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정치 판도 바꾸나, 현재권력에 무릎 꿇나?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새누리당이 유승민 의원 공천 여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공천관리위원회에서는 최고위원회에 공천 여부를 넘기려 했으나 최고위원회가 공관위에 넘겼다. 유 의원으로 인해 서로 피를 묻히지 않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의원 스스로 결단하라”고 압박했고, 유 의원은 버티고 있어,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이 다양한 시나리오만 흘러나오고 있다. 결과적으로 유 의원의 공천 여부에 따라 여권에 미칠 향후 파장은 거셀 것으로 보인다.

공관위-최고위 유승민 공천 놓고 장고…유승민은 버티는 중!
친유승민계 무소속 출마·이의신청…친유연대에 새누리 빨간불

유승민 거취 최대 변수…현재권력과 정면승부냐, 불출마냐?

친박계와 비박계의 공천 대결 속에서 친박계는 물갈이를 통해 일정 지분을 확보했다는 분석과 함께 김무성 대표도 측근들이 단 한 명도 탈락하지 않아 이번 공천 수혜자라는 평이 나온다.

실제로 김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학용 김성태 권성동 박민식 박명재 의원이 공천을 확정지었다. 특히 강남 3구의 김종훈 심윤조 의원과 김영우 의원도 경선에 부쳐 생환 가능성이 높아졌다.

새누리당 친박계와 비박계의 박 터지는 공천 대결 속에 양 계파의 주요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 반면, 김무성 대표 측 인사들은 단 한 명도 공천에서 탈락하지 않아 이번 공천 최대 수혜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16일 기준으로 공천이 확정된 지역구 후보자 149명 중 87명이 친박 성향이다. 일부에선 친박 중진들의 세대교체를 통해 친박 물갈이를 완성했고, 이른바 ‘박근혜당’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반면 최대 피해자는 바로 유승민계다. 유 의원이 원내대표로 재임하며 청와대와 마찰을 빚은 국회법 파동 당시 원내대표단에 속해 있었거나 평소 유 의원과 가까운 사이였던 조해진·김희국·류성걸·이종훈 의원 등이 공천에서 탈락한 상태다.

새누리당 내에선 예상했던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당초 ‘친박계 세대교체론’, ‘친박계 중진을 내치고 유승민을 날린다’는 이른바 논개 작전까지 펼칠 것이란 관측이 맞아떨어졌다. 특히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유승민계 인사들을 ‘물갈이 대상 1호’로 지목했다는 평이다. “양반집 도련님”, “당 정체성 위배” 발언들이 결과적으로 유승민계와 유 의원을 지목한 것이다.

끝날 듯 끝나지 않는
유승민 공천 문제

문제는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을 여전히 매듭짓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은 “유 의원 스스로 결단 내리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고, 최고위원회는 물론 청와대도 섣부르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실제 이 위원장으로부터 ‘공’을 넘겨받은 당 지도부는 유 의원의 공천 문제를 매듭짓지 않고 공관위로 돌려보냈다. 더구나 공관위가 파행이 되면서 유 의원에 대한 공천이 계속적으로 미뤄지고 있다.

서로가 자신의 칼에 피를 묻히기 싫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친박계가 유 의원 ‘불출마 선언’을 압박하는 동시에, 공천 탈락한 유승민계가 이른바 ‘친유(유승민)연대’의 형식으로 뭉칠 틈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로 공천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온다. 일부에선 ‘무공천론’, ‘경선’, ‘단수추천’ 등 다양한 추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유 의원은 침묵으로 일관하며 ‘버티기’ 태세에 들어갔다. ‘불출마 선언’은 물론 ‘탈당 카드’도 먼저 선택하지 않겠다는 의도다. 실제로 유 의원은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 당시 청와대·친박계의 끈질긴 사퇴 압박에도 13일 동안 버텼다. 의원총회를 통해 전체 의원들의 뜻을 수용하는 형식이 갖춰진 뒤에야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났다. 결국 당에서 자신의 공천에 대한 결론이 나면 ‘중대결심’을 하겠다는 것이다.

