글과 문제의 사진이 올라와 한바탕 논란을 빚기도 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가족들이 함께 보는 주말저녁 시간대임을 감안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는 상태다. 시청자들의 외면으로 점점 무너지고 있는 여걸식스. 참신하고 신선한 기획의도 및 진행방식으로 주말저녁을 즐겁게 만들었던 여걸파이브의 명성을 되찾으려면 시청자들의 비판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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