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관련 행사장마다 아시아 각국 기자들 한국스타 취재에 혈안배용준·원빈·최지우 등 일본·중국 등서 한류주역으로 각광요즘 국내에서 펼쳐지는 영화 시사회 및 연예인 관련 행사장에서는 과거에 볼 수 없었던 광경이 벌어진다. 부자연스러운 한국어 구사가 ‘수상’해 유심히 보면 영락없이 일본이나 대만 등 아시아 각지에서 원정 온 취재진들이다. 행사장 맨 앞줄은 한국 스타의 모습을 한 컷이라도 더 담기 위한 해외 기자들의 차지다. 또, 이들의 질문공세는 한국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할 정도로 만만치 않다. 그들의 이 같은 관심은 ‘한류’ 열풍을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최근 아시아 각지 팬들의 관심으로 ‘특수’를 누리고 있는 배우는 단연 배용준이다.

지난달 23일 영화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시사회 후 마련된 기자회견장. “한국에서도 그렇겠지만 대만에서도 배용준씨 베드신에 관심이 많아요. 베드신 할 때 어려움은 없었나요?” 한 대만 기자의 질문이다. 이어 “영화를 찍기 전과 찍고 난 후 느낌은 어떻게 다른가요?”, “해외 진출 계획은요?” 등 일본에서 온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진다. 그 뒤로도 한참을 배용준은 연속되는 질문공세에 마이크를 놓을 수 없었고 나란히 앉은 이미숙, 전도연을 보며 다소 민망해하기도 했다. 명실공히 국내 최고의 배우인 이미숙, 전도연이 기자회견장에서 이처럼 ‘뻘쭘’해 보긴 처음일 것이다. 일종의 해프닝이라면 해프닝이다. 하지만 일본의 NHK, 교도통신을 비롯해 대만, 싱가포르 등 아시아 각지역에서 날아온 해외 기자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배용준에게만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켰다.

보다못한 선배 배우 이미숙이 “외국에서 오신 기자분들 배용준씨만 따로 빼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라고 재치 있게 한마디 던졌다. 배용준에게 ‘꽂힌’ 해외 취재진들의 관심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지난 2일 개막된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열기는 대단했다. ‘한국영화파노라마’ 부문에 상영되는 영화 <스캔들>의 두 차례 상영에 500여석이 인터넷 예매 시작 7초만에 매진되는 기록을 세웠다. 관계자들은 “일본, 홍콩, 대만 등 아시아 각국의 배용준 팬들 사이에서 그가 출연하는 <스캔들> 표 구하기 경쟁이 엄청났다”며 매진 기록의 이유를 배용준 때문이라고 했다. 배용준은 드라마 ‘겨울연가’가 중국, 일본 등지에서 방영되면서 ‘한류’의 새로운 주역으로 급부상했다.

배용준뿐 아니라 원빈, 장동건, 그룹 신화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28일까지 한국관광공사가 후원하고 원빈 소속사 JM라인과 웹투어가 공동 주최하는 ‘원빈과 함께하는 아시아 문화 이벤트’가 펼쳐졌는데, 이 행사에는 일본, 중국,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홍콩, 태국 등 아시아 각국에서 온 1,000여명의 팬들도 참석했다. 원빈의 일본 팬클럽인 ‘비너스 재팬’ 1기 창단식을 위해 한국을 찾은 일본팬 450여명은 전세기까지 동원하는 열성을 보였다.또, 원빈은 지난 5일 부산 해운대구 웨스틴조선비치호텔에서 열린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쇼케이스를 겸한 파티에서도 공동주연인 장동건과 함께 해외 100여명의 취재진들에게 둘러싸여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6인조 남성그룹 신화도 얼마전 성균관대학교 새천년홀에서 일본 팬들과 만났다. 자리를 같이한 일본의 마이니치 신문, 아사히 TV 등에서 기자들은 신화의 일본 진출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국의 스타들이 머물고 있는 현지의 상황도 이에 버금간다.

한중일 합작드라마 ‘101번째 프로포즈’의 주연을 맡은 최지우가 단연 최고 주가다. 그녀는 편당 1,800만원의 출연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중국 진출 한국 연기자 중 최고 수준. 배용준과 함께 드라마 ‘겨울연가’를 통해 한류스타가 된 최지우는 촬영차 중국 상하이에 머물 당시, 10여명이 넘는 수행원의 보호를 받으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 대만 드라마 ‘정정애금해(情定愛琴海)’의 채림과 한국-대만 합작드라마 ‘사랑의 향기(戀香)’를 촬영중인 추자현도 각각 편당 1,200만원, 900만원에 달하는 고액 개런티로 최고 스타 대우를 받고 있다. 김희선과 전지현은 중국 CF에서 가장 잘 나가는 모델로 꼽힌다. 특히 두드러지고 있는 “여배우들의 중국, 대만 진출은 고액 개런티 외에도 촬영 여건 등에 있어서 여러 가지 매력이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류 열풍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4년 정도 됐다.

계속해서 거세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에 대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일. 국내 스타들의 초상권 도용은 이미 만성화 돼버렸을 정도고 중국 등지에 수출한 국내 영상과 음반 등의 복제로 인한 손실도 만만치 않다. 한류 열풍을 악용한 공연 사기를 비롯해 각종 범죄가 발생하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최근 중국내에서 김희선의 이름과 초상권을 도용해 신문광고까지 낸 성형외과가 말썽을 일으켰다. 현지 여성들이 “김희선처럼 해주세요”를 외치며 성형외과를 찾는 일이 잦아지자 이를 이용해 한목 잡아보겠다는 심산이었던 것이다. 여기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미처 적발하지 못하는 한국연예인 대상 사기극이 더 많을 것이다. 이는 해당 연예인뿐 한류열풍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계자들의 우려다. 아울러 ‘한류’가 상당부분 부풀려져 우리에게 보여지고 있다는 지적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가 본 것은 한국 연예인에게 열광하는 아시아 각지의 팬들뿐이었다. 하지만 긍정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게 현지의 반응이다.

대만의 한 언론은 채림의 고액 출연료를 놓고 “그만큼의 가치가 있는지?”의문을 제기하며 다소 비판적인 시각의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올 봄 중국의 한 신문은 ‘한류,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펼쳤다. 중국인들의 ‘한류’에 대한 시각이 호의적이지 않다는 예상밖의 결과가 나왔다. 독자 반응을 보면 ‘한류를 더이상 방치할 수 없으므로 한국 배우의 중국 출연을 막아야 한다’는 쪽에 약 70%가 찬성표를 던졌다. 막는 것에 반대한다는 한류 지지자는 불과 30%. 중국 현지에 머물다 들어온 한 연예 관계자는 “사실 국내 방송을 통해 보여지는 중국이나 대만 현지 팬들의 반응만을 평가의 잣대로 삼을 수는 없다. 일단 국내 스타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은 그야말로 열혈팬들이다.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이 열광하는 것을 보고 대다수가 그렇다는 식으로 과대 포장하면 큰 오산이다”라고 전했다. 아시아의 영화 관계자들이 최근들어 한국의 영화를 최고로 꼽고 있으며, 우리 연기자들과 가수들이 곳곳에서 상당한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하지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문제점은 무시한 채 융숭한 대접에만 즐거워한다면 ‘한류’는 어느 순간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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