친유승민계 움직임
예사롭지 않다

이한구-유승민 의원 간의 두뇌싸움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칼자루를 쥔 공관위가 유 의원을 배제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 위원장이 “당 정체성과 관련해 심하게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사람은 응분의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기 때문이다.

일부에선 유승민계와 유 의원이 무소속 출마 준비를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컷오프된 유승민계 의원들이 공천 결과에 반발하고 있는 것이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 18일 유승민계 의원들이 무소속 출마와 당의 공천에 이의를 신청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무소속 출마를 겨냥한 명분쌓기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유 의원과 친분이 깊은 조해진 의원은 무소속 출마를 선언했다. 조 의원은 “밀실공천이자 보복공천”이라며 이 위원장과 친박계를 비판했다.

유 의원과 사전 논의를 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내 입장에 대해 (유 의원에게) 미리 알렸다”며 “(유 의원이) 용기있고 힘있게, 당당하게 하라고 했다”고 답했다.

또 다른 유승민계 류성걸, 김희국 의원도 자신의 공천 배제에 대해 강력 반발하며 이의신청을 했다. 류 의원은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자신이 특별한 결격사유도 없이 공천에서 배제됐고, 김 의원도 3~5위를 벗어나지 못한 후보들만 경선에 붙이는 것이 문제라고 반발했다.

유승민계 의원들의 이 같은 반발에 다양한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이들이 유 의원과 향후 행보에 관해 논의하고 단체행동을 결의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것. 이 외에도 유 의원과 가까운 권은희 의원도 탈당 카드를 고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유 의원을 중심으로 한 구심력이 작동, 친유연대를 띄울 수도 있다는 것이다.

친유연대가 뜬다면 그 파괴력은 만만찮을 것으로 보인다. 대구지역에서 높은 인지도와 어느 정도 지지세력을 구축하고 있는 만큼 동정론이 불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수도권 민심에도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 출마한 새누리당 예비후보 캠프 관계자들은 유 의원과 대구 정가를 중심으로 불거진 ‘유승민계 학살’로 인해 수도권 후보들에게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는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여론조사 전문업체인 리얼미터가 14∼15일 전국 만19세 이상 남녀 1천1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 의원은 18.7%로, 19.3%를 기록한 김 대표를 바짝 추격했다.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p)

무소속 출마, 불출마 선언? 유승민의 선택지는

또 리얼미터가 14~16일 조사 결과((표본 1천518명,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5%p) 당 지지율은 새누리당이 40.7%로 지난 조사에 대비해 3.4% 떨어졌다. 유승민계 보복 공천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공관위가 유 의원 공천 논란이 수도권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해 결국 공천을 주고, 유 의원도 이를 받아들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유 의원의 어떤 결단을 내리느냐가 큰 변수다. 유 의원의 거취에 따라 TK지역 판도는 물론 ‘TK대권주자’로서의 자리매김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무소속 출마와 불출마가 대표적이다. 일부에서는 ‘친유연대’를 띄워 공천에 불이익을 받은 측근들과 함께 무소속 연대를 만들어 ‘유승민 VS 박근혜’ 구도로 한판 승부를 펼칠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위험부담이 따른다. 18대국회 당시 돌풍을 일으켰던 ‘친박연대’처럼 ‘친유연대’가 돌풍을 일으킬지 여부는 불확실하다. 특히 현재권력인 박 대통령이 TK방문했던 것처럼 ‘방문정치’를 통해 ‘친유연대’ 바람을 잠재울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공천에 낙마하더라도 대승적 차원에서 컷오프 결과를 수용, 백의종군 의사를 밝힐 필요가 있다는 말이 나온다. ‘핍박 받은 정치인’으로 각인돼 추후를 도모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과연 유 의원은 어떤 선택을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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