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용준이 가부좌 자세로 전도연과 벌이는 교합장면 압권“27년간 굳게 닫혔던 그 문을 열겠다. 지금쯤 벽이 되어있지 않을까 싶소이다” 세상이 다 알아주는 파락호 조원(배용준)이 9년간 수절하여 열녀문까지 하사 받은 숙부인 정씨(전도연)를 무너뜨리겠노라고 하자 요부 조씨(이미숙)는 이렇게 응수했다. 그리고 “만일 그 여자를 무너뜨린다면 원했던 것을 상으로 주리다. 아우님이 늘 바랐던 것, 하지만 가질 수 없었던 것”이라며 조원에게 내기를 제의한다. 이렇게 <스캔들>의 위험한 게임이 시작된다. 철저한 보안 속에서 많은 궁금증을 낳았던 <스캔들>이 지난 24일 처음으로 공개됐다. 단연 화제는 배용준과 전도연의 정사신. 딱 한번 등장하지만 탄성을 내지를 수밖에 없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단 한번이었지만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한 명장면이 연출됐다. 조원이 숙부인의 저고리를 한거풀씩 벗겨나가는 장면이 스크린에 비춰지면서 궁금증은 풀리기 시작했다. 드디어 속저고리가 벗겨지고 전도연의 가슴과 상반신 나신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어느새 두 사람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자연스럽게 몸을 섞는다. 잠시, 장면이 한차례 바뀐 후 관객석에서는 숨죽인 탄성이 흘러나왔다. 배용준이 가부좌를 튼 상태서 마주보고 벌이는 정사장면이 화면을 하나 가득 메웠기 때문이다. 정절녀와 바람둥이의 은밀한 만남. 요란한 교성은 없었지만 길게 이어지는 커트 속에 다양하게 담긴 행위만큼은 기존 사극 영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들이다. 그렇게 조원은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열흘을 숙부인의 방에서 보낸다. 조씨부인에게 돌아와 ‘승리’를 알리며 읊조리듯 뱉는 말에 두 사람의 정사신 분위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겉으로는 그토록 얼음 같던 여자가 어찌나 감도가 좋은지…. ~ 그간의 여자들과는 온갖 방중술로 기교를 부리며 즐겼으나 달리 자세를 바꾸지 않아도 기분이 구름을 나는 듯했소. 그건 완벽한 일체감이었소.”당대 톱스타 남녀 배우가 이처럼 파격적인 정사신을 연출하는 것은 아마도 처음인 듯하다. 배용준·전도연의 정사신은 이렇게 기대 이상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걸리게 됐다. 이날 기자간담회 자리에 참석한 배용준은 “물리적으로는 (정사신을 찍기 위해 ‘주요부위’에 붙이는) 테이프 때문에 좀 힘들었다. 그외 감정적으로는 힘든 게 없었다. 사실 처음에는 무조건 시키는대로 하지 않나. 처음 해보는 것이라 감독님이 지시하는대로 최선을 다해 몰두해서 찍었다. 그런데 많이 잘려나간 것 같다”며 베드신 촬영에 대해 털어놓았다.

전도연은 자신의 노출 연기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부담스러워하던 터라 “사전에 배우들와 감독님이 충분히 상의하고 조율했기 때문에 돌발상황 같은 것은 없었다. 크게 힘들지는 않았다”고만 전하며 구체적인 설명은 애써 피했다. 한편, <스캔들>에서는 야릇함과 익살스러움이 조화를 이룬 기막힌 대사 퍼레이드가 재미를 선사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몸을 숨기기 위해 가마에 함께 들어앉은 권인호(조현재)가 안절부절 하지 못하는 이유를 찾아낸 조씨부인의 능청스러운 말인 “아니 이것이 언제 이렇게 커졌답니까?”를 비롯해 “열여섯, 다정한 말 몇마디면 자리 펴고 누울 때 아니오”라는 천하의 바람둥이 조원의 한마디 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10월 2일 개봉예정인 이 영화의 포스터 카피도 같은 기발한 대사 퍼레이드 중 하나로 꼽을 수 있다. “…통하였느냐?”세 배우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이 여러 가지 상상을 불러 일으키기에 이 문구가 더욱 자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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