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전 종식 후 지상전 몰입하느라 해군 무기 소홀
하푼미사일 사거리 짧아… 러·중 미사일에 못 당해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는 미군이 러시아·중국군에 뒤지는 전력(戰力) 분야가 있다면 미국으로서는 큰일이다. 요즘처럼 남중국해에서 미군과 중국군이 금방이라도 한판 붙을 듯이 대치하고 있는 국면에서는 더욱 그렇다. 외신에 따르면 미군은 러시아와 중국에 못 미치는 공해상에서의 대함 미사일 운용 능력을 따라잡기 위해 해군의 기존 하푼 미사일과 토마호크 미사일의 성능을 대폭 개량했으며, 여기에 더해 미사일을 요격하는 신형 SM-6 미사일을 새로 개발해 한창 시험 중이다.

미 국방부가 지난달 9일 공개한 2017 회계연도(2016년 10월~2017년 9월) 국방예산 5830억 달러는 신규 전투기, 헬리콥터, 전함, 장갑차 구매 예산의 삭감을 반영한다. 미군 지휘부에 따르면 이렇게 해서 아낀 수십억 달러는 시리아, 이라크,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전비(戰費), 서태평양과 유럽의 병력 증강 비용에 쓰인다. 하지만 미 국방부가 삭감은커녕 배증(倍增)해 수억 달러를 배정한 예산 항목이 있다. 그것은 대함 미사일이다.

미 해군이 획득한 미사일 예산은 원거리의 적함을 격침하도록 명확하게 설계된 3종의 신형 무기 개발에 투입된다. 더 은밀하고 더 멀리 날아가며 더 빠르고 더 강한 파괴력을 가진 미사일을 갖추는 것이 해군의 계획이다. 로버크 워크 미 국방 부(副)장관에 따르면 이들 미사일은 공해상에서 “부활하는 러시아와 떠오르는 중국”을 제압하기 위한 것이다.

대함 미사일 3종 개발
시험 중

냉전시기 미 해군은 세계 최강의 대함 미사일 2종, 즉 하푼과 토마호크를 보유해 적을 압도했다. 수상함, 잠수함, 항공기에서 발사되는 길이 약 4미터 무게 약 680㎏의 하푼 미사일은 해수면 바로 위를 따라 약 112㎞ 비행해 적함의 취약한 흘수선을 타격한다. 길이 약 6미터 무게 약 1.3톤으로 훨씬 큰 토마호크는 수상함이나 잠수함에서 발사되며 960㎞를 비행한 끝에 순환검색 패턴으로 진입해 표적을 탐지해 타격한다. 이 두 가지 무기로 미 해군은 냉전시기 임전태세를 든든히 할 수 있었다. 하지만 1991년 소련이 붕괴하고 난 뒤 미 해군은 육지로 관심을 돌렸다. 해군은 이라크,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 다시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에서 미사일 공격과 공습을 실시했다. 이 과정에서 1990년대초 이래 미 해군은 대함 능력을 소홀히 해왔다. 해상 전투가 옛일이 되었다고 판단한 해군은 토마호크 대함 미사일을 전량 사용중지하고 많은 군함과 전투기에서 하푼 미사일을 제거했다. 그러다 보니 군함들이 육상 표적을 맞추는 데는 능하지만 공해상에서는 무력해지는 결과가 초래됐다. 반면 중국 해군은 2000년대 초 전력 증강에 들어갔으며 몇 년 뒤 러시아가 함대 재건에 착수했다. 러시아와 중국은 노후된 하푼 미사일보다 사거리가 길고 화력이 더 우세한 대함 미사일을 수상함, 잠수함, 전투기에 장착했다.

길이가 8m 남짓한 러시아의 클럽 미사일은 최장 항속거리가 640㎞이며 비행의 최종 순간에 속력을 초음속으로 올려 격파력을 강화한다. 중국의 잉지(鷹擊)-18, 즉 YJ-18 미사일은 성능이 클럽과 비슷하다. 이들 미사일을 갖춘 러시아·중국 군함은 사거리 안에 들어온 미국 군함이 하푼 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기 전에 미국 군함을 향해 먼저 미사일을 쏠 수 있다. 이는 미국 군함에 대단히 불리한 여건이다.

이런 불균형은 오래 지속됐다. 그러다 2011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태평양으로 선회하겠다는 정책을 밝히면서 중국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군사·외교·경제 자원을 태평양에 배정하겠다고 선언했다. 2014년 러시아 군대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가 강대국 지위로 복귀했음을 사실상 선언한 것이었다. 미 해군은 더 이상 해전(海戰)을 벌일 필요가 없을 것이라던 종전의 작전 개념을 수정해야만 했고, 그러다 보니 막상 해전을 하면 쓸 만한 무기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얼마 되지 않는 단거리 하푼 미사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여러 해에 걸쳐 은밀히 작업하는 가운데 군 기술자들과 방위 사업체의 전문가들이 광범한 신형 대함 무기를 고안했다. 2017년 국방예산은 신형 무기 3종의 최초 생산품 구입비용을 포함하고 있다.

‘장거리 대함 미사일’ 즉 LRASM은 록히드마틴이 육상 표적 타격용으로 개발한 순항 미사일의 해상 공격용 변형판이다. 길이 약 4.3m 무게 약 1톤으로 수상함이나 비행기에서 발사되는 이 미사일은 항속거리가 320㎞ 이상이며 스텔스 기능이 있다. 이 미사일의 갸름한 형상은 적함으로 하여금 타격 직전까지 그것을 탐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미 국방부는 이 미사일 최초 생산분 10기를 3000만 달러에 구매하는 것으로 돼 있다.

미 해군은 또 토마호크의 대함용 변형판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캘리포니아 근해에서 2015년 1월 실시한 시험에서 해군과 레이시온사(社) 기술진은 움직이는 표적을 따라가는 더 민감한 추적 기능을 보완한 토마호크를 함상에서 발사했다. 그 시험은 대성공이었으며 워크 부장관은 개량된 토마호크를 ‘게임 체인저’라고 불렀다. 그는 2015년 2월 “그것은 사거리 1600㎞의 대함 순항 미사일”이라며 “그것은 사실상 우리의 모든 수상함과 잠수함 함대에서 사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2017년 국방예산 가운데 토마호크 100기를 구입하는 예산은 1억8700만 달러다. 워크 부장관은 미 해군이 무기고의 모든 토마호크를 신형 대함 미사일로 개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량생산해 군함에 배치
전력 막강

나머지 하나는 신형 SM-6 미사일이다. 레이시온사(社)에서 제작한 길이 6.4미터 무게 약 1.5톤의 이 미사일은 해군이 보유한 최상의 미사일 요격 미사일이다. 군함, 지상군, 심지어 도시를 미사일 공격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 해군과 제작사는 이 미사일을 대함용으로도 쓸 수 있게 개조했다. 속도는 음속의 여러 배이며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것으로 알려진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발표된 바가 없지만 수백 마일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SM-6 미사일 125기 구입비용으로는 5억100만 달러가 배정됐다.

미 해군 지휘관들은 새로운 등급의 미국 대함 무기를 위한 때가 마침내 도래했다면서 기대대로 기능한다면 그 미사일들은, 심지어 무엇이 오고 있는지를 적이 알기도 전에 미국이 경쟁자를 바다에서 날려버리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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