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4.13총선의 여야 후보들 공천과정을 지켜본 유권자들 생각이 과연 어떠할런지 궁금해진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정치판이 민생은 거들떠보지도 못하는 체 벌이는 여야 공천 전쟁이 한국정치판의 발가벗은 실체를 그대로 나타냈다고 본다. 또한 이 여야 공천 전쟁의 승리는 여야 어느 쪽이 했는가에 대한 유권자들 판단도 분명히 있었으리라 여긴다.

먼저 여당의 이한구 공천심사위원장이 첫 발표한 공천심사 기준을 살펴보자. 그가 처음 기자들 앞에 내놓은 ‘컷오프’ 대상 기준은 ‘논문 표절’과 도덕성에 가장 무게를 두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이후 나타난 결과는 논문표절 따위는 아예 꼬리조차 잘려나간 결과였다. 그런 후 이한구 공심위원장은 말을 바꿨다.

심사 기준에 가장 중점사항은 당의 정체성과 부합되지 않거나 그에 따른 문제를 유발시킨 사람은 반드시 배제대상이 될 것이라는데 초점을 맞춘 발언이었다. 이렇게 되니 정당정치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본질을 벗어나 정치적 공학과 함수에 의한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살 여지가 없지 않았다. 물론 정당의 공천 문제는 어떠어떠한 기준 보다는 가장 우선되는 대목이 선거 승리임을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심사 방식이 변하고 흔들리는 상황 자체를 이해 못하겠다는 건 아니다. 문제는 바로 그런 점에서 공천방향이 달라질 때는 유권자들을 존중하는 판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정당이 정무적 판단을 해야 하는 경우를 용납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당원은 당명을 따라야 함이 원칙이고, 당론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고군분투를 마다하지 않을 정신 무장이 돼 있어야 함이 마땅하다.

그러지를 못할 양이면 스스로 당을 떠나야 타당하다. 그런 점에서 이번의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 공천 문제를 둘러싼 새누리당 공심위의 모호한 태도는 스스로 무원칙한 감정적 측면을 드러내는 상황을 고백한 꼴이었다. 유승민 의원 본인도 이번 파동을 계기로 자신의 밑천을 다 드러냈다고 본다.

그가 좀 더 깊이 있는 정치인이었고, 진정으로 당을 사랑하며 측근을 보호해 지켜주는 덕목을 갖춘 정치인이었으면, 처신이 그다지 옳았다고 볼 수 없다. 측근 의원들이 다 쓰러지기 전에 당에 누를 끼친 사실을 인정해서 백의종군을 진작 선언 했으면 그는 분명히 깊은 감명을 안겨 지역 유권자들 뿐 아니라 전국적인 ‘대마’로 떠올랐을 것이다.

결국 유 의원이나 새누리당 공심위나 평가 받기는 애시당초에 글렀다. 아주 가관이었다는 기억이 4.13본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 그에 비해선 더민주당의 김종인 임시 대표가 훨씬 돋보인 게 사실이다. 특히 이해찬 공천 배제는 야당 혁신의 시발점이자 상징으로 보일만큼 유권자들에게 확실한 친노 패권주의 청산 의지를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김종인 대표가 공언했던 운동권 정당 체질을 바꾸겠다는 의지를 국민에게 어느 정도 확인시켰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만 좀 깊게 속을 들여다보면 ‘친노’ 운동권 의원 다수가 살아남아 ‘무늬만 물갈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한다는 평가 또한 수용해야 한다. 시대가 바뀌면서 새로운 사람이 나와야 하고, 그래야 과감한 정책 변화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연유로 국민은 정치판의 물갈이 아닌 판갈이를 강력히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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