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하다”고 하면 얼굴을 붉히며 부끄러워하던 시대는 지난 지 오래다. 아슬아슬한 의상에 자극적인 노랫말, 성행위까지 연상시키는 안무. 최근, 여가수들의 파격적인 섹시 컨셉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 곳곳에서 이들의 짜릿한 몸동작을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관계자들은 하나같이 “성적 매력을 부각시키는 것이 요즘 가요계의 최대 홍보전략”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와 같은 현상에 대해 짚어봤다.이효리·채소연·채연 등 심한 노출에 자극적 몸놀림 민망할 정도“시각적 현란함에 정작 음악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비판거세“요즘 왜 이렇게 뜨는 건데?”라는 부러움 섞인 질투 속에서 신드롬의 주역이 된 이효리는 가요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섹시 아이콘이다. 솔로 데뷔와 함께 선보인 노래 ‘텐미니츠(10 minutes)’는 ‘10분 안에 애인 있는 남자를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당돌한 노랫말을 담고 있다. “‘Just One 10 MINUTES 내 것이 되는 시간/ 순진한 내숭에 속아 우는 남자들/ Baby 다른 매력에 흔들리고 있잖아 /용기 내봐 다가와 날 가질 수도 있잖아(텐미니츠 중)”라며 접근하는 그녀를 뿌리칠 남자가 있을까?노랫말뿐 아니다.

무대 위의 이효리를 표현하자면 시쳇말로 ‘죽여준다’ 정도가 잘 어울릴 듯하다. 한쪽 어깨가 드러난 탱크톱은 그녀의 단골 패션. 마돈나의 안무를 담당했던 말린오티즈의 지도로 연습해온 섹시 댄스는 첫 선을 보이는 날부터 엄청난 화제를 뿌렸다. 몸을 밀착시킨 남자 댄서와의 자극적인 몸놀림은 보는 이들의 눈을 의심케 할 정도였다. 급기야 남자댄서가 손으로 이효리의 다리 안쪽을 잡아 공중으로 들어올리는 장면에서는 “보기 민망하다”는 시청자들의 원성도 쏟아졌다. 하지만 이런 원성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요즘 방송가와 CF업계는 물론 언론에서까지 ‘효리 이펙트(effect)’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니 말이다. 이효리가 방송에 출연하면 시청률이 급격히 오르고 CF에 등장하면 광고효과가 남들의 배가 되며, 신문에 기사가 나면 해당 신문의 판매율이 상승한다는 데서 비롯된 얘기이다.

파격적이다 못해 충격적이기까지 한 섹시댄스를 선보여 관심을 받고 있는 또 다른 가수가 있다. 지난 6일 MBC TV ‘음악캠프’를 통해 공중파 방송 첫 무대를 마련한 여성듀오 ‘비비’ 출신의 채소연이 노래를 시작했을 때, 방청객과 시청자는 물론 제작진까지 크게 당혹스러워했다.여성듀오에서 솔로로 전향 3년만에 컴백한 채소연은 솔로 데뷔곡 ‘반전’을 부르며 무대 위에서 남녀의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안무를 보여줬다. 속옷이나 진배없는 의상도 의상이려니와 남자 백댄서들이 그녀의 가슴 등 몸을 더듬는 행위를 서슴지 않았고 클라이맥스 부분에서는 한 남자 백댄서가 상의를 풀어헤치고 채소연과 입술이 닿기 바로 직전까지 가는 키스 장면을 연출했다. 이날 채소연은 리허설때와 다른 모습으로 본방송을 진행한 것이었다. 음악캠프 제작진은 “리허설때의 의상은 본방송처럼 적나라하지 않았다. 안무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디까지나 채소연의 의욕에서 비롯된 돌출행동이었다”고 한다. 채소연의 경우 도가 지나쳐서 인지 호응보다는 원성이 컸다. 시청자들은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치 스트립쇼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런 거 방송 내보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채소연이 나오는 방송을 보지 못했다.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로 찾아 봐야겠다”는 호기심어린 관심도 심심치않게 있다. 채소연은 솔로 데뷔 앨범 재킷에 반라의 누드사진을 게재하기도 했으며 당초, 뮤직비디오도 ‘너무 선정적’이라는 이유로 SBS로부터 방영 불가 결정을 받은 바 있다. 그녀는 지난 5일 KBS 1TV ‘청춘 신고합니다’의 군부대 녹화에서 비키니 의상을 고집했고, 공중파에 비해 좀 더 과감하게 무대를 꾸밀 수 있는 케이블 음악채널 등에 출연해서는 백댄서가 그녀의 탱크톱 가슴 부위에 입술을 갖다대기까지 하는 충격적인 안무를 선보이는 등 과감한 작전을 펼쳐 나가고 있다.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섹슈얼리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이효리나 채소연이 출연한 방송분을 본 시청자들은 “우리나라 프로그램이 맞는지 의심스럽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 국내에서 요즘처럼 파격적인 무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섹시 컨셉의 신인 여가수 대열에 발맞추고 있는 또 다른 신예 채연도 이에 일조하고 있다. 스스로는 “나는 섹시 가수가 아니다. 타이틀곡에 맞춘 일시적인 연출이다”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녀는 파격적인 노출 의상으로 노팬티·노브라 논란을 일으키기까지 했다. 일본에서 먼저 4장의 앨범을 발매한 후 한국 가요계의 문을 두드린 그녀는 자신의 신곡 ‘위험한 연출’ 뮤직비디오에서 가슴과 하반신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고 섹시 댄스까지 선보여 ‘속옷을 입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던 것이다.

그녀는 앨범 재킷 사진에 클론의 구준엽과의 진한 포옹신을 담아 화제를 뿌린 바 있다. 이들 외에도 탤런트에서 가수로 전업한 유니는 농염한 외모에 뛰어난 춤실력으로 뭇 남성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그녀 역시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등에 출연하면서 상의를 벗어 던지는 등 도발적인 모습을 보여 관심과 논란을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이처럼 섹시 아이콘은 논란의 소지도 다분하다. 호응과 함께 만만찮은 비난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항상 화제를 몰고 다닌다. ‘섹시퀸’ 물론 듣기 괜찮은 칭찬이다. 하지만 ‘육탄공세’만으로 가요계가 뒤흔들린 다는 것은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시각적인 것이 너무 현란해 음악소리는 정작 들리지 않는다”는 한 가요팬의 목소리도 귀담아 들어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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