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함의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
달콤함의 함정에 빠진 한국경제
  • 고재구 회장
  • 입력 2016-05-02 09:01
  • 승인 2016.05.02 09:01
  • 호수 1148
  • 7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대 총선이 야당의 승리로 끝남에 따라 그동안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4대 경제개혁을 추진해온 박 정부의 정책 기조가 퇴진하고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기조가 강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 뜻이 수십 갈래로 왜곡돼 갈피를 못 잡는 경제민주화의 본뜻은 경제를 평등하게 하겠다는 유사 사회주의 이념이다.

즉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는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이념적 주장을 통칭하는 단어로 경제민주화란 말을 쓰게 된 것이다. 이 주장의 근거는 우리 헌법에 있다. 헌법 119조 1항에는 「대한민국 경제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 자유와 정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반면 제2항의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 성장과 적정한 소득분배,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방지, 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를 위해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적시했다. 기본적으로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존중하지만 부(富)의 편중 같은 부작용을 막고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놓은 것이다.

바로 이 119조 2항을 근거로 대기업에 쏠린 부의 편중현상을 법으로 억제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경제민주화」로 통칭하고 있는 바다. 이러한 대기업 규제와 중소기업 지원 방식을 통해 기업생태계의 균형을 이루고 동반성장을 이끈다는 개념이다. 일부 국민들이 충분히 달콤함을 느낄 만 한 것이다. 동반성장으로 빈부 격차를 줄여주고 행복한 경제를 이제 16년 만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만들어 줄 것이라는 기대도 가질게다.

그렇지만 이 경제민주화란 것이 벌써 80년대 중반 이후부터 30여 년간이나 우리나라경제 정책의 핵심이 돼왔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이미 80년대에 대기업에 대한 획일적인 투자 규제와 성과에 관계없이 획일적 중소기업 지원제도를 도입했을 뿐더러 지역균형 발전을 볼모로 수도권에 대기업의 투자 및 증설을 규제했다.

그 후 정치민주화를 이루고는 무소불위의 전투적 강성 노조가 대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늘어졌다. 이로부터 박정희 전 대통령의 개발 집념에 의한 재벌에의 경제력 집중은 각종 경제적 불균형만 가져온 개발독재로 간단하게 낙인 찍혀 버렸다. 때문에 반(反) 박정희식이 곧 선진국 입문을 의미하는 이상한 신화가 일어났다.

세계은행 등의 연구기관은 「한국은 박정희 시대가 당대는 물론 역사상 세계최고의 동반성장 시대였다」는 평가를 내놓았다. 결국 반 박정희식 선진국 신화는 허구임이 드러났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부 학계나 정치세력은 그 방향을 바꾸지 않는다. 그처럼 밀어붙인 반 박정희식 경제정책 30년의 결과는 평등한 경제민주화는 고사하고 저성장과 깊어진 양극화 현상뿐이다.

그럼에도 우리 정치판, 특히 야권은 그동안 경제민주화가 충분하게 이뤄지지 못한 탓이라며 대기업 규제를 더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권교체를 위해 경제민주화란 달콤함의 함정을 무너뜨리지 못하는 모양이다. 경제 가치의 기본은 성과에 따른 보상이 제대로 되고 있느냐의 관점일 것이다.

성과의 격차를 무시하고 보상을 같게 해준다는 건 어떤 명분으로도 민주적 논리가 아니다. 지금 한국 경제가 이 달콤함의 함정을 빠져나오지 않으면 우린 저성장을 멈출 수 없다. 



고재구 회장 ilyo@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