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리거창(李克强) 총리는 3월5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국회) 개막식 업무보고에서 ‘중진국 함정’을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앞으로 5년이 ‘중진국 함정’을 극복할 수 있느냐는 시기”라며 “각종 모순과 위험이 뚜렷히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진국 함정’이란 개발도상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1만-1만5000달러에 이르게 되면 고도 경제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장기간 정체국면으로 빠져든다는 조어(造語)이다. 이미 아르헨티나와 부라질을 비롯한 남미 국가들은 ‘중진국 함정’에 빠져 아직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남미국가 함정’이라고도 한다.

중국을 위협하는 ‘함정’은 경제적인 ‘중진국 함정’으로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 앞에는 군사적으로 ‘투키디데스 함정’도 도사리고 있다. 중국의 공산당 기관지 렌민리바오(人民日報)의 작년11월27일자 보도에 따르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중국이 ‘투키디데스 함정’에 빠져서는 아니 된다고 밝혔다고 한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기원전 471-400)가 정립한 역사발전 법칙이다. 새로 일어서는 신흥 강국과 기존 강국은 끝내 군사적 충돌로 치달을 수 있다는 대결론이다. 그가 당시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충돌을 목격하며 터득한 역사관이다.

‘투키디데스 함정’은 중국이 세계 2대강국으로 ‘굴기(우뚝 서기)’하면서 최강 미국과의 격돌을 피하기 어렵다는 데서 이웃 나라 우리 국민들을 불안케 한다. 미·중 전쟁이 벌어지면 제2의 6.25 전쟁이 한반도에서도 재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투키디데스 함정’ 못지않게 ‘중진국 함정’도 우리에게 적지 않은 우려를 자나낸다. 중국은 지난 30년 가까이 매년 7-10%의 고속 성장률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작년엔 6.9% 성장으로 떨어졌다. 리거창 총리는 5일 전인대 보고에서 올 경제성장률을 6.5-7%로 줄여 잡았다. 중국의 고속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침체국면으로 접어들기 시작했음을 반영한다. 중국이 ‘중진국 함정’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음을 엿보게 한다.

우리 경제는 78%를 대외교역에 의존한다. 대중 수출은 전체 무역 중 25%를 차지한다. 중국 경제성장률이 1% 떨어질 경우 우리의 경제성장률은 0.21% 하락한다. 그래서 중국 경제가 침체되면 우리 경제에도 주름살이 잡힌다.

중국 관리와 전문가들은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선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의 ‘레이거너믹스’(레이건 경제학) 채택이 필요하다고 한다. ‘레이거너믹스’는 레이건이 1980년대 세금을 깎고 정부 규제와 간섭을 과감히 풀어 11% 실업률에 허덕이던 미국 경제를 살려낸 ‘공급측면 경제학’을 말한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말로만 ‘레이거너믹스’를 외칠 뿐 실제로는 지난 30여년간 의존했던 공산당 중앙정부의 규제와 간섭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중복투자와 과잉생산도 정리하지 못하고 있다. 공산당의 장악력 약화를 우려하는 데다 수천만 명 실업자들의 불만 폭발이 두려워서이다. 경기침체로 위완화 가치가 떨어지고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자, 중국인들은 위완화를 외국으로 빼돌린다. 작년 한 해에만 1조 달러가 해외로 빠져나갔다.

중국의 ‘중진국 함정’과 ‘투키디데스 함정’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어 가면서 우리 국민들도 두 개의 함정 여파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한다. 속담에 “모진 놈 곁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다”는 말이 있다. 모진 중국 곁에 있다가 날벼락 맞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 날벼락 맞지 않도록 주의 깊은 경계와 면밀한 대비책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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