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윤상현 막말 논란이 불거진 지난 9일 오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사무실. ‘막말논란’에 휩싸인 윤상현 의원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를 찾아갔지만 김 대표의 거부로 만나지 못했다. 여권 내부는 뒤숭숭하다. 친박핵심인 윤 의원에 대한 개인적 비판뿐만 아니라 “그럴 줄 알았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라도 윤 의원이 백의종군 해야 된다”는 반응까지 다양하게 쏟아졌다.

급기야 김 대표의 비서실장 김학용 의원은 “도의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망동이자 도저히 용납해서는 안되는 해당행위”라며 사실상 공천 배제를 요구했다. 특히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에게 한 방 먹었던 김 대표가 반격의 기회를 잡았다. 이는 새누리당 공천정국을 뒤흔들 대형 이슈임이 분명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TK방문을 통해 진박후보 구하기에 나섰다는 평가가 나왔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본 새누리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막말 정국’과 관련된 갖가지 시나리오가 나돌기도 했다.

비박과 친박간의 충돌,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대립각이 형성될 때마다 김 대표는 한 발 물러나는 모양새를 취해 답답함을 토로하는 측근들이 많았다. 여기엔 물론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충돌하면 미래권력이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당내 갈등보다는 당대표로서 갈등 봉합을 최우선시 했다.

그런데 공천 전쟁이 시작되면서 상황은 예사롭지 않게 돌아가고 있다. 공천 살생부 발언으로 김 대표가 치명상을 입으면서 공천전쟁에서 밀렸고, 친박계의 공세가 거셌다. 이후 여론조사 유출 사건이 불거지면서 당내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다.

친박내부도 윤상현 비토
친박-비박 갈등 최고조

이런 상황에서 친박 핵심인 윤상현 의원의 막말 논란은 대형 폭탄임에 분명했다. 그것도 20대 총선에 영향을 줄 대형 사건이다. 윤 의원의 막말에 대한 언론보도가 쏟아지면서 비박계 측에선 공천배제, 친박계는 윤 의원의 사과와 함께 음모론을 제기했다. 특히 윤 의원의 발언으로 친박계에서도 ‘봉합론’과 ‘비토론’이 공존하고 있었던 것이다.

친박계 이성헌 전 의원은 “단순하게 사과 몇 번 했다고 해서…그걸 당사자와 국민이 받아주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당을 위해서도 그렇고, 대통령을 위해서도 그렇고,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을 때까지 자기가 조치를 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말하면 참 야박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당이 살아야 한다”며 “과거에 취중 실수했던 동료의원 최연희 의원이 계신데, 그분이 어떻게 했는지를 잘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반면, 친박핵심 최경환 의원은 “취중에 사적인 대화에서 실수로 한 것인데, 더이상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본인이 충분히 사과를 했으니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봉합을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결국 클린공천위에서 진상을 조사한 뒤 처리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급기야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살생부 파문과 관련해 “김 대표와 정두언·김용태 의원 등 세 사람은 한 세트”라고 밝혔다. 비박계가 공관위 보이콧을 선언하자 이 위원장이 “세 사람을 연계하겠다는 방침은 접겠다”고 물러섰지만 살생부 논란이 김 대표 공천에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이 위원장은 “해당 행위라면 공천에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위원장이 지난 10일에 이어 11일 발표된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언회의 3차 공천심사 결과 발표에도 김 대표의 지역구가 빠졌다. 이 때문에 ‘김무성·윤상현 동반 탈락설’이 흘러나왔다. 막말 파문을 일으킨 윤 의원을 공천 배제하고, 살생부 논란의 당사자인 김 대표도 공천탈락 시키겠다는 설이 흘러나왔던 것.

심지어 박근혜 대통령의 TK(대구·경북) 방문도 이러한 ‘설’과 관련이 있다는 얘기가 당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이 지난 10일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전격 방문, 30여일 남은 총선 정국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켰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문을 ‘경제행보’라고 주장하지만 진박후보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한 방문이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같은 해석이 불거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지난해 박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했을 당시 대구 현역 의원들을 단 한 명도 초정하지 않아, 현역 물갈이설이 급부상했던 것.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박 대통령은 TK방문을 통해 윤 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비박계 물갈이를 진행하도록 정치적 시그널을 줬다는 해석이 흘러나오고 있다. 청와대 발 윤 의원에 대한 비토론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는 “친박계 내에서도 윤 의원에 대한 좋지 않은 평가를 내놓고 있다. 심지어 청와대에서 윤 의원을 ‘친박 핵심’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한 당직자는 “박 대통령이 TK방문을 통해 진박 후보를 살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히 있다”며 “정치적 고향인 TK지역에서 청와대 몫으로 지분을 챙기는 대신 수도권 선거에는 신경쓰지 않겠는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친박계와 비박계 간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비박계로선 녹취록에 드러난 윤 의원의 발언을 볼 때 칼끝이 김 대표를 향했다는 점에서 비박계에서도 가만히 팔짱만 끼고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이번에 밀리면 끝이다”라는 심정으로 혈투를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대로 가면 총선 진다”
김무성 묵언정치 의도는

하지만 새누리당 내에선 이번 살생부 논란, 윤 의원 막말 논란이 친박-비박 간의 빅딜을 시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겉보기엔 ‘친박 대 비박 갈등’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잘만 활용하면 ‘정치적 딜’을 통해 봉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실제로 막말 파문과 공천 살생부 논란을 서로 덮는 선에서 ‘정치적 딜’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비박계의 시각이다. 반면 친박계는 비박계가 윤 의원의 총선 불출마나 정계 은퇴 주장을 하면서 친박계를 압박, 공천 지분을 둘러싼 수 싸움에서 유리한 칼자루를 쥐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정치적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잖게 나오고 있다. 공천을 둘러싼 여권 내 계파갈등이 지속되면 총선에서 패배할 공산이 크다.

새누리당 한 당직자도 “궁극적으로 총선 승리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빅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와 친박계가 ‘빅딜’을 할 것이란 소문이 당내에서 적잖게 흘러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윤 의원의 막말 녹취록이 공개된 이후 김 대표와 소통하는 친박계 핵심인사가 ‘딜’을 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는 것. 일부에선 김 대표의 측근인 수도권 A, B의원, 경북·부산 C,D 의원을 살릴 것이란 말들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비박계 의원실 한 관계자는 “김 대표의 측근들을 이 위원장이 칠 경우 김 대표가 가만히 있겠느냐”며 “김 대표가 묵언정치를 하는 것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다소 성급한 추측이기는 하지만 이번 살생부 파문, 윤 의원의 녹취록 파문으로 ‘친박-비박’간 빅딜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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