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을 승리로 이끈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했던 전쟁영웅 더글러스 맥아더 원수가 남긴 유명한 한 구절 단어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따름이다”를 모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가 인천상륙작전을 지휘하며 북진하는 가운데 인해전술로 밀어닥친 중공군과의 전면전을 준비하고 있을 때 미 트루먼 대통령이 훈령을 통해 이를 적극 만류했다. 확전으로 더 이상 미군이 피해를 입는 것을 막겠다는 트루먼의 생각이었다.

그 보다는 미 본토의 맥아더 원수에 대한 폭발적 인기를 시샘한 측면이 더 강했을 것 같다. 무슨 이유에서건 간에 맥아더의 투철한 군인정신은 트루먼의 이러한 정치적 함수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더욱이 남북통일이 현실적으로 눈앞까지 다가온 전쟁을 어떻게 포기할 수 있었겠는가. 당연히 트루먼과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결국 트루먼 대통령은 맥아더 원수를 해임했다. 역사에 가정이 있을 수 없겠으나 만약에 당시 트루먼의 이 같은 실책이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과 같은 소모적인 이념 논쟁은 안 일어나도 좋았을 일이다. 비록 그렇긴 하나 그리됐으면 우리 국민에게 오늘까지 맥아더 원수에 대한 영웅적 추앙은 일어나지 않거나 훨씬 덜 해서 이미 잊혀진 인물이 돼버렸을 수 있다.

그가 연합군사령관직에서 해임 당해 군복을 벗게 되면서 던진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따름이다”는 한마디의 메시지가 영원토록 우리의 가슴을 때리고 있는 것은 그가 너무도 아쉬운 시기에 우리 곁을 떠났기 때문이다. 새삼스럽고 생뚱맞게 들릴지 모르나 오늘의 이 나라 정치판을 들여다보면서 맥아더 원수의 그 영웅적 발언이 너무나 뼈저린 소리로 다가와서 하는 얘기다.

4.13 총선을 목전에 두고 여야 정치꾼들이 벌이는 온갖 행태가 가관을 넘어 시골 장날 눈속임으로 한탕 챙기고 내빼는 야바위꾼들 모습 그대로다. 무슨 탐욕이 그리도 많아 온 장터를 옮겨 다니면서 별별 재주를 다 부리는 정치꾼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경멸감을 주는 것을 본인만 모르는 듯하다. 또 이런 사람의 칼을 빌려 뒤에서 미운털 박힌 어제의 동지들 목 쳐내는 비겁함은 못된 송아지가 엉덩이 뿔부터 난다는 속언이 ‘딱’이라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그만큼 온갖 특권에 기득권을 다 누리면서 10여년 또는 수십 년을 군림해온 사람들이 죽어도 그 맛을 놓지 않겠다고 별짓을 다 만들어 내는 묵은 정치인들에겐 이미 유권자들 눈총 따윈 안중에 없다. 아예 생각 밖이다. 이래서 사람은 설자리, 앉을자리를 알고, 떠날 시기를 바로 헤아리는 지혜가 으뜸이라고들 하는 모양이다.

그러면 여야 공천위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어떤 용기를 내야 하는지가 명백히 드러났다. 정략에 이용당하지 말고 한 점 편견 없이 국민만 바라보면서 물갈이 아닌 판갈이를 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당신들은 어느 때보다 지탄받을 역사의 죄인이 되고 말 것이다. 19대 국회가 어떻게 운영돼서 어느 정도로 국가적 죄인 집단으로 전락했는지는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스스로 “노병은 죽지 않고 사라질 따름이다”고 용기 있게 옳은 후진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그들에게 교훈을 심어줄 참 정치인의 존경스러운 모습은 정녕 이 대한민국 땅에서는 볼 수 없는 망상일 뿐인가.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나라를 망치고 있는 모리배들의 손에 또 운명을 걸어야 하는 비운을 벗어 날 수 없다.
밀려든 악화(惡貨)속의 양화(良貨)는 독한 술수와 음모를 못 당하고 끝내 구축당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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