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더민주당 비대위 대표가 누가 봐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야권 통합을 제안하고 나섰다. 김 대표 같이 노련하고 경륜 있는 인물이 눈앞의 공천을 담보하지 않은 무조건적 통합제안이 당치 않다는 사실을 모를 리 만무하다. 예상외로 국민 지지율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공동대표를 흔들기 위한 전략 및 총선과정에서의 야권 단합론의 불씨를 마련하려는 김 대표의 정치공학적 산술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동교동계를 대표하는 박지원 의원의 국민의당 입당은 안 공동대표로서는 천군만마의 지원군을 얻은 셈이다. 이렇게 되면 더민주당의 공천탈락 의원 두 사람만 더 가세되면 원내교섭단체를 이룰 수 있다. 그러면 3당체제가 확실해지고 남은 문제는 4.13 총선에서 더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에 어느 당이 제1야당이 되느냐의 각축전이 될 것이다.

이런 판에 지역 선거구에서 양당 후보끼리의 단일화는 중앙당 입장에서 해당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더민주당 후보의 우세현상이 국민의당 후보에 비해 두드러져서 국민의당 후보가 사퇴하는 방식이나, 또는 서로 합의하는 방식으로 더민주당 후보의 손을 들어주는 형태의 단일화로 인해 더민주당의 의석수를 늘려주면 더민주당의 제1야당 입지를 도와준 꼴이 되고 만다.

이는 더민주당의 약세 지역에서도 똑같은 이치로 국민의당 입지를 도와주는 결과다. 그래서 단일화된 후보가 당선되면 두 당끼리의 의석수에 콘 변화가 일어나 제1야당의 입지가 바뀔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 두 야권 후보 간의 단일화 타협은 중대한 해당행위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선거는 전례 없는 두 야당후보 간의 난타전이 될 조짐이다.

이런 식으로 어부지리를 얻을 새누리당 후보가 적지 않을 것이라 보면 이번 총선의 새누리당 약진은 예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따라서 우려되는 박근혜 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새누리당의 선거 패배는 내부적으로는 더욱 파벌 싸움을 심화시킬 터이고, 이 같은 계파싸움은 박 대통령의 운신을 더 어렵게 만들어 레임덕이 불가피해진다.

때문에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의 전략적인 야권통합 제안은 겉보기엔 고도의 총선전략이자 국민의당과의 명분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것 같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양당 간의 분란 말고 얻을 게 없다는 판단이다. 오히려 지적한 바와 같이 안철수 흔들기로 나타나 선거연대도 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굳이 긍정적으로 보자면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이 선거연대에는 긍정적이었다는 점을 들 수 있겠으나, 이마저 이번 김종인 대표의 뜬금없는 야권통합 제안으로 쪽박을 깼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않다. 다시 말해 김 대표의 이번 통합 제안이 국민의당 내분을 노린 것 이라면 자충수가 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더욱이 지난 19대 총선 당시 통합민주당과 통합진보당이 연대해 의석수는 상당히 늘렸으나 이후 이석기 사태 등 반국가적 사건으로 비난 여론이 높았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문제는 늦게 국민의당에 입당한 박지원 의원이 야권통합은 자신이 주장해왔던 것이라며 적극적인 환영 의사를 밝히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대목이 앞으로 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가 미지수이긴 하다.

그렇긴 해도 안철수 공동대표의 결기가 쉽게 변화될 조짐은 전혀 안 보인다. 김종인 더민주당비대위 대표가 자신을 흔들고 있다는 정치적 판단 정도는 이제 분명히 할 수 있는 안철수 대표의 정치적 성장을 인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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