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총선을 총 지휘하는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대책위원장이 모두 경제 전문가라는 데서 주목케 한다. 우리나라 경제상황이 몹시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한다. 더민주당은 박근혜 정부가 경제정책에서 실패했다면서 ‘잃어버린 8년’이라고 비판하며 ‘경제 심판론’을 내걸었다.

새누리당의 강봉균 공동선거대책위원장과 더민주당의 김종인 선거대책위원장 경력은 서로 비슷하다. 강 위원장은 보수우파 대통령의 정책기획수석, 정보통신부장관, 재정경제부장관을 거쳐 열린우리당 등 진보좌파 지역구 국회의원을 세 번 했다. 김 위원장도 보수우파 대통령의 경제수석비서관을 지낸 뒤 보건부장관을 거쳐 여당과 야당의 전국구 국회의원을 네 번 했다.

강·김 두 위원장들은 대북관계에서는 똑 같이 보수우익 노선을 추구한다. 강 위원장은 진보좌파 정당 소속이었으면서도 김대중 대통령의 퍼주기·비위맞춰주기 햇볕정책을 비판했고 금강산관광을 반대했다. 김종인 위원장도 북한 권력의 ‘궤멸’ 필연성을 역설하고 남한의 북한 흡수통일 정당성을 주장한다.

그러나 둘은 경제정책에서는 크게 다르다. 강 위원장은 선별적 복지와 ‘경제 성장론’을 주장하는 데 반해, 김 위원장은 무상복지, 대기업 규제 강화, 중소기업 육성 등에 역점을 둔 ‘경제 민주화’를 강조한다. 강 위원장은 김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를 20여년 전 제기됐던 ‘평등주의적인 개념’이라며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이라고 비판했다. 강 위원장은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 완화와 중소 자영업자 지원 등 복지도 챙긴다고 주장한다. 그는 금리를 낮춰도 시중에 돈이 돌지 않는다며 경기부양을 위해 ‘한국판 양적완화(돈을 찍어 시장에 공급)’를 주장했지만, 한국의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미국과 일본에 비해 높은 편이므로 적절치 않다는 반박에 부닥쳤다. 양적완화 시 자본유출 위험 등 부작용이 따른다고 지적되었다.

한편 김 위원장은 “기업이 성장하면 중소기업도 따라서 성장할 것이라고 했지만, 대기업만 성장했다.”며 대기업 편중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경제 민주화’가 요구된다고 했다. 청년취업활동비 60만 원 지급, 고교 무상교육,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월 30만 원 기초연금 지급 등도 제시했다. 특히 재벌의 성장은 정부의 ‘각종 특혜’ 덕이라며 재벌 규제를 주장했다.

‘경제 성장’과 ‘경제 민주화’ 둘 중 어떤 것이 옳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경제 성장’을 위해 대기업 규제에 소흘하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떨어트리고 빈부격차를 심화시켜 결국 경제성장의 발목을 잡는다. 그렇다고 김 위원장 말대로 대기업 규제를 강화하고 무상복지를 확대하면 기업 의욕과 국제경쟁력을 저해하며 국가재정 부담을 가중시켜 성장 동력을 잠식한다.

여기에 주목해야 할 대목은 오늘의 우리나라 경제가 구조적으로 장기 침체 국면에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3월6일 한국경제인연합회가 발표한 ‘위기의 한국경제…’에 따르면, “구조적 장기 침체로 한국경제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청년실업률은 2월 기준 12.5%로 1999년 새 통계기준이 적용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통계에 따르면 20대(大) 그룹의 근로자 수도 14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다. 수출도 3월 14개월째 최장기 감소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지표가 유례없이 어려울 때 경제정책이 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소득 재분배의 ‘경제 민주화’보다는 ‘경제 성장’ 우선이어야 한다. 김종인 위원장의 ‘경제 민주화’는 소외된 계층과 중소기업을 돕는다는 데서 마다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오늘의 우리 경제가 장기 침체로 무너져 가고 있음을 목도할 때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이 급하다. 백성은 누가 통치하든 등이 따습고 배가 불러야 태평성대(太平聖代)라고 한다는 데서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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