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삽 뜨기도 전에 삐걱…부실시공 논란 번질까

건식공법 vs 습식공법 설전… 누구 말이 맞나?
사 측 “사실무근, 모델하우스는 우리와 무관”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부산의 랜드마크’인 해운대 복합아파트 엘시티 건설 시공을 맡은 포스코 건설에 대한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85층의 주거타워 2개동이 논란의 중심에 있다. 커튼월(칸막이 구실만 하고 하중을 지지하지 아니하는 바깥벽. 고층 건축에서 많이 사용한다)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른바 ‘부실시공’ 의혹이 불거졌다. 포스코 건설이 분양받은 입주자들의 의견을 묵살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어떤 문제가 발생해 이러한 의혹들이 제기되는 것일까. [일요서울]이 단독으로 파헤쳐봤다. 

부산 해운대 복합아파트 엘시티 건설 시공을 맡은 포스코 건설이 커튼월 설치 과정에서 이른바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입주자들에게 선보였던 모델하우스 기준의 커튼월 방식이 설계도에서 배제되면서 거짓 시공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혹도 퍼지고 있다. 만약 이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다면 자칫 분양받은 입주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포스코 건설은 2015년 시공사로 선정됐다.

 제기되는 의혹들

[일요서울]이 취재한 바에 따르면 커튼월과 관련해 포스코 건설은 지난 2월 22일 입찰 전 시공방식에 대한 현장설명회를 가졌다. 일주일 뒤인 29일, 초고층 실적이 있는 회사를 입찰 기준으로 내세워 입찰업체를 공고했다. 당시 4개 업체가 입찰에 응했다. 그 결과 2개 업체가 선정됐다. 

문제는 커튼월 현장설명회가 이뤄진 이후 해운대 복합아파트 엘시티 건설에 대한 갖가지 의혹이 제기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입주자들에게 선보였던 모델하우스와는 다른 방식의 현장설명회가 이뤄졌다. 포스코 건설은 모델하우스에 건식공법을 선보였으나 입찰 과정에서는 습식공법 방식을 추구했다는 게 주된 골자다.

실제로 본지 취재 과정에서 만난 인사들은 “건식공법과 습식공법으로 하라는 구체적인 얘기는 없었으나 도면상으로 습식공법을 요구했다”며 “일례로 실리콘을 사용해 마감하라는 등의 내용은 사실상 습식공법”이라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모델하우스에서 선보였던 건식공법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커튼월 공법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면서 자연스럽게 동급이나 동급 이상의 설계 여부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입찰했던 업체들이 포스코 건설이 제안한 습식공법 설계도면을 기준으로 입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들은 건식 공법이 습식 공법에 비해 비용이 더 높기 때문에, 그런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두 공법의 차이는 무엇인까.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습식공법은 지진이 발생했을 때 3~5 규모의 지진을 견뎌낼 수 있는 반면, 건식공법은 7이상의 지진을 견뎌낼 수 있다”며 “가격면에서도 건식공법이 비싸고 내진성도 우수하다”고 귀띔했다. 한마디로 포스코 건설이 습식공법을 통해 가격을 낮췄다는 얘기다.

더구나 분양받은 입주자들에게 상황 설명을 할 필요가 있으나 포스코 건설에서 이 과정도 ‘생략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본지 취재 과정에서 포스코 건설이 입주자들의 의견을 무시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용납이 되지 않는 부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모델하우스가 있을 때에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계약을 했던 시방서(제품 또는 공사에 필요한 재료의 종류와 품질, 사용처, 시공 방법, 제품의 납기, 준공 기일 등 설계 도면에 나타내기 어려운 상황을 명확하게 기록한다)와 모델하우스 기준의 설계도를 반영해 공사한다. 다만 모델하우스에 선보였던 설계도 등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동급이나 동급 이상 설계를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변경이 될 경우에는 분양받은 입주자들에게 협의하고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 이유는 분양자들이 분양가격에 맞는 제품을 분양받길 원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경우 금전적인 보상을 해주거나 다른 방식으로 보상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분양사기’ 논란이 일 수 있다. 회사 이미지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런 의혹이 사실일 경우 분양받은 입주자들이 문제제기를 할 경우 포스코 건설이 큰 위기에 빠져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치권에서도 이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시방서 기준으로 공사

이에 대해 포스코 건설 측에서는 “건식공법으로 시공을 하고 있다. 초고층 건물의 경우 건식공법 이외는 다른 공법을 할 수가 없다”며 “그런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입찰 당시 모델하우스 설계도가 반영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중국건축(CSCEC)이 시공을 맡았을 당시 모델하우스가 지어졌다. 시공사로 선정되기 이전에 지어진 것이므로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시행사로부터 계약한 시방서를 기준으로 공사를 진행한 것이고, (우리)마음대로 변경할 수 없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본지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포스코 건설이 시공사로 정해진 뒤에서도 A업체와 모델하우스 계약을 맺고 건식공법으로 모델하우스를 재시공한것으로 확인됐다.

결과적으로 모델하우스는 분양받으려는 입주자들에게 ‘립서비스’ 차원에서 보여주기일 뿐 실상은 다를 수 있다는 게 취재 과정에서 만난 한 인사의 전언이다. 이런 가운데 입찰기준을 둘러싼 뒷말도 나오고 있어, 포스코 건설이 어떻게 대응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편, 부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건축물이 될 해운대관광리조트 엘시티 사업의 총 사업비는 2조 7000억 원을 넘는 초대형 개발사업이다. 이는 부산시 해운대구 중1동에 101층 랜드마크 타워 1개동과 85층 주거 타워 2개동을 짓는 사업이다.

랜드마크 타워에는 레지던스 호텔 561실과 6성급 관광호텔 260실이 들어서고, 주거 타워에는 882가구가 입주하게 된다. 건물 바로 앞에 해운대 백사장을 끼고 있는 이번 사업은 레저와 휴양, 쇼핑, 비즈니스를 아우르는 원스톱 리빙이 가능한 복합시설이다.
7122love@ilyoseoul.co.kr

커튼월이란?
장막벽이라고 하는 비내력 외주벽으로, 철근콘크리트조, 철골조, 철골철근콘크리트조 등의 구조에서 기둥, 보, 바닥판으로 형성되는 구조부의 외부를 금속재 또는 무기질 재료로써 공간을 수직방향으로 막아대는 비내력벽을 말한다. 커튼월의 주 목적은 비와 바람으로부터의 보호다. <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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