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블룸버그통신은 핵안보정상회의 참석차 방미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에게 “어떤 업적을 남긴 대통령으로 기억되길 바라느냐”고 서면 질문했다. 박 대통령은 3월30일 답변을 통해 ‘북한의 도발-대화-추가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북한이 변화의 길로 나설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어 한반도 평화통일의 초석을 놓은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은 제재와 압박을 통해 북한 변화를 이끌어내야만 궁극적으로 ‘제대로 된 평화’를 이룰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로부터 4일만에 박 대통령의 ‘기억되고 싶은 업적’은 북한에 의해 시험대 위에 서게 되었다. 4월3일 북한 국방위원회가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제재보다 안정 유지가 급선무이고 군사적 압박보다 (미국과 북한 간의) ‘협상’ 마련이 근본 해결책“이라고 밝혔다는 데서 그렇다. ‘협상’을 띄운 것이다. 북의 4.3 담화는 박 대통령이 앞으로 대북 제재와 압박을 계속하느냐, 아니면 북한의 의도대로 ‘협상’으로 돌아서느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지 않을 수 없게 했다.

북한의 협상 언급은 상투적인 대남 기만 책동일 뿐이다. 박 대통령도 언급했듯이 북한은 ‘도발-대화-추가 도발의 악순환’을 거듭해왔다. 1월6일 4차 핵실험 이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및 중·단거리 로켓 연이은 발사, 김정은의 남한 원자력발전소·공항·정수장 등 기간산업시설 테러 준비 지시, 서울 해방작전 훈련, 청와대·백악관 조준폭파 영상 공개 등 섬뜩한 도발 수위를 높여왔다. 북한의 4.3 협상 언급은 4차 핵실험 후 격화시켜온 도발 다음 단계로서 대화 수순으로 나서는 기만책동임이 틀림없다. 핵을 포기하겠다는 의도는 전혀 없다.

북한의 협상 언급 저의는 대북 제재를 누그러뜨리자는 데 있다. 또 협상 분위기를 띄워 총선 열풍에 휩싸인 남한 정치권에 대북 제재와 압박을 풀고 대화에 나서라는 여론을 선동키 위한 데도 있다. 가열되어 가는 미국의 대통령 예비선거에서 ‘미·북 평화협정’ 협상 주장을 자극하기 위한 책략과도 무관치 않다. 1974년부터 시작한 북한의 ‘미·북 평화협정’ 요구는 협상과정에서 한국을 배제해야 한다며 주한미군 철수를 전제로 하고 있다.

북한의 4.3 담화 기만성은 다음 대목에서도 드러났다.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관련, “제재 소동이 우리 삶의 공간을 완전히 질식시키는 데 집중되고 있다.”며 “세계 전쟁사에서 가장 가혹한 제재의 대명사였던 레닌그라드 봉쇄도 조선반도에 조성된 오늘의 정세에는 대비(비교)조차 할수 없다.”고 했다. 그밖에도 “제재의 마수는 우리가 먹고 입고 쓰고 사는 모든 것의 곳곳에 깊숙이 뻗쳤다.“고 했다.

북한의 피해 과장과 엄살은 자유세계 시민들의 동정심을 자극해 북한에 가해지는 ‘가혹한 제재’와 압박을 풀도록 반대여론을 선동하기 위한 데 있다. 지난 날 북한이 구호식량을 얻어내기 위해 병들어 뼈만 앙상한 어린이들을 한 자리에 모아놓고 보여주며 자유세계의 동정심을 유발했던 수법 그대로이다. 그렇지만 실제로 북한주민들은 “우리가 한두 해 당하는 것도 아닌데 뭐…”라며 국제사회의 제재는 용두사미로 끝날 것이라고 비웃었다.

북한의 도발 악순환 고리를 끊으려는 박 대통령의 결의는 이제 북한의 협상 언급으로 시험대 위에 오르게 되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북한이 핵 폐기를 먼저 행동으로 보여주기 전 모처럼 강화된 대북 제재와 압박의 끈을 조금이라도 늦춰서는 아니 된다. 박 대통령이 ‘기억되고 싶은 업적’으로서 북한 도발의 ‘악순환 고리를 끊고 북이 변화의 길’로 나서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북한 주민들이 비웃듯이 용두사미로 그쳐서는 안된다. 박 대통령은 결연한 의지와 인내심으로 버틴다면 “기억되고 싶은 업적”과 “제대로 된 평화”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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