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금 공사중이다. 당선자 중에 장애인이 4명이고, 여성 당선자가 39명으로 대폭 늘어난 데 따른 시설 개조공사가 한창인 것.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부쩍’ 늘어나 버린 여성의원들을 위한 사우나 시설공사.사실 여성의원 전용 사우나를 설치하는 문제는 16대 국회 초기에 논란 끝에 무산됐었다. 그러나 여론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여성의원들의 줄기찬 요구에 결국 17대에 들어서, 제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회 의원회관 지하 2층에는 여성 의원들을 위한 건강관리실이 만들어지고 있다. 39명이나 되는 여성 의원들의 휴식처 확보 차원에서다. 건강관리실에는 운동기구가 설치되고 휴게실, 사우나실 등이 들어설 계획이다. 80여 평 규모로 만들어지고 있는 이번 여성전용 시설공사는 기존 남성전용이던 것을 증·개축하는 형태다.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에 4,000여만원의 설계비를, 올해에는 4억원 가량의 예산을 배정받아 공사가 시작됐고, 현재 80% 정도의 공정이 끝난 상태로 5월 20일께 오픈 예정이다.

설치이유는 현재 국회엔 남성 의원용 사우나만 운영되고 있어 남녀 간 ‘형평성’을 위해서라고 한다.사실 국회의원회관 지하 2층에 있는 건강관리실은 헬스장, 탈의실, 사우나 시설을 갖춘 공동목욕탕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남성전용이라는 이유 때문에 여성 의원들의 불만이 쌓여왔다.이에 따라 여성의원 전용 건강관리실이 완공, 오픈되면 여성의원들이 서로 만나 휴식도 취하고 정보를 주고받는 교류의 장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 내 사우나 시설 추가 설치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적지 않다. 남녀평등 취지엔 공감하지만, 소수 이용자를 위해 4억원의 국가예산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점이 쟁점이 되고 있다.

국회 내에 의원 전용 고급 사우나를 추가 설치하는 것은 ‘검소하고 성실한 국회의원상’을 기대하는 국민 정서와 맞지 않다는 말도 나온다. 한 16대 국회의원은 “유지하는 데도 국비가 많이 들어가므로 남성 의원용 사우나도 없애라”는 ‘소수의견’을 낸 바 있다.또 회사원 문모(31·여·서울 송파구 잠실본동)씨는 “의원들이 공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하다면 그보다 더한 시설이라도 갖추어야 되겠지만 그동안 민생법안 처리에서 보여준 국회의 지지부진한 모습을 생각하면 씁쓸한 기분이 든다”며 “세금으로, 일 안하는 의원들 목욕비까지 부담해야 하느냐”고 지적했다.사실 기존의 남성의원전용 사우나는 의원들에게 월 1만원에 개방돼, 거의 ‘공짜’나 마찬가지였다.한편 국회 사무처는 장애의원들을 위한 시설확충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우선 본회의장 발언대는 서서 발언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 점을 감안해 휠체어를 탄 장애인 의원을 위한 전용 발언대와 단상을 추가로 설치하고 있다. 발언대에 오르는 턱도 없애기로 했다.초선의원들은 맨 앞자리에 앉는 것이 관행이지만 장애인 의원들의 의석은 출입문과 가장 가까운 맨 뒷자리에 배치하고, 기존 좌석은 뜯어낼 예정이다. 장애인용 화장실 개수작업과 계단옆 경사로 공사도 진행 중이다. 시각장애인인 한나라당 정화원 당선자 등을 위한 점자 투표용구와 점자 출력기도 마련키로 했다. 모든 의사진행을 점자로만 할 수 없기 때문에 본회의가 진행되는 동안 옆에서 문서나 자료를 읽어주는 보조요원도 보좌진과 별도로 지원해줄 방침이다. 본관과 의원회관 등의 현관 입구에 유도블록도 설치하고 있다.국회 사무처는 이들 공사를 17대 국회가 시작되는 이달 30일 이전에 모두 끝마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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