載舟覆舟(재주복주)
載舟覆舟(재주복주)
  •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 입력 2016-04-25 09:29
  • 승인 2016.04.25 09:29
  • 호수 1147
  • 6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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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로부터 백성은 물로, 임금은 배로 비유되어 왔다. 그래서 2300년 전 순자(荀子)는 ‘임금은 배이며,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또 물은 배를 엎어버리기도 한다(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可載舟 水可覆舟/ 군자주야 서인자수야 수가재주 수가복주)’고 했다. ‘정관(貞觀)의 치(治)’로 역사에 남은 당태종을 성군으로 만든 위징(魏徵)은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載舟覆舟)’라 했다.
이처럼 민의(民意)가 정권을 만들기도 하고 몰락시키기도 한다.


4.13 20대 총선에서 ‘성난 민심’은 집권 새누리당의 오만을 심판했다. 의석수로 보면 새누리당이 2당으로 전락한 참패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보면 새누리당 심판을 위해 더민주당에 대한 전략적 투표와, 더민주당 심판을 위한 국민의당 몰아주기가 혼재된 , 사실상 어느 당의 승리라고도 할 수 없는 결과다. 이는 곧 과거처럼 양당이 사생결단의 정치를 청산하고 3당체제로 대화·타협·협상하는 ‘협치(協治)의 정치’를 하라는 국민의 엄혹한 명령이다.

우리 국민 중 종북좌파를 제외하고는 박근혜 정부가 실패하기를 바라는 사람이 아마도 별로 없을 것이다. 국민은 야당이 예뻐서가 아니라 단지 집권 여당의 오만에 화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새누리당은 선거 패배에 대해 수원수구(誰怨誰咎)해서는 안된다. 친박이나 비주류나 모두 ‘내 탓이오’ 하며 국민들에게 엎드려 반성문을 써야 한다.

여권은 친박-비박의 경계를 해체하는 조치를 자성의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계파의 화합과 단합을 위해 배수진(背水陣)을 쳐야 한다. 새 원내지도부를 합리·개혁적인 인사들로 구성해 변화와 혁신을 주도해야 한다. 당·정·청이 민심을 읽는 올바른 정책으로 국정을 쇄신해야 한다. 당 안팎의 명망있는 대선주자들을 육성해야 한다.

여권이 이처럼 사즉생(死卽生)의 각오로 국정에 임한다면 떠나간 여론의 지지를 다시 회복할 수 있다. 여권의 총선 참패가 내년 대선에서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 아울러 20년 만의 3당체제를 잘만 활용하면 박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과반수를 확보한 두 야당이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국정에 대한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수권정당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경쟁적으로 보일 필요가 있다.

여소야대 국회가 좌향좌로만 치닫는다면 한강의 기적을 일궈낸 한국경제가 위험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야권이 무작정 박근혜 정부의 발목을 잡고 정략적 공세로 일관한다면 정권교체는 연목구어(緣木求魚)가 될 것이다.

야당은 박근혜 정부의 경제 성적표가 나쁠수록 정권교체의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그 결과 현 정부가 남은 임기 중 순항하도록 돕지 않고 반대를 위한 반대로 경제의 발목을 잡는 행태로 올인하기 쉽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야권은 성난 민심의 역풍에 직면해 ‘재주복주(載舟覆舟)’ 상황이 내년 대선에서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한길리서치의 4월 15-16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총선 후 국민의 정치성향은 보수층(37.7%)이 진보층(30.2%)보다 우위로 선거 전과 별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조사결과는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도는 하락했지만, 국민의 보수화는 유지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을 이탈한 표(후보투표 23.3%, 비례대표투표 33.4%)는 새누리당과 현 정부가 하기에 따라서는 언제든지 여당으로 회귀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 사회에는 나라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애국 보수층의 폭과 깊이가 그만큼 견고하기 때문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19대 국회의 마지막 임시국회가 지난 21일 한 달 일정으로 열렸다. 한국경제는 성장률 하락과 일자리 감소로 위기를 맞고 있다. 30대그룹의 신규채용 예정인원은 12만6394명으로 작년보다 4.2% 줄었다. 대학 졸업 후 몇 년씩 알바로 떠도는 청년들에게 취업의 문이 그만큼 좁아진 것이다.

이제 위기의 한국경제 회생을 위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노동개혁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뒤집어쓴 국회가 불명예를 씻을 수 있는 길은 딱 한 가지다. 그것은 4월 임시국회에서 민생-경제 법안들을 초당적으로 처리하는 일이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와 피치가 총선 직후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위한 주요 법안 통과가 더 어려워졌다”며 한국의 국가신용등급과 잠재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내용이다. 이제 20대 국회의 의회권력을 장악한 야권은 경제정책을 ‘친시장-친기업, 현실노선’으로 전환해야 한다.

두 야당이 한계기업의 구조조정과 경제 전반의 구조개혁에 협조의 뜻을 밝힌 것은 바람직하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야당이 경제의 성장엔진을 재가동하는 데 어떻게 협조하는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여야가 경제회생의 골든타임인 올 연말까지 8개월 동안은 대권경쟁을 접고 협치(協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바란다. 


우종철 자하문 연구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