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선 업자들 분석 엇갈려 이주자만 ‘골탕’

[일요서울|강휘호 기자] 올해 강남권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화 되면서 강남권 이주수요가 급증, 서울은 물론 경기도 지역도 몸살을 앓을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강남구 개포시영, 개포주공3·4단지 등 재건축 이주 수요가 대거 나올 예정이라 전세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매매 증가 등으로 부동산 훈풍을 예상하는 목소리도 높다. [일요서울]은 강남권 일선 부동산중개업자들을 통해 현실을 물어봤다.

“이주 수요 수천 가구 전망, 공급물량 부족”
vs “매매와 전세는 달라. 영향 크지 않을 것”

올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 수요는 수천 가구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통계가 잇따르고 있다.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의 재건축 아파트 이주수요는 약 4500가구에 달한다.

1월 강남구 개포동의 개포시영 1970가구가 이주를 시작했고, 서초구 잠원동의 한신18·24차 440가구는 이미 절반 이상이 이주를 마쳤다. 삼호가든3차(424가구), 우성1차(786가구) 등도 이주가 예정돼 있다.

또 다른 부동산 중개 사이트 부동산114가 올해 수도권 재건축 이주 물량을 조사한 자료를 보면 3~5월 서울 재건축 이주 수요는 총 3130가구다. 개포시영이 1970가구, 개포주공3단지가 1160가구를 차지한다. 아울러 하반기로 갈수록 이주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도 포함됐다.

문제는 강남권의 이주 수요가 증가하고 있지만 이를 받아줄 수 있는 공급 물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것이다. 실제 올해 강남 3구에 입주하는 물량은 6477가구이지만 ▲ 2015년 1687가구  ▲ 2017년 353가구 ▲2018년 416가구 등 해마다 급감, 공급 가뭄이라는 설명이다.

이주 수요는 옮겨 갈 지역의 전셋값도 가파르게 올리는 모습이다. 지난 1년간 강남3구 전셋값은 서초구 6.38%, 강남구 9.45%, 송파구 13.26%가 올랐다. 서초구(5.25%), 강남구(5.43%), 송파구(4.27%)도 꾸준한 오름세다.

부동산114 자료를 살펴보면 올해 3~5월까지 수도권 2년 계약 만기가 도래하는 건수는 ▲ 3월 3만6361건 ▲ 4월 3만470건 ▲ 5월 2만8650건 등 총 6만3479건에 달한다. 결국 나가는 인구는 많은데 받아줄 곳이 없어 전셋값이 폭등하고 수요가 몰리면서 물건 자체가 자취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와 관련해 일선 중개업자들 사이에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일부는 “수치상으로 지적되는 문제들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는 견해다. 또 다른 일부는 “실제 이주수요자들이 절실히 체감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개포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자는 “요즘 재개발과 관련된 문의자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잘못 알려진 사실들도 많다”면서 “매매가가 올라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부분의 전세가격은 큰 변동이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수요자들이 있어왔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대란은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면서 “재개발 아파트에 포함되지 않은 물량도 있고, 찾고자 하는 평수를 조금만 조정해도 남아 있는 물량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중개사무소 관계자도 “전셋값이 오른다고는 하지만, 이는 전국적인 현상일 뿐, 강남 재건축에 따른 전셋값 상승이 있다 하더라도 플러스 알파는 미미한 수준이라고 본다”고 거들었다.

공급물량 역시 “아파트 물량만 따지지 말고 여러 형태별 공급물량을 살펴볼 필요도 있다”면서 “몇년 동안만 거주할 목적이라면 충분히 전세 대란을 막을 수 있는 물량이 확보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대되는 생각을 가진 이들은 “수요에 비해 전세매물이 부족해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상황은 이미 흔할 일”이라면서 “이주시기를 적절히 조절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잠원동 소재의 한 부동산 업자는 “타 지역으로 이주하는 것은 차후 문제다. 강남 3구 주민들은 본인들이 살던 곳을 크게 벗어나려 하지 않는다”면서 “이들이 서로 전세 매물을 차지하려 들고, 타 지역에서도 전세를 구하러 들어오면 상황을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한다.

전세가격에 대해선 “당연히 공급이 적으면 가격 상승이 빠르다. 일시적으로 가격하락이 있을지는 몰라도 재개발이 되기 1~2년 전까지는 계속 오름세를 유지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종합해 보면 매매와 전세 거래 사이에는 약간의 온도차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공통적이다. 전세 물량과 가격 조정은 실수요자들의 현실적인 타협이 어느 정도 가능한지에 따라 천차만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한편 강남 재건축 시장의 열기와 맞물려 전국 집값이 상승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기준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0.02% 높아졌다. 전달 대비 0.02% 상승해 두 달 연속 이어가던 보합세를 마감한 것이다.

이를 두고 감정원은 “강남권 재건축단지의 높은 청약률과 실수요자 중심의 매매전환수요 등의 영향으로 보합에서 상승으로 전환했다”고 해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수도권 집값도 지난달 0.00%에서 이번달 0.04%로 0.04%포인트  상승했다. 지방은 보합을 기록, 한 달 전(-0.01%)보다 가격 상승 폭이 0.01%포인트 상승했다.  제주는 제2제주공항 개발 호재 영향으로 올 1월 집값이 2.05% 뛰었고, 4월 0.21% 올라 전국 17개 시·도 중 최대 상승률을 이어갔다. 부산(0.14%), 광주(0.13%), 강원(0.11%)등이 뒤를 이었다. 반면 대구(-0.23%), 충남(-0.14%), 경북(-0.12%) 등은 하락세를 보였다.

hwihols@ilyoseoul.co.kr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