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살다가 예기치 않은 큰 재물이나 다른 어떤 엉뚱한 소득을 얻었을 때 ‘횡재’했다고 표현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뛰쳐나와 제3당 창당을 선언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야권 분열에 의한 새누리당의 어부지리를 점쳤던 게 사실이다. 일단 조합된 구성원들의 면면이 대개 더민주당 또는 새누리당에서 공천 배체당한 얼굴들이라는 점에서 경쟁력이 약하다는 평가였다.

때문에 야당끼리 서로 제살 뜯는 형국을 나타낼 것이라는 진단이 대세였다. 국민의당이 당초 내놓은 원내교섭단체 목표를 이룰 것이라는 전망은 희박한 수준이었다. 결국 안철수의 정치 모험은 실패하고 말 것이라는 예단이 탄력을 받으면서 그의 정치생명을 속단하는 분위기마저 팽배했다. 그 같은 상황에 두 사람의 백마 탄 기사가 등장한 것이다.

바로 구 민주계의 김대중 전 대통령 측 상징인물인 권노갑 전 고문과 박지원 의원이었다. 이 두 사람의 국민의당 입당은 국민의당 호남 석권의 기폭제가 되기에 충분했다. 그동안 호남 민심은 더민주당의 문재인 대표를 친노패권주의의 상징적 인물로 여겨왔다. 이런 판에 안철수 대표가 DJ의 영원한 동반자 권노갑 전 의원과 그의 정치적 아들로 일컫는 박지원 의원을 업고 호남 정벌에 나선 것이다.

방향 잃은 호남 민심이 안 대표의 등장으로 그에게 체화되기까지는 이 두 사람이 일으킨 DJ정신의 계승이라는 관념적 효과가 컸다. 이렇게 생산된 안철수 바람이 수도권으로 북상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어부지리가 만들어졌다. 당초 안철수 신당이 야권지지자들을 갈라서 새누리당이 어부지리를 얻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새누리당의 소위 ‘옥새파동’으로 완전 뒤집혀 나타나기에 이른 것이다.

이렇게 방향을 바꾸어 불어 닥친 횡잿바람 덕분에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안철수 대표가 덜 뜨는 것은 그가 아직 정치적 경륜이 부족해서라고 치자. 그렇지만 기고만장 해져서 오만방자하기까지 한 그의 언행에는 혀를 차지 않을 수가 없다. 자당 당선자 워크숍 자리에서 안 대표가 서슴없이 내뱉은 “박근혜 대통령이 양적 완화가 뭔지 모를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아유 참...”이라며 “너무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청와대에 앉아 있어 가지고...”라고 까지 했다.

이건 오만이 하늘을 찌른 다기 보다 지난 대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던 과반 넘는 유권자들 판단을 철저히 유린한 망발이다.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을 그처럼 조롱하는 철없는 사람의 정치적 앞날이 진정 우려되는 바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안철수 의원을 향해 “그 사람은 경제를 몰라서 누가 용어를 가르쳐 주니깐 공정성장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혹평한 터다.

김 대표는 “내가 그 사람과 많은 얘기를 해봐서 그의 경제지식 수준을 잘 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자신의 말처럼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제3당의 대표인 만큼 말의 무게와 품위가 있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안철수 정치가 20대 국회 개원도 하기 전에 국민께 실망부터 안겨주고 있다. 입이 그렇게 가볍고, 교만하고, 경솔해서는 자질을 의심 받을 수밖에 없다.

청와대나 새누리당이 선거 참패해서 자숙하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안철수의 교만은 더욱 여권 지지층을 분노케 한다는 사실을 알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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