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이재만에 지면 큰 부담

[일요서울ㅣ류제성 언론인] 새누리당 공천 갈등의 핵심은 유승민 의원(대구 동을)이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자기 정치’ ‘배신의 정치’ 당사자로 지목해 원내대표 자리에서 축출한 그에게 공천을 주지 않기 위해 친박계가 전력을 다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은 대구 동을 공천을 미루면서 유 의원이 스스로 불출마를 선언하거나 탈당하라고 압박했다. 최경환·조원진 의원 같은 친박 핵심부에서도 유 의원에게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지 말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유 의원의 퇴로는 없는 듯 했고, 결국 선관위 후보등록 하루 전에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이 때 김무성 대표가 ‘유승민 구하기’에 나섰다. 새누리당 대구 동을 공천자로 내정된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의 공천장에 도장을 찍지 않겠다며 버텼다. 결국 김 대표와 친박계 핵심부의 막후 협상에 의해 대구 동을은 무공천 선거구가 됐다. 유 의원은 막판에 후보등록을 한 더불어민주당 이승천 후보와 본선을 치르게 됐지만 큰 이변이 없는 한 국회 재입성이 유력하다.

박 대통령의 의중을 읽어 ‘유승민 고사(枯死) 작전’에 전력을 쏟았던 친박계는 왜 유승민 살리기에 동의했을까. 그 배경에 현실적인 정치적 고려가 있었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첫째, ‘무소속 유승민-새누리당 이재만’ 맞대결에서 유 의원이 승리할 경우의 부담이다. 유 의원이 여당을 탈당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해 여당 공천을 받은 후보를 이긴다면 그 자체로 박근혜 정부에 엄청난 부담이 된다. 박 대통령 눈 밖에 난 후보가 여당 공천자를 누를 경우 그 결과가 곧 대구민심으로 비쳐질 수 있는 까닭이다.

둘째, 유승민을 살리더라도 정종섭을 구할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막후 협상 없이 김 대표가 끝까지 버티면 정종섭 후보는 출마 자체가 원천봉쇄될 상황이었다. 서울대 로스쿨 원장 출신인 정 후보에 대한 박 대통령의 신임이 각별한 걸로 알려진다. 헌법학자인 그를 행정자치부 장관으로 전격 발탁한 데서도 알 수 있다.

셋째, 박 대통령의 옛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을 무공천 지역으로 남겨두는 것도 상당히 어색한 결과였다. 친박 핵심부에선 원래 이곳에 ‘진박’ 후보로 출사표를 던졌던 곽상도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중-남구로 옮기도록 교통정리를 하면서까지 추경호 후보에게 공천을 줬다. 그런 마당에 무공천 지역으로 남기긴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
ilyoseoul@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