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몰이 <올인> 외주제작사, 종영후 출연료 못줄 정도방송사의 제작비 산정 문제, 어음결제 등 불합리성 개선해야TV에서 외주제작사들의 설자리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과거 소모성, 단발성 프로그램에 치중했던 외주제작 분배도 상당부분 개선됐다. 하지만 외주제작사들은 “아직 정책이 미비해 우리가 겪는 고충이 한두가지가 아니다”라며 불만을 쏟아낸다. 이들은 가장 큰 문제점을 ‘주머니 사정’으로 꼽는다. 한 연예관계자는 “그렇게 큰 인기를 모았던 <올인>을 보면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다. 외주제작사인 초록뱀미디어는 종영 후 몇달이 지나도록 연기자들의 출연료도 못 줄 정도였으니 말이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제작사가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는 <올인>이 벌어들인 수입이 적기 때문이 아니다.

<올인>은 드라마의 인기와 함께 인터넷 ‘다시보기’ 서비스, OST와 관련한 휴대폰 컬러링이나 벨소리 다운로드 서비스 등으로 상당한 수익이 발생했다. 해외 수출은 두말할나위 없다. 하지만 그 수익은 전부 방송사로 간다. 판권을 방송사에서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초록뱀 측은 SBS와 전속 계약 기간이 남아 있던 이병헌을 제외하더라도 송혜교, 지성, 박솔미를 비롯해 이덕화, 허준호, 임현식 등 초호화급 출연진들의 출연료를 비롯해 라스베이거스 로케 촬영 등으로 엄청난 제작비를 쏟아부었다. 직접 제작비만 57억원 가량을 투입했다고 한다. 이처럼 수입은 판권을 가지고 있는 방송사의 몫이고 스타들의 고액 개런티와 방송사 측에서 지불한 제작비를 초과한 비용 충당은 외주사의 몫이라면 엄연히 불공정한 거래다.

이는 비단 <올인>의 경우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다.지상파 3사는 통상 독립제작사가 제작한 저작물(방송프로그램)의 방송권이 아니라 저작물 전체를 납품받는 형태의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따라서 방송 프로그램의 해외 판권, 유선방송권, 비디오 복제권 등 판권이 통째로 지상파 3사로 넘어가며 이에 따라 독립제작사들이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의 유통시장은 막혀버리기 일쑤다. 외주제작사들 역시 저작권의 방송사 귀속이라는 계약 조항에 큰 불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방송사는 ‘갑’, 외주제작사는 ‘을’이라는 위치에서 이들의 목소리는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드라마 외주제작을 담당하는 E사의 관계자는 “제작협찬방식이 있으니 외주제작사들의 경제 사정이 풍요로울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우리는 프로그램이 방영되고 있지만 아직 방송사 측으로부터 제작비를 한푼도 받지 못한 상태다. 일단은 모든 비용 감당을 알아서 하는 수밖에 없다. 아직 외주제작이 정착되지 않은 우리나라 실정에서 외주업체에 대한 권리는 지켜지지 않는 부분이 더 많다”며 한탄했다.

그나마 외주제작사의 열악한 환경을 감안해 협찬을 받을 수 있게 허용해준 제도마저 방송사가 침범하는 경우까지 생겨나고 있다. 지난 7월 외주제작업체 대신 방송사가 주도적으로 협찬 유치를 한 후 협찬 금액의 일부만 외주제작업체에 지원한 사실이 밝혀진 바 있다.얼마전 종영된 SBS <스크린>의 제작은 외주제작업체인 ‘로고스필름’이 맡았다. 하지만 SBS는 방영시작 전 메가박스, Nipper, 한국화장품 등에 협찬을 의뢰했고 6억원 가량의 협찬금은 SBS측으로 지급됐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방송법 규정이 없어, 규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외주제작사들은 “방송사에서 지원하는 제작비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협찬금을 받는 것인데, 그마저 우리 몫이 아니라면 프로그램을 만들어봤자 적자일 수밖에 없다”며 볼멘 소리를 한다. 전문가들은 “방송사와 외주제작사 간 계약의 문제점으로는 계약관계상 방송사의 우월적 지위, 독립제작사 제작물에 대한 저작권의 방송사 귀속, 방송사의 직접제작비 수준의 제작비 산정, 어음 결제 등 제작비 결제의 불합리성 등을 들 수 있다”며 “선진화된 방송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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