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이창환 기자] 연극 <국물 있사옵니다>424일까지 국립극단 백성희장민호극장에서 공연된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세상에 순응하며 상식적인 삶을 살던 주인공(김상범)이 정의, 도리라는 이름의 구속에서 벗어나 외부에 저항하고 결국 닮아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양심을 버려야만 가능했던 신분상승은 상식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소시민들이 받는 것은 동정과 경멸뿐이라는 그릇된 통념을 반영한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김상범이 임시사원 신분으로 지낼 때 받는 모욕과 손해, 직급이 올라가면서 누리는 쾌락적 행복을 코믹하게 그리고 있다. 스스로 새로운 상식으로 살기를 결심하면서 겪는 같은 종족들과의 싸움 또한 나름의 긴장감이 있다.  상범이 곁들이는 나레이션은 친절하고 극의 전개 또한 단순해서 쉽게 몰입하고 따라갈 수 있는데 특히 웹툰 또는 슬랩스틱 코미디를 연상케 하는 안무는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촌스러움과 맞아 떨어져서 블랙코미디 특유의 어둠을 환기시킨다.
 
<국물 있사옵니다>는 얕잡아 보이고 이용당하는 처지에서 다른 사람들 위에 군림하게 되는
상범의 '이주' 를 하나의 고통에서 다른 고통으로의 이동하는 것처럼 느껴지게 한다. 돈과 명예를 얻고 아름다운 여성과 사랑까지 나누지만 상범의 독백과 표정은 허무와 자책에 버거워한다. 스스로 부여한 비상식을 심판하는 것은 처음보다 더 비참한 상태로 떨어지는 길임을 알기 때문에 상범은 새로운 고통에 적응하고 여기서 세속적인 행복을 찾으려 한다.
 
이는 여리고 선한 성품으로 태어난 인간의 한계로 보이는데 상범 역을 맡은 배우 박완규는 마음의 마지막 뿌리까지 옮겨 심지 못한 인간의 방황을 잘 연기했다. 그 중심에는 배우의 목소리가 있지 않을까 한다.
<국물 있사옵니다> 외에도 <북어 대가리>, <우리는 영원한 챔피언>에서도 박완규의 연기를 만난 적이 있는데, <국물 있사옵니다>에서 받던 인상과 겹쳤다. 열등감에 시달리는 인간, 반대편을 욕망하고 갈망하지만 타고난 나약함과 우둔함을 깨고 나오지 못하는 모습.
배우 박완규를 통해 목소리의 톤과 연기가 부여하는 숙명적 역할이 있는 것일까. 배우 혹은 연출자도 이를 간파해내는 것일까에 생각이 미쳤다.
 
<국물 있사옵니다>에서 상범이 밟고 올라서는 인물 중에는 상식적인 사람이 없다. 회사 돈을 횡령하는 직원, 상범을 등쳐먹는 다방 여자와 깡패 등 심판을 받아 마땅할지도 모르는 이들이다. 상범의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에 선량한 사람이 없었다는 사실은 소시민의 변화를 통해 일말의 정의를 구현하려는 것인지 주인공의 변화를 남몰래 혹은 불가피하게 긍정하는 것인지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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