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손해배상 제도는 아직도 수십 년 전의 계산 방식을 유지하고 있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여 팔이 부러지거나 손가락이 절단되는 등 장애가 발생한 경우에 노동능력 상실률을 의사에게 물어본 후 그 비율만큼 소득이 상실되었다고 보아 손해액을 배상하도록 한다.

이를 일실수입이라고 하는데, 이는 가동연한까지만 인정된다. 농촌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경우에도 60세가 될 때까지만 일할 수 있는 것으로 보아 60세까지 상실률만큼의 수입을 배상하라고 한다. 그런데 법원의 계산과 달리 실제 농촌에 가보면 60세 이상된 노인들이 청년들 못지않게 일을 하고 있다.
 
실제 63, 65세의 노인이 사고를 당한 경우에도 당시 농사를 짓고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인데 법원에서는 어떻게 판결을 하였을까. 법원에서 현실을 무시할 수 없어 다음과 같이 원칙과는 상반된 이유를 붙여 가동연한을 추가로 늘리고 있다.
 
농업 기본통계자료에 의하면 00지역 전체 농업 종사인구 중 경우 거주 지역 내 농업인들의 평균 연령은 57세이고, 그 마을 전체 농업경영자 120명 중 60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약 28.1% 정도에 이르고 있었던 점, 우리나라 농촌 노동력의 고령화 추세 등을 종합하여 볼 때 65세가 될 때까지 가동 연한을 인정함이 상당하다
 
이에 의하면 가동연한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고무줄 잣대를 들이대는 듯하다. 그러나 60세 미만인 사람은 일단 60세까지만 일하는 것으로 본다는 원칙은 변함이 없다.
 
법원에서는 월 가동일수도 농촌의 경우 25일을 인정한다. 그러나 실제 농촌의 현실은 다르다. 매일 일하는 것도 모자라 아침 새벽 5시부터 밤늦게까지 주말, 휴일도 없이 일하고 있는 사람도 많다. 반대로 25일도 일을 하지 않고 빈둥거리며 노는 사람도 있다. 열심히 일하던 사람이 다쳤다면 25일 이상 일할 수 있었는데 못한 것이 된다. 그런데 도시 일용노동자는 22일만 일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토요일, 일요일은 무조건 일을 안 한다는 것이다.
 
자식이 다쳐 장애자가 되었는데 부모의 아픈 마음은 노동능력 상실률로 계산한 손해배상을 받는다고 해서 원상복구가 될 수 없다. 상처받은 본인과 부모의 마음은 100% 보상해 줄 곳은 없다. 충분한 금전적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보지만 그렇게 되면 보험회사들이 보험료를 엄청나게 올릴 것이기 때문에 또 다른 부작용이 생길까 걱정된다. 손해배상 사건을 끝내고 나면 인정된 손해배상금액을 보면서 웬지 섭섭함이 남는다. 손해배상을 아무리 많이 받아도 사고를 당하지 않는 것에 비할 것이 못 된다.
 
<이재구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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