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중수부(부장 안대희)는 대선비자금 사건 수사와 관련,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불기소하기로 내부 방침을 정하고 조만간 이 같은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힐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이와 함께 검찰은 5월 중순까지 수사를 매듭짓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그러나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을 상대로 한 민주당의 불법 경선자금 고발사건이나 이 전 총재의 불법 대선자금 모금 개입 여부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놔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노무현 대통령과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 대한 처리 문제를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일단 이 전 총재에 대해서는 대선 당시 한나라당이 기업을 상대로 대선자금을 불법 모금한 사실을 사후 알게 됐다고 잠정 결론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불법모금을 사전 공모한 것이 아니고 단지 사후에 보고만 받았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범죄를 구성한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 이 전 총재가 대선때 한나라당이 800억원대 불법자금을 모금한 사실을 사후에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은 점, 지난해 1월 미국 출국 당시 서정우 변호사로부터 받은 수표 3억원 역시 불법자금인지 몰랐을 가능성 등이 많은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환조사 없이 불기소하기로 결론지은 것으로 전해졌다.검찰은 이 전 총재의 소환 문제를 놓고 상당히 고심한 흔적이 역력하다. 검찰 고위 관계자가 “이 전 총재는 부를 수도 없고 안 부를 수도 없어 골칫거리”라고 털어놓은 것을 봐도 알 수 있다.

검찰은 또 작년 1월 서정우 변호사가 이 전 총재에게 건넨 수표 3억원과 관련, 이 전 총재가 이 돈이 불법자금 가운데 일부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안 중수부장은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총재의 재소환 여부에 대해 “13일쯤 수사팀 입장을 밝히겠다”면서 그 동안 수사과정에서 이 전 총재의 혐의에 대한 수사가 결론이 내려졌음을 시사했다.검찰은 그러나 이 전 총재가 지난해 말 귀국한 뒤 기자회견에서 대선자금 모금을 지시했다고 주장한 부분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서정우, 이재현씨 등 관련자들이 이 전 총재로부터 불법모금 지시를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하고 있기 때문에 소환 조사를 섣불리 결정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한나라당 입당파 정치인 수사와 관련, 김영일 의원과 이재현 전 재정국장뿐 아니라 최근 자수한 한나라당 전 재정국 간부로부터도 입당파 정치인들에게 2억원 안팎의 불법자금이 건네졌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해당 정치인들을 차례로 비공개 소환, 조사 중이다.이와 함께 검찰은 이 전 총재와 함께 현재 헌재에서 탄핵심판이 진행중인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경선자금 고발사건의 처리결과도 조만간 내놓을 예정이다. 수사팀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불법모금에 개입했다는 진술이 확보된 것은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 전 총재에 대해서도 무혐의 처분이 내려질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검찰이 정치적 형평성을 고려해서라도 노 대통령에 대해 동일한 결론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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