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원더풀 라이프’의 신비 역으로 등장한 정다빈이나, KBS ‘불량주부’에서 손창민-신애라의 딸로 등장하는 이영유는 귀엽고 깜찍한 연기로 시청률까지 좌지우지하는 상황. 이들은 다양한 표정 연출로 CF계의 숱한 러브콜을 받고 있기도 하다. 아예 아역배우를 주연으로 내세운 영화까지 등장하고 있다. 성인연기자 부럽지 않은 대우를 받으며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종횡무진 누비고 있는 ‘무서운’ 아이들, ‘아역배우’들의 모든 것을 살펴봤다.

서울 강남의 한 아역배우 전문 연기 학원.

이른 시간부터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입학 상담을 받으려는 엄마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적게는 세 살부터, 많게는 초등학교 6학년생까지 나이대도 다양하다. ‘연예인’이 장래 희망이라고 말하는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이젠 더 이상 새삼스러울 게 아니라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아이들은 어색해하기보다 오히려 이미 ‘스타’가 된 듯한 모습을 연출한다. 함께 온 엄마들도 하나같이 “아이가 끼가 많아 연예계로 진출시키려 한다”면서 “재능을 살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고, 수입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내에는 아역배우만을 양성하는 전문 연기학원이 많지 않다. 오히려 길거리 캐스팅이나, 지인을 통해 연예무대로 데뷔하는 경우가 더 많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아역배우들을 캐스팅하는 ‘모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부분의 PD들은 체계적으로 연기 공부를 시키는 연기학원 출신을 선호한다.

MTM, 한국방송문화원,

MBC아카데미 같은 국내의 대표적인 학원에서는 강의를 통한 이론부터 다양한 감정 표출이 가능한 실기까지 모두 아우른다. 연기학원을 통해 한 해 배출되는 아역배우 지망생만도 줄잡아 1,000여명. 현재 인기있는 대부분의 아역스타도 연기학원을 통해 데뷔했다. 사설 연기학원의 경우 수업료는 월 50만원. 보통 6개월 과정으로 등록을 하게 되고 연기, 포토포즈, 워킹, 재즈댄스 등을 배우게 된다. 최근엔 영어와 중국어 등을 필수과목에 포함시켜 미리부터 글로벌스타로 훈련시키기도 한다. 하지만 6개월 교육과정을 수료한다고 해서 곧바로 ‘데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들 각자의 끼와 재능에 따라 연예계 진출 시기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입문해서 소위 ‘스타’가 되기는 사실 ‘하늘의 별따기’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아역의 비중이 커진 것에 비해 출연료는 상대적으로 인색한 편이다. 일반적인 경우 드라마 출연료가 대개 몇 만원 수준이다. 60분 드라마 1회 출연을 기준으로 1∼5등급까지 등급이 나눠져 있으며, 이에 따라 약 4만∼10만원 정도가 지급된다. 여기에 지방이나 심야 촬영에 따른 부속 수당이 별도로 지급되는 정도. 특히 아역의 경우 아무리 인기가 있다고 해도 최고등급인 5등급 이상의 출연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성인연기자는 6등급부터 18등급으로 구분돼 있는데, 약 20만∼100만원을 받는 것과 비교된다. 결국 아주 극소수의 톱 레벨 아역배우를 제외하곤 생각만큼 출연료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아역 스타들이 CF로 눈길을 돌리는 것도 이 때문.

대개 광고계에서 책정된 모델료는 일반인 모델의 경우 100만∼150만원 정도. 아역은 30만∼50만원 정도다. 하지만 일단 ‘스타’가 되면 2,000만원에 육박하는 최고 개런티를 받을 수 있다. 물론 CF나 영화 출연을 통해서다. 국내 굴지의 CF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를 모델로 한 광고는 절대 실패하지 않는다는 광고계 속설이 있다”면서 “꾸며지지 않은 신선한 표정연기는 성인 모델보다 훌륭해 소비자에게 훨씬 어필이 잘 된다. 아역배우들 개런티도 예전 같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어쩌면 시간이 흐를수록 성인 모델보다 ‘모셔오기’ 힘든 인물들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타’가 되기 전에는 비교적 낮은 개런티에도 불구하고 아역배우 데뷔 지망생이 많은 것은 그 기회가 많든 적든 아역이 연기자로 데뷔하는 하나의 방편이기 때문이다.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활동한 사람이 1∼2%에 불과하다는 것이 방송계의 정설이지만, 아역 지망생들은 한결같이 손창민 강수연 이재은 장서희 등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성공한 모델들을 바라보며 내일의 꿈을 좇고 있다. 아역배우 전문 연기지도 학원 ‘스타키즈 잉글리시’의 박상원 대표는 “아역스타들의 상업적 효과가 입증되면서 최근엔 아역배우 양성에 힘쓰는 연예 기획사나 전문학원이 속속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면서 “가능성 있는 아역 스타 한 명이 연예 산업을 살리는 기폭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아역스타 양성은 중요한 일일수도 있다. 하지만 성장한 후에도 성인연기자로서 빛을 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다듬는 작업과 부모, 아이 등 여러 부분이 제대로 융화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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