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므파탈 이란? 남성을 유혹해 죽음이나 고통 등 극한의 상황으로 치닫게 만드는 ‘숙명의 여인’을 뜻하는 사회심리학 용어.지적이고 냉철한 수사관(‘공동경비구역 JSA’). 매력적이지만 이기적인 이혼녀(‘봄날은 간다’). 명랑함 속에 강인함을 지닌 의녀(‘대장금’). 맡는 배역마다 독특한 색깔의 연기로 사랑 받아온 배우 이영애(34)가 영화 ‘친절한 금자씨’로 돌아온다.‘친절한 금자씨’는 13년 동안 억울하게 감옥살이를 한 여자 금자가 자신을 가둔 한 남자에 대해 벌이는 복수극. 스무살 때 감옥에 들어간 금자가 모범적인 수감생활을 하면서 치밀하게 복수를 준비해 출감 후 실행에 옮긴다는 내용이다.얼굴은 친절한 미소를 짓고 있지만 그 뒤에서 잔혹한 복수를 꿈꾸는 속을 알 수 없는 역할이다.

그동안의 지적이며 청순한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캐릭터. ‘올드 보이’ 박찬욱 감독의 신작이며 배우 이영애의 4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 ‘친절한 금자씨’(제작 모호필름)의 촬영현장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파주에서 처음으로 공개됐다.30분여의 짧은 촬영장 공개 후 파주시 예술마을 헤이리 커뮤니티하우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영애는 “배우 이영애에게 특별할 영화일 뿐 아니라 우리 영화계 전체에서도 드문 영화가 될 것’이라고 스크린 복귀 소감을 밝혔다.반짝이는 흰 구두와 ‘친절한 금자씨’의 포스터를 연상시키는 흰 옷을 입고 등장한 이영애는 예의 나긋한 말투로 말문을 열었다.

“금자는 한마디로 규정지을 수 없을 만큼 복잡한 동시에 재미있는 캐릭터입니다. 이전에 감독님이 하신 복수 시리즈(‘복수는 나의 것’ ‘올드 보이’)를 잇는 작품인 만큼 액션장면이 많아 힘들었어요. 전작들이 훌륭했고 다른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담이 컸지만 촬영이 거의 끝나가는 지금 그 결정이 옳았다고 생각합니다.”이영애는 박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을 보면서 ‘나도 이런 영화 한번 해봤으면’하고 생각했다는데 ‘효자동 이발사’ 시사회 때 만난 박 감독이 먼저 출연을 제의했다고. “운이 좋았던 것 같아요. 감독님은 박식하고 나도 몰랐던 내 장점을 찾아 이끌어내 줍니다. 이번 영화에는 이전의 내 모습과 다른 것이 많아 주저하거나 꺼려지는 점이 없지 않았어요. 하지만 감독님을 믿고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박 감독과는 ‘공동경비구역 JSA’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곁에 있던 박 감독은 “이영애는 조용하고 얌전하고 말할 때도 소곤소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보는 사람들이 깜짝 놀랄 만큼 섬뜩하거나 아주 우스꽝스러운 모습도 보여준다”며 “연기를 잘하기도 하지만 그런 연기를 주저하지 않는다는 점을 더 칭찬하고 싶다”고 거들었다.박 감독은 또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보고 이영애에 매료됐다”며 “‘친절한 금자씨’는 이영애를 위해서 기획되고 쓰여졌다”고 덧붙였다.이영애는 영화처럼 복수할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겠냐는 질문에 “그런 일이 없어 감정이입이 힘들었다”며 “결말이 내 생각이기도 하니 영화를 보면 더 이야기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다”라고 여운을 남겼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영애는 ‘미모의 여자가 13년간 복역한 후 복수를 감행한다’는 정도와 몇몇 출연진만 알려진 영화의 속내에 대해 여전히 확실한 답을 주지 않았다. 기억나는 장면에 대한 질문에도 “너무 많다”고 대답했으며, 상대 배우 최민식과의 작업에 대해서도 “재미 있었다”는 등의 일반적인 답변으로 영화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켰다. 그동안 보여주지 않은 자신의 모습 때문에 스스로도 놀랍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다는 이영애는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영화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라는 말로 취재진의 질문공세에 답했다. 이영애의 비밀스러운 변신이 기대되는 영화 ‘친절한 금자씨’는 오는 7월 개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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