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Y’ 합체냐, 유승민 견제냐…친박 긴장해라!

[일요서울 | 박형남 기자] 유승민 의원이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김무성 대표는 급기야 ‘옥새 투쟁’에 돌입했다. 그 결과는 절반의 성공이다. 정종섭(대구 동갑)·이인선(대구 수성을)·추경호(대구 달성) 후보 3명에 대해서만 공천을 의결하기로 했고, 유승민·이재오 의원 지역구는 무공천하기로 했다. 여권에선 ‘이한구-친박계 합작’에 밀렸던 김 대표의 옥새 투쟁은 ‘신의 한 수’였다는 결론이다. 특히 이번 빅딜에 대해 “김 대표가 대권 행보를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반응에서부터 “박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여권에선 김 대표가 ‘배신의 정치’로 낙인된 유 의원을 구한 것에 대해 박 대통령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반대로 언론의 조명을 받았던 유 의원 대신 김 대표가 집중조명을 받았다는 것은 ‘득’이다. 하지만 우려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봉합’은 됐지만 박 대통령에게 비수를 꽂은 이상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유승민 살리기, 김무성 옥새투쟁 전말을 총정리했다. 

▲ <정대웅 기자> photo@ilyoseoul.co.kr
‘옥새 파동’ 일으킨 김무성, ‘당초 계획대로 됐다’
유승민 ‘박근혜 겨냥’, 김무성 ‘유승민 발언 공감’ 

“김무성 대표가 제안했던 ‘유승민 지역구 무공천’ 안을 이한구 위원장이나 친박계가 받았어야 했다. 김 대표가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지난 23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지역구(대구 동구을) 무공천’을 요구한 것을 두고 당 재선 의원은 본지 기자에게 이렇게 설명했다. 이날 김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합당한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무공천 지역으로 결정하는 게 옳다”며 “이 시간에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공천을 받지 않은 채 무소속으로) 출마를 하려면 오늘 밤 12시까지 탈당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앞서의 재선 의원은 “김 대표가 빅딜을 제안했다고 봐야 한다. 옥새 투쟁을 하기 전에 대구 동구을 등을 내주는 대신 나머지 지역에 대한 ‘무공천 철회’ 조건을 받았어야 했다”며 “이한구 위원장 등 친박계가 받아들이지 않자 사실상 김 대표는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최고위원회 때 유승민 지역구 등 상징적인 세 군데를 무공천하고 나머지는 철회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친박계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후문이다.

급기야 김 대표는 24일 긴급기자회견을 통해 “보류된 5개(서울 은평을 유재길 새은평미래연대 대표, 서울 송파을 유영하 전 인권위 상임위원, 대구 동갑 정종섭 전 행정자치부 장관, 대구 달성 추경호 전 국무조정실장, 대구 동구을 이재만 전 동구청장) 지역에 대한 공관위 결정에 대해 의결하지 않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후보 등록이 끝나는 내일까지 최고위를 열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소위 ‘박근혜 호위무사’로 불리는 이들의 발이 꽁꽁 묶여버렸다. 이들은 무소속 출마조차 할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린 것.

‘무공천 시사→빅딜’
김무성의 ‘신의 한 수’

유승민 의원이 무소속 출마를 선언한 뒤 김 대표까지 ‘옥새 전쟁’을 선포하면서 친박계와 전면전을 치렀다. 워딩의 강도도 한층 높아진 모습이다. 공천에 대한 결말이 나오지 않아, 잠행했던 유 의원은 대놓고 청와대와 친박계를 비판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김 대표도 유 의원의 발언에 동조하는 듯 의미심장한 말을 남기기도 했다.

지난 23일 공관위-최고위가 ‘유승민 폭탄돌리기’를 할 때 유 의원은 탈당과 함께 쓴소리를 했다. 친박계와 청와대를 향해 “공천을 주도한 그들에게 정체성에 대한 고민은 애당초 없었고 진박, 비박이라는 편 가르기만 있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헌법을 거론하며 박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는 “우리 헌법 1조 2항은 국민 권력을 담고 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 없다. 헌법에 의지한 채 오래 정든 집을 잠시 떠나려고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김 대표는 “당을 떠난 동지들이 남긴 ‘이건 정의도 민주주의도 아니다. 밀실공천에 보복을 당했다’는 말이 가슴에 비수로 꽂힌다”고 했고, ‘옥새 투쟁’을 선포한 뒤 부산을 찾은 자리에서 김 대표는 “정치하는 사람이라면 오직 국민만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말해, 유 의원의 탈당 기자회견에 공감을 표하는 발언을 했다.

