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데이 선물 나눠주고 계열사 인수작업 돌입
[일요서울 | 이범희 기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회사 여직원들에게 사탕을 선물하는 등 스킨십 경영에 나서 화제다. 여기에 금호타이어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하면서 박 회장식 ‘퍼언숍(pawnshop, 전당포) 경영’이 덩달아 회자되고 있다. 퍼언숍 경영이란 경영난으로 재무적 투자자에 매각했던 옛 계열사들을 잇따라 되사들여 구조조정을 진행하는 것을 일컫는다. 재계도 박 회장 행보와 관련, 그동안 펴지 못한 기지개를 펼 것으로 기대한다.
12년째 사탕 선물로 임직원과 소통 이어가
퍼언숍 경영 또다시 회자…전망 기대돼
박삼구 회장은 지난 14일 화이트데이를 맞아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전체 여직원들에게 사탕을 선물했다. 박 회장의 화이트데이 선물은 2005년 시작해 올해까지 12년간 이어진 회사 전통으로 자리매김했다.
여직원 비율이 절반을 넘는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해, 금호타이어, 금호산업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에 근무하는 전체 여직원들 모두 박 회장의 사탕 선물을 받았다.
이번에 선물을 받은 여직원들은 국내 9700 여명, 해외 3900여명 등 총 1만3600여명이다. 여기에는 파견, 도·급직 여직원들까지 포함됐다.
출산 휴가 중인 아시아나항공의 한 여직원은 “출산 휴가로 집에서 쉬고 있는데도 사탕을 선물받아 감동받았다”고 전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회사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여직원들에게 작은 선물이지만, 격려와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뜻에서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에 재직할 때부터 임직원과 스킨십경영으로 유명했다. 그는 매년 초 계열사 임직원과 신년 및 상·하반기 신입사원 산행을 통해 소통의 장을 마련해 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박 회장은 수시로 업무현장을 찾아 임직원을 격려한다”며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여성인력에 대한 배려와 양성평등원칙 등 여성친화적인 기업문화를 조성해 어려움없이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도록 출산 및 육아휴직, 보육비 지원 등 적극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올 초에는 전 계열사에서 각각 진행하는 신년 산행에 일일이 참석해 직원들에게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해 더 강한 그룹으로 거듭났던 역사를 강조하는 등 열정과 집념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과거 명성 되찾나
이에 따라 박 회장은 올해 경영방침을 ‘제2창업’으로 정하고 워크아웃 졸업에 박차를 가하며 경영정상화에 매진하고 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호타이어 채권단이 지난 2일부터 실사작업에 벌이고 있는 가운데 박 회장도 인수를 위한 사전작업에 돌입했다.
지난 15일 금호아시아나 등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인수 작업을 맡은 그룹 전략경영실을 지난 1일자로 아시아나항공에서 금호산업 소속으로 이관했다. 지난달 승진한 박 회장의 외아들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도 금호산업 이사회 멤버로 불러들이는 등 숙원사업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또 ‘옥상옥’ 구조로 돼 있는 금호산업 최대주주(46.51%)인 금호기업을 합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위주로 전열을 가다듬고 금호타이어 인수전에 본격 뛰어들 준비를 하는 셈이다.
현재 금호타이어는 매각 공고 전 단계인 타당성 조사를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금호타이어 가치를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해 1조 원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호타이어가 중국에 4개 공장 등을 운영하고 있는 점 때문에 해외 타이어 업체들도 관심을 표명하고 있어 실제 매각가는 더 올라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인수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타이어 인수를 통한 완전한 그룹 재건을 꿈꾸는 박 회장의 계획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 회장 측이 우선매수권을 가지고 있지만 가격이 높아지면 자금력이 부족해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에는 박 회장이 지정하는 기업이 우선 매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3자 지정권’을 쓸 수 없어 금호산업 때처럼 타기업을 이용하기도 용이하지 않다.
IB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때문에 조건이 까다로워 해외기업이나 PEF들이 적극적으로 인수에 참여하지 못했다”며 “이번의 경우 그런 제약이 없어 박 회장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할 수 없을 정도의 높은 가격을 써내면 된다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 입장에서 유일하게 남은 제조업이자 캐시카우(현찰 보유력)였던 금호타이어를 어떻게든 인수하려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는 박 회장의 일련의 행보와 관련해 과거 그가 진행했던 퍼언숍 경영에 빗대어 이야기 한다. 최근 구조조정으로 자산을 매각하는 기업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박 회장의 ‘퍼언숍 경영’ 출발은 지난 2003년이다. 당시 금호산업에서 타이어부분을 따로 떼어 지분 70%를 군인공제회에 매각, 1조4000여억 원을 마련했다. 그리고 2년여 후인 2005년, 금호타이어 경영권을 회수했다. 군인공제회가 기업공개(IPO)를 하면서 보유지분을 시장에 매각하자 2대주주이던 금호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서게 돼 큰 돈을 들이지도 않았다.
박 회장은 2009년 무리하게 인수했던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내놓으면서도 함께 매각되는 금호아시아나의 옛 계열사들에 우선매수권(call-back option)을 붙였다. 그리고 2012년에 금호터미널, 올 초에는 금호리조트를 되샀다.
최근에는 매각 작업이 시작된 금호고속에 ‘찜’을 했다. 심지어 “그룹의 모기업인데, 다른 곳이 인수한다면 ‘금호’ 브랜드의 사용을 금지하겠다”며 으름장까지 놓았다. 그런 뚝심이 오늘날의 박삼구식 금호를 만들었다는 것을 의심치 않는다. 또한 향후 그룹 재건 및 명성을 찾아 박삼구 회장의 앞날이 밝을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고 자평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이 경영권 분쟁 및 승자의 저주를 꿋꿋이 이겨낸 만큼 기업 되찾기는 물론 명가 재건을 위해 한 걸음씩 나아갈 것”이라며 금호의 앞날의 청사진을 기대했다.
skycros@ilyoseoul.co.kr
이범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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