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의 새누리당 참패는 소위 정치평론가라는 허울 아래 종편 방송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 무참할 지경으로 난도질되는 비참함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당해야 쌀만큼 새누리당의 오만과 국민 무시는 총칼 든 군사 쿠데타 이상으로 유권자들을 분노케 했다. 여러 가지 문제가 있었으나 결정적으로 ‘옥새파동’이라는 표현조차 황당한 짓을 당 대표라는 사람이 감행했다.

그래놓고 무슨 염치로 얼굴 들고 표 달라는 소릴 하며 돌아다녔는지 스스로 생각해 봐도 새삼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을 법하다. 정말 그가 국민들께 속죄할 마음이 있다면 일찌감치 면피용으로 집어던진 당 대표직 사퇴만으론 턱없이 부족한 처사다. 아예 자신의 의원직마저 내놓고 석고대죄를 청해야 그나마 진정성을 의심받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다고 새누리당의 난관이 해결될 일은 물론 아니다. 다만 돌아선 유권자들 마음을 달랠 수 있는 최소한의 길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앞으로 어떤 후유증이 어떻게 어느 정도의 형태로 나타나게 될지를 다 알 수는 없으나, 분명한건 여당의 정국 주도권 상실과 그에 따른 박 대통령의 향후 통치권 행사가 심각해진 현상이다.

이제 곧 5월 달로 접어든다. 더민주당의 수도권 석권으로 기가 오를 대로 오른 좌파 노동계의 과격 투쟁이 불 보듯 한 상황이다. 혼란이 일고 이를 저지하는 경찰 병력과의 충돌이 불가피 할 것이다. 그 와중에 또 북한의 도발이 도를 더 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면 어쩔 수 없는 국가적 위기다. 현재로선 전혀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한 가닥 의지할 방법이 있다면 대통령의 비상대권을 생각해 볼 수 있으나 그 마저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효력이 발생토록 돼있다. 그러니 앞으로의 정국은 더민주당 세상이 됐다고 해도 무방할 판이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것이라지만 크게 기대할 바가 못 된다. 당 정체성이 확연치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로 나타날 미래적 변화는 또 있다. 지금까지 거론해온 차기대권 주자들, 이른바 잠룡들의 퇴진 및 교체 현상이 필연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누리당의 경우 거대 여당답지 않게 아직까지 뚜렷한 대권주자가 없었다. 이런 판에 이정현 의원이 두 번씩이나 견고한 호남벽을 뚫고 당당히 3선 중진의원으로 입성했다. 그 진정성과 서민적인 리더십에서 오는 특유의 친밀감을 인정 않는 사람이 없다.

그런 이정현이 새누리당의 차기 대권주자로 떠오르는 건 아주 자연스런 일이 될 것이라고 본다. 상대 더민주당의 지각 변동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끝내 험지 대구의 벽을 넘고 대승을 거둔 김부겸 당선자, 그리고 인내와 집념의 화신으로 평가받는 김두관 전 경남 지사의 국회 입문은 더민주당의 차기 대선을 향한 밑그림을 송두리째 바꿔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여야 대권가도의 대변혁이 점쳐지는 가운데 특이한 대목은 영남을 텃밭으로 한 새누리당의 이정현 의원이 호남 출신이란 사실이다. 또한 호남을 텃밭으로 했던 더민주당의 지각변동을 몰고 올 김부겸 당선자와 김두관 당선자 두 사람 다 우연찮게 영남 출신이란 점이다. 우연이라고 보기는 너무 조화로운 양상이다.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