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어난 입담과 타고난 방송센스, 불혹의 나이에도 뒤떨어지지 않는 과감한 헤어스타일과 패션감각, 전 연령대를 포섭하는 원활한 진행으로 방송계를 주름잡던 서세원.그가 ‘검찰의 강압수사’라는 핵폭탄을 들고 세상에 다시 나타났다. 2002년 여름, 연예 비리 혐의에 연루되어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질타를 받으며 방송계를 떠난지 꼭 3년만이다.

최고의 전성기부터 몰락까지

‘서세팔’, ‘세세필리우스’, ‘영숙아 숙제했니’로 연상되는 사람. 서세원(49)은 누구인가. ‘토끼’처럼 돌출된 앞니가 트레이드 마크인 개그맨 서세원의 개그인생은 횟수로만 20년이 훌쩍 넘었다. 98년부터 세 방송사를 종횡무진 누비며 네 개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메인 MC로 활약하던 그는 이 무렵 방송생활에서 제 2의 전성기를 맞게 된다. 어느 채널을 돌려도 그가 나오지 않는 쇼프로그램은 없었고, 그가 진행하지 않는 방송은 왠지 밋밋하게까지 여겨질 정도였으니 당시 그의 ‘방송파워’를 짐작하고도 남는다.그가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불과 두시간 간격으로 방송되기도 하는 등 일각에서는 그의 과다한 방송출연과 겹치기 방송에 불만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탁월한 진행능력을 갖춘 그는 토크쇼 및 오락프로그램의 진행자로 승승장구했다.

당시 시청자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연출자들이 앞다투어 캐스팅할만큼 그가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방송의 생리를 꿰뚫어볼 줄 알았던 그의 타고난 감각과 센스, 그리고 노력 때문이었다. 당시 서세원은 자신의 인기비결에 대해 “시청자를 향한 철저한 ‘아부 정신’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 어떤 스타라 할지라도 시청자들의 눈에 들지 않으면 인기는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다는 것을 일찍부터 깨달았던 것. 최고의 전성기를 누릴 당시에도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욕구를 꿰뚫는 안목을 키우기 위해 그가 일주일에 2~3권의 책을 읽으며 누구보다 철저한 방송준비를 해왔다는 것은 이미 방송계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 노력 때문일까. 아무리 까다로운 게스트가 출연해도 자신의 진행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원활하게 이끌고, 빠른 상황 판단력과 재치로 순간순간의 위기를 모면해가며 안정된 방송을 했던 그는 결국 99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서세원쇼’에서 뛰어난 입담으로 온 국민들을 사로잡았다. 약 3년간 방송된 서세원쇼는 기존의 단순한 토크쇼에서 벗어나 ‘실루엣 토크’, ‘토크박스’ 등의 과감한 형식을 도입해 큰 인기를 끌며 스타 토크쇼의 신화로 군림했다.그러나 2002년 그는 일생일대의 시련을 맞이하며 몰락의 길을 걷게 된다. 그의 자존심이었던 ‘서세원 쇼’가 경실련(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언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선정한 ‘나쁜 프로그램’에 선정된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영화 ‘조폭마누라’의 흥행성공으로 제작사 서세원 프로덕션과 배급사 (주)에스에스원시네마를 차린 그는 일약 충무로의 큰 손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2003년 여름 검찰의 연예계 PR 비리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영화 홍보 명목으로 방송사 PD 및 영화 관계자들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가 포착된 직후 출국, 경찰에 쫓기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강압수사 진실은 무엇인가

“3년전 검찰의 강압수사 때문에 조폭 대부, 성 상납을 주선한 뚜쟁이, 돈 주고 방송했던 파렴치범이라는 오명을 얻었다.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란다.” 지난 2002년 검찰 조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의 매니저를 고문해 허위자백을 받아냈다며 지난달 30일 검찰을 고발한 서씨의 말이다.13일 고발인 자격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얼굴을 드러낸 서씨는 방송사 PD들에게 대가성 돈을 준 적이 있는지에 대해 “당시 방송사 관계자들 50여명이 조사를 받았는데 두 사람만 실형을 선고받았다”며 “근거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조사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당시 조폭자금으로 영화사를 운영하고 여자 연예인을 성상납했다는 보도는 당시에도 확인되지 않은 기사였고 결국 무혐의 처분 받았다는 것.

“언론플레이” 부정적 시각도

그러나 ‘연예계 비리사건에 검찰의 강압수사가 있었다’는 거대한 핵폭탄을 들고 3년만에 검찰에 출두한 서씨를 보는 부정적인 시선도 여전하다. 시기상 언론플레이로 보는 이들도 있는 것이 사실. 이에 대해 서씨는 “지금이 아니면 검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타이밍도 잃는다”며 “이미 이미지도 망가질 만큼 망가졌고 대법원에서 유죄가 떨어져도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이상 잃을게 없다”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서씨의 변호사측은 “핵심적인 증거를 차차 공개할 것이며 검찰이 도마뱀 꼬리 자르는 듯한 처방으로는 어떤 해결도 불가능하다”며 “이번 사건은 검찰과 언론의 잘못된 관행을 지적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을 분명히 했다.

2002년 7월 PD들에게 ‘PR비’를 제공한 혐의로 검찰의 조사를 받은 서씨는 법원의 상고심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3년만에 다시 불거진 이번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연예비리 사건은 서씨측의 주장대로 검찰의 강압수사로 인한 조작인가, 아니면 비리연예인의 최후의 변명인가. 진실은 19일 서씨의 전 매니저인 하모씨가 검찰에 출두한 이후에나 밝혀질 전망이다. 하지만 또다시 도마위에 오른 검찰의 강압수사와 관련, 타 연예기획사 관계자들도 이를 주장하고 있어 이번 사건은 한동안 커다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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