정치권, “돌아올 수 없는 다리 건넜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두고 “김 대표가 유 의원을 살리고, 대권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승부수를 던졌다”고 해석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이 위원장이 그동안 청와대와 친박계를 믿고, 공천권을 너무 휘둘렀다. 심지어 당 대표에 대한 배려조차 하지 않은 채 김 대표를 무시해왔다. 게다가 유승민계가 모두 날아가는 동안 김 대표는 ‘친박계와 빅딜설’이 나돌았다. 김 대표를 믿을 수 없다는 당내 분위기가 형성됐다. 이 때문에 김 대표로서도 승부수를 던질 수밖에 없었다. 지금이 ‘적기’라고 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승부수는 적중했다. 김 대표는 유승민 의원 구하기에 성공했다. 게다가 유 의원에 대한 마음의 빚도 갚았을 뿐 아니라 친박계를 견제할 기회도 잡았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이 원내대표로 발탁되면서 ‘K-Y라인’ 비박계 지도체제가 꾸려졌다. 그러나 국회법 거부권 파동으로 김 대표는 유 의원을 자진사퇴 시켰다. 게다가 유 의원의 러닝메이트였던 원유철 정책위의장을 후임 원내대표로 앉히는 데 역할을 했다. 이러다 보니 친박계와의 대결에서 늘 밀렸다. ‘30시간 법칙’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또 김 대표는 유 의원에게 ‘미안함’이 생겼고, 유 의원 측에서는 배신을 당했다는 분위기였다. 한마디로 둘의 관계가 소원해졌던 것. 하지만 ‘옥새 투쟁’을 통해 김 대표는 유 의원을 살리면서 ‘K-Y 라인’ 복원과 함께 친박계와 맞붙을 힘이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이에 대해 유승민계 한 인사는 “글쎄”라며 “지켜봐야 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배신의 정치’로 낙인찍힌 유 의원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형성해 비박계 차기 대권 후보로 급성장했기 때문이다. 대권 후보 여론조사에서 김 대표를 바짝 추격하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한다. 김 대표로서는 껄끄러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비박계 주도권을 놓고 김 대표와 유 의원이 맞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박 대통령 의도와 정면 배치
청와대, 속으로 부글부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 의원에 비해 김 대표가 더 큰 이득을 챙겼다. 유 의원에 쏠릴 것 같았던 스포트라이트를 차단하고 김 대표가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실도 있다. 무엇보다 유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박 대통령을 겨냥했고, 김 대표도 유 의원의 발언에 동조하는 등 두 사람 모두 박 대통령과 친박에게 정면으로 맞설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김 대표가 무공천하겠다고 밝힌 지역구는 진박 후보들로 공천이 결정된 지역이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를 거론하며 물갈이를 강조했던 박 대통령의 의도에 정면으로 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박 대통령과의 관계에선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종섭, 추경호 후보 등 일부 진박 후보들은 구제했지만 유승민, 이재오 의원 등 비박 핵심 인사들을 생존시켰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과 김 대표의 갈등은 불가피하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런 분위기는 청와대에서 감지되고 있다. 공개적인 언급을 할 경우 공천 개입 논란을 야기시킬 수 있어 말을 아끼고 있지만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고 있다. “박 대통령과 반대편에 선 유 의원과 이 의원, 비주류인 서울 송파을 김영순 후보를 챙겨 본인의 이익을 위해 ‘빅딜’을 했다는 게 불만의 주된 골자다. 일부에선 박 대통령이 이번 파동에 불편한 심기를 노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5일 오후 경기북부지방경찰청 개소식에서 “국민의 대의기관인 국회와 정치권에서도 본인들만의 정치에서 벗어나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국가를 위기에서 구해내려는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겨냥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여권 일부에선 친박계와 박 대통령이 김 대표를 차기 대권 주자로 성공하도록 내버려두지만은 않을 것이란 말이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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