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1000억 원 터뜨린 주부 출신 CEO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2016년에도 여풍이 계속 불 것으로 보인다. 각계 분야에서 여성이 리더 자리에 오르는 일이 계속 늘고 있다. 그동안 여성들의 사회 활동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이란 의미의 ‘유리천장’에 가로막히는 일이 많았다. 능력과 자격을 갖춰도 고위직으로의 승진이 차단되는 상황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성대통령, 여성 CEO, 여성 임원 등 유리천장을 깬 주인공들이 늘어나면서 ‘여풍당당(女風堂堂)’이란 신조어도 나타났다. 이에 [일요서울]은 여성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주인공들을 살펴봤다. 그 열 번째 주인공은 한경희생활과학 한경희 대표다.

7~8억 빚 불구 성공한 원동력은
‘다양한 경력’ 묵묵한 행보 눈길

한경희생활과학을 이끌고 있는 한경희 대표는 주부 출신 CEO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주부들을 ‘걸레질’에서 해방시킨 인물로 유명하다.

그는 집 안 청소를 하다가 ‘걸레질 좀 편하게 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을 하던 중 아이디어가 떠올라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전까지 한경희 대표는 평범한 맞벌이 주부였다. 그는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한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사무국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미국에서 MBA 이수 후에는 투자회사에서 일했으며,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교육행정 사무관으로 일했다.

그야말로 꿈의 직장을 두루 섭렵한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였던 그는 1999년 한영전기란 사명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자본금 3억 원으로 스팀청소기 개발에 착수한 그는 3년 뒤인 2001년 신제품 개발에 성공했다. 대걸레질하듯 서서 청소할 수 있는 도구인 스팀청소기가 탄생한 것이다. 한경희 대표는 최초의 스팀청소기를 시작으로 스팀다리미, 살균수제조기, 살균청소기 등 새로운 제품을 내놓으면서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여성 사업가에 등극했다.

틈새시장의 성공에 힘입은 그는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주목해야 할 최고의 여성 50인’에 포함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 같은 성공 반열에 올라 있는 현재도 매일 새벽 다섯시 반에 일어나 출근을 준비한다. 30대에 사업을 시작해 어느덧 50대가 될 때까지 가장 먼저 사무실에 도착하는 부지런함을 유지하고 있다.

이 과정에는 고난도 함께했다. 특히 기계에 문외한이었다는 점은 한 대표의 고충 중 하나였다. 하지만 한 대표는 직접 발품을 팔고, 전문가들을 찾아다니며 조언을 구했다. 이 때 한 대표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바지사장’, ‘걸어 다니는 민폐’ 등의 소리를 듣는 수난을 겪었다.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편견과 제약을 받은 경험은 또 있다. 한 대표는 과거 정부지원사업을 신청했지만 여성 차별로 탈락한 바 있다.

한 대표는 “정부 지원사업을 신청했을 당시 평가자들이 ‘당신 남편이 무슨 사업을 하길래 당신이 나와서 바지사장처럼 이런 걸 하려고 하느냐. 솔직히 말해라’고 하더라”면서 “그 정부지원사업에서 탈락했다. 굉장히 뼈아픈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가족이 원동력

뿐만 아니라 스팀청소기를 개발하기까지 3년이란 시간이 걸린 만큼 금전적인 부담도 컸다.

한경희 대표는 “사업 초창기 아무것도 없이 시작해서 굉장히 힘들었다”며 “시부모님과 친정 부모님까지 집을 저당 잡힌 상황이었다. 빚이 7억~8억 원이었는데 온 가족이 길바닥에 나앉을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고 털어놨다.

한 대표는 이 같은 고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언제든지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자신감 내지 포기하지 않는 집념”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에서 여성 사업가는 용감해야 한다. 용기가 필요한 자리다. 본인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해 당당하게 내세우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 한 대표를 믿어준 ‘가족’의 힘도 큰 원동력이 됐다. 그의 시어머니는 “실패해도 좋다. 연연하지 마라”는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은 당시 하던 사업을 접고 물심양면 한 대표를 도왔다.

이 같은 경험 때문인지 한 대표의 목표는 ‘가족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됐다. 가정을 꾸려나가는 가족 구성원들을 위한 제품을 개발하고, 선보이겠다는 것이다.

또한 “끊임없이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걸 시도하고 노력하는 DNA를 심는 것을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한다.

최근 한경희생활과학은 회사 자금난으로 또 한번의 고난을 겪는 상태다. 2010~2012년 평균 매출액 750억 원선을 기록했지만 2013~2014년에 접어들면서 640억 원선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또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2014년 적자상황을 맞이했다.

하지만 그동안 한 대표가 보여준 끊임없는 노력과 연구 성과로 묵묵히 회사를 이끌어왔다는 점으로 볼 때 이번 위기도 극복해낼 것이란 시선이 나온다.

지난해 매출액 수준도 예년 수준을 유지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위칼, 건강식 제조기, 스팀물걸레 등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출시해왔기 때문이다.

한 대표는 올해 신제품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최고 히트 상품인 스팀청소기와 스팀다리미와 같은 주력 신제품을 만들기 위해 한 대표는 시제품을 집으로 가져와 직접 테스트를 해보는 등의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또 한 대표는 위기 극복의 한 방안으로 유통구조 변화를 꾀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해 7월 직판 채널법인인 ‘한경희 리빙’을 설립했다. 그동안 한경희생활과학은 직판 채널이 없었다. 제품 판매는 TV홈쇼핑과 온라인 쇼핑몰, 오픈마켓, 대형 유통업체, 대리점 등을 통해 이뤄졌다. 이 같은 간접판매 채널을 이용하는 회사는 판매수수료 비용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처럼 한경희 대표의 노력이 끝없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경희생활과학의 위기 극복에 대한 귀추가 주목된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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