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앞두고 ‘주권 인정’ 잡음…법정싸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해태제과식품(대표 신정훈)이 유가증권시장 상장의 암초를 만났다. 과거 해태그룹의 해태제과 주주들이 주권 인정을 요구하면서 갈등이 벌어진 것이다. 이들은 주권 인정과 함께 해태제과식품의 기업공개(IPO)를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해태제과식품은 “옛 해태제과의 사업부문을 UBS컨소시엄이 양수해 2001년 설립한 기업이므로 옛 해태제과와는 별개의 회사다”고 주장한다. 이에 [일요서울]은 해태제과식품 상장을 두고 벌어진 양측의 주장을 들여다봤다.

“해태제과식품은 해태제과와 같은 회사”
vs “제과사업 부분만 매입…별개 신규 회사”

옛 해태제과는 1945년 민족자본으로 세워진 국내 최초의 식품회사였다. 이를 시작으로 음료, 관광, 상사, 건설, 중공업 등 그룹 사업영역을 확장해나갔지만 1997년 해태제과의 부도로 사실상 해체 수순을 밟기 시작했다.

또 옛 해태제과는 1972년 5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됐지만 유동성 위기로 2001년 11월 퇴출됐다.

이 과정에서 UBS컨소시엄은 2001년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을 양수해 해태제과식품 회사를 신규로 설립했다. 사명도 해태제과에서 해태제과식품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2005년 크라운제과가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크라운제과의 자회사가 됐다.

2014년 ‘허니버터칩’으로 대성공을 거둔 해태제과식품은 증시 상장 준비에 돌입했다. 제과업계를 뒤흔든 허니버터칩의 인기로 실적 견인 효과가 일어났고, 실적이 크게 개선된 것이 상장 준비 배경으로 분석된다.

허니버터칩 출시 첫해인 2014년 해태제과식품 매출은 110억 원이었으며, 지난해에는 523억 원을 기록했다.
또 감자칩 시장 점유율도 계속 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AC닐슨에 따르면 해태제과식품의 감자칩 시장 점유율은 2014년 12.3%에서 지난해 20.1%로 증가했다.

해태제과식품은 코스피 상장을 추진해 확보한 자금 전액을 차입금 상환에 투입하고, 재무개선 효과를 기대한다는 계획이다. 해태제과식품의 공모가 밴드는 1만2300~1만5100원이며,  공모 규모는 717억~880억 원으로 잠정 확정됐다.

해태제과식품은 오는 5월 11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상장 후 시가총액은 3581억~4397억 원일 전망이며 공모 구조는 신주 모집 370만 주(63.6%), 구주 매출 213만 주(36.5%) 수준이다.

상장신청 중지 소송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해태제과식품의 상장은 옛 해태제과 주주들과의 갈등으로 암초에 부딪쳤다. 해태제과식품이 신규상장을 준비한다는 소식에 옛 해태제과의 주주들이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를 결성하고, 주권 인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해태제과주권회복위원회는 지난달 25일 기자회견을 통해 “해태제과식품은 그동안 해태제과의 역사와 브랜드를 사용해왔기 때문에 옛 해태제과로 봐야 한다”며 “해태제과식품이 과거 실물증권을 모두 회수하고, 신주교환 외에 해태제과 브랜드를 사용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옛 해태제과 주주들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해태제과식품을 검색했을 때 해태제과 홈페이지가 나온다는 점과 1945년 설립된 역사, 연혁을 설명하는 자료를 근거로 해태제과식품이 해태제과를 표방해 영업 및 경영활동을 벌여왔다고 지적한다. 해태제과식품 측의 주장대로 신규상장이 되려면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를 매수했다는 증빙 자료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해태제과가 해태제과식품으로 매수될 당시의 계약서에는 1945년 설립된 해태제과의 역사와 연혁을 매도하지 않은 것으로 돼 있다는 지적이다.

또 “지난 2월 22일까지 옛 해태제과 주식이 장외시장 해태제과식품사이트에서 계속 거래됐다”며 “해태제과식품의 주장대로 신규 회사라면 옛 해태제과와는 상관이 없다는 것을 공지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어 “과거 해태제과의 부실 부문만을 남긴 채 가치가 있는 제과 부문은 ‘자산매각’ 형태로 팔아치우면서 주주로서의 권익을 보호받지 못했다”며 “우리가 보유한 주권도 크라운제과가 인수한 지분과 동일하게 인정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를 근거로 옛 해태제과 주주들은 지난달 11일 해태제과식품의 한국거래소 상장 신청을 중지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반면 해태제과식품은 “옛 해태제과와 현재의 해태제과식품은 전혀 상관이 없는 별개의 회사이므로 이번 일과 자사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과거 해태제과의 제과사업 부문만을 양수받아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한 신규법인으로 설립됐으며, 이 과정에서 상표와 브랜드, 영업 관련 부문을 모두 인수받았다는 설명이다.

주주지위확인 패소해

해태제과식품의 한 관계자는 “옛 해태제과는 UBS컨소시엄에 제과사업 부문만 별도로 매각했고, 나머지 부분은 ‘하이콘테크㈜’로 사명을 변경한 뒤 청산절차를 밟았다”면서 “상표와 브랜드 부문을 포함한 인수였기 때문에 해태제과식품을 편의상 해태제과로 부르고 사용하는 것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해태제과식품의 2015년 11월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연혁에 ‘2001년 UBS컨소시엄이 해태식품제조㈜를 설립했으며, 해태식품제조㈜는 해태제과㈜의 제과사업부문의 <해태> 브랜드를 포함한 우량자산과 부채를 인수했다. 이후 해태제과식품㈜로 사명을 변경하고, 2005년 크라운제과에 지분 100%가 인수돼 현재에 이르렀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해당 관계자는 “2006년 경 옛 해태제과주주들이 주주지위확인 소송을 제기한 바 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며 “이들의 주장은 하이콘테크와 관련된 내용이지 해태제과식품이 관여할 문제가 아니다”고 전했다. 이어 “주식은 자기 투자 기대 가치가 반영돼 투자로 이어지는 것이다. 투자를 결정한 본인에게 책임이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국거래소와 전문가들도 해태제과식품과 비슷한 견해를 보이고 있다.

한국거래소 측은 “상장을 신청한 회사의 사업성과 기업가치의 계속성 등 상장 조건 충족 여부만을 심사한다”며 “현 주주로 등재돼 있지 않은 제3자의 적격성까지 판단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옛 해태제과 주주들이 주주 적격성을 획득하지 않는다면 이들의 주장을 반영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증권업계의 한 관계자는 “옛 해태제과 주주들이 해태제과 부도 과정에서 보호받지 못했다는 생각을 가질 수는 있다”면서도 “현 해태제과식품의 주주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이 제과사업 부분이 양수도 되기 전에 주식을 구매하고, 실물증권으로 인출했더라도 해당 사업 부분과 상표권이 매각됐다면 남은 부분에 대해서만 주권이 행사된다”며 “주식을 산 회사가 망했다고 볼 수 있는 상황이다”고 전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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