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득권 야합의 제도화, 정치신인 설 자리
- 4월 총선, 현역 금수저와 신인 흙수저로 갈려

공천면접을 보고 있는 새누리당 공관위원들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오는 4월 치러지는 제20대 총선의 키워드는 올드보이들의 귀환과 정치신인죽이기다. 지금까지 국회의원 총선이나 지방선거는 기득권 물갈이와 정치신인 등용문의 장으로 활용돼왔다. 이를 통해 만연해 있는 정치불신을 해소하고 정당의 건강성을 회복했으며 국민의 변화요구에 응답했다. 그러나 올해 총선은 여야를 막론하고 과거의 쇄신노력이 거의 보이지 않는다. 이런저런 이유로 정치일선에서 밀려나있던 올드보이(old-boy)들이 대거 귀환하고, 기득권 야합의 제도화를 통해 정치신인죽이기에 나서고 있다.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는 대중의 의견이다. 대중의 의견은 흔히 민심(民心) 또는 여론(輿論)으로 불리기도 한다. 민주주의는 의사결정 과정에서 대중의 의견을 공식적이고 합법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두고 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선거는 대중의 의견을 반영하는 대표적인 제도라 할 수 있다. 선거는 국민의 대표이자 정당의 핵심 구성원을 선출하는 행위이다. 올드보이들의 귀환과 정치신인죽이기로 진행되는 4월 총선은 대중의 의견과는 거리가 멀다. 기득권 야합의 제도화이고 현역 금수저의 향연일 뿐이다. 

20대총선 키워드 ‘기득권’ 야합

먼저 새누리당에서 공천권을 쥐고 있는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과 최고위원들은 대부분 70세 전후로 반평생을 정치에 몸담고 있는 구(舊) 인물들이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이 안정적인 우위를 지속하며 상당히 많은 지역구에서 조직력과 자금력을 갖춘 6,70세 이상의 예비후보들이 난립해 있다. 더민주당도 사정은 비슷하다.

문희상 의원 등 다선 몇몇은 공천탈락을 확정지었지만 70대 중반 김종인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원로 정치인들의 입지는 여전히 탄탄하다. 국민의당도 물갈이 대상으로 지목됐던 다선, 고령 의원들이 대거 지도부에 편입됐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번 총선 정치신인의 입지는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축소되어 있다.

선거 40여일을 앞두고 가까스로 국회를 통과한 선거구 획정도 기득권 야합에 다름 아니다. 이번 선거구 획정은 거의 전국 단위에서 이루어졌다. 전국 100곳 이상의 지역구에서 통합, 분리, 조정이 일어났다. 영호남, 강원도 등에서는 낯선 지역구가 대거 탄생한 것이다. 당내 경선은 인지도가 높은 예비후보가 매우 유리하다. 인지도는 하루아침에 달성되는 지표가 아니다.

현역 의원이나 현역 당협위원장(지역위원장)은 오랜 지역구 활동 때문에 선거구 조정에도 어느 정도 대응 능력이 있다. 그러나 정치신인은 다르다. 유권자에게 홍보 문자를 보내려고 해도 휴대폰 번호가 없다면 꼼짝달싹할 수 없는 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정치 신인에게 선거구 늑장 조정은 넘기 어려운 진입장벽이다. 여야는 약속이나 한 듯 느긋하게 선거구협상에 나섰다. 이는 기득권 야합이자 제 밥그릇만 중히 여기는 비정치적인 행위다.

편파 선거운동에 천문학적 여론조사 비용

제1야당의 주도로 이루어진 테러방지법 제정반대 필리버스터는 화려한 기록과 놀라운 성과를 남겼다. 지난달 24일 은수미 의원은 10시간 18분을  발언하면서 1969년 8월 박한상의원의 기록(10시간 15분)을 경신했다. 뒤이어 정청래 의원과 이종걸 원내대표도 잇따라 신기록을 경신했다. 9일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 때문에 더민주당은 지지율 상승세와 함께 국민의당의 발목도 잡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었다.

필리버스터는 낯 뜨거운 선거운동으로 활용된 측면도 있다. 필리버스터에 나선 대부분의 현역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치열한 당내 경쟁 또는 다른 정당 예비후보들과 맞서고 있다. 하루 종일 발언을 이어간 의원들에 가려진 정치신인들에게 필리버스터는 편파적인 선거운동이다. 더욱이 9일 동안 진행된 필리버스터는 선거구 획정을 자연스럽게 늦추게 하는 덤도 있었다. 그러나 더민주당은 테러방지법 자구 하나 수정하지 못한 채 백기 투항했다.

급증하고 있는 여론조사 비용도 정치신인에게는 높은 장벽이다. 공천의 핵심수단으로 자리 잡으면서 돈 없는 정치신인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게다가 휴대폰 안심번호가 도입된다면 비용은 더욱 불어난다. 정당이 통신사로부터 받는 안심번호 1개당 가격은 330원, 10만개라면 3천3백만 원이다.

여야는 이 비용도 경선 후보의 부담이라는 입장이다. 안심번호 경선에 대비하기 위해서 각 예비후보들은 휴대폰 홍보와 여론조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그나마 현역 의원이나 현역 당협(지역위원장)은 휴대폰 번호를 갖고 있지만 정치신인은 그렇지 못한 경우가 많다. 이래저래 4월 총선은 현역은 금수저로, 정치신인은 흙수저로 갈리고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시대정신연구소 대표
▲ 전라북도 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위원
▲ 전 여론조사 전문기관 ‘디오피니언’ 부소장
▲ 전 청와대 행정관
▲ 전 국회의원 보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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