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높은 사전제작 무협사극 … 네티즌들 사이 엄청난 반향‘…하오’등 사극 말투·‘아프냐’, 나도 아프다’등 극중대사 유행‘다모 폐인’, ‘한성 좌포청 신보’, ‘아프냐? 나도 아프다’ 등이 MBC 드라마 <다모>에서 파생되어 나온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신세대라면 아마 또래의 대화에 끼일 수 없을 정도일 것이다. 무협사극이라는 장르를 표방, 영화 ‘와호장룡’을 연상케 하는 액션과 HD 전송방식을 채택한 색다른 시도로 만들어진 드라마라서인지 <다모>의 ‘후폭풍’도 유별나다. TV 프로그램이 그토록 목메는 시청률과는 무관하다는 것도 큰 이유다. 이만큼 신드롬이 인다면 적어도 30~40%대의 시청률은 기록해야 할 법한데, <다모>는 아직 20%대도 못 넘어섰다. 하지만 신세대들 특히 네티즌들의 엄청난 관심 속에서 마니아 층이 형성됐으며 하루가 멀다하고 화젯거리를 만들어 내고 있다.

▶“폐인들은 들으라”

‘다모 폐인’, 어림잡아 <다모>의 마니아 정도로 해석하면 될 듯하다. 이미 네티즌들 사이에서 사용돼 오던 신조어이긴 하지만 <다모>를 통해 더욱 널리 알려진 말이다. 이 말은 <다모> 마니아들만의 공감대를 형성하며 그들의 결집력을 더욱 다지고 있다. iMBC 측은 이런 분위기를 고조시키기 위해 “장안의 모든 다모폐인은 들으라. 상감께서 그대들 충심을 갸륵히 여겨 다모폐인 증서로서 친히 세 개의 족자를 내리시니 족자를 받아간 후 마음의 수양과 다모 사랑에 더욱 매진하시오”라는 메시지와 함께 ‘다모폐인 증서’를 만들어 네티즌이 다운로드받을 수 있게 했다. ‘다모 폐인’들은 드라마를 시청한 후 꼬박 꼬박 인터넷에 글을 올리고 의견을 교환한다. 좀더 열혈 팬들은 ‘한성 좌포청 신보’나 ‘다모 폐인 방송’ 등을 만들어 드라마 알리기에 발벗고 나서기도 한다. ‘한성 좌포청 신보’는 드라마의 내용을 토대로 만든 가상 신문이며 ‘다모 폐인 방송’은 극중 명대사나 OST를 집대성해 들려주는 인터넷 방송.

▶“다모 보셨소? 지금 미치겠소~”

‘다모체’라고 해야 할까? 최근 사극 말투인 ‘하오’체가 유행하고 있다. 특히 <다모>와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의 네티즌 글은 대부분이 ‘..하오’, ‘..했소’로 끝을 맺는다. 아직도 <다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황보윤을 죽이지 마시오”, ‘너무 슬프오’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타이틀롤인 하지원도 자신의 사이트에 “소녀 여러분들의 사랑에 살아 숨쉬고 있다는 걸 잊지 말아주십시오”라는 글을 올려 ‘하오’체 사용에 동참했다.뿐만 아니라 ‘아나운서국에도 다모 폐인이 여럿이오’라는 MBC 김지은 아나운서의 글도 화제다. 표준어 사용의 대표격인 아나운서까지 ‘하오’체로 글을 올려 <다모>에 대한 관심을 표현한 것. 아울러 극중 황보윤의 명 대사로 꼽히는 “아프냐? 나도 아프다”는 이제 유행어가 돼버렸다. 심하게 다친 채옥을 치료해 주며 애처롭게 토해낸 그의 말에 마니아들은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주소창에 ‘아프냐’라는 단어를 쳐보면 ‘나도 아프다, 나를 아프게 하지 마라’라는 글이 메인 화면에 나오는 사이트가 뜬다.

▶시청소감 게시물 20만 훌쩍~

지난 14일 현재 <다모> 인터넷 사이트 게시판에는 22만여개의 글이 올라와 있다. 이는 사상 유례 없는 기록이다. <다모>와 비슷한 형태로 마니아 층을 확보했던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도 종영 무렵 게시물 13만개를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SBS <야인시대>의 게시물 건수가 14만, 현재 방영중인 KBS2 <장희빈>이나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옥탑방 고양이> 등이 3만여 건 정도임을 감안하면 경이적인 기록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부분이 칭찬 일색이라는 것. <다모>가 방영되는 월, 화요일 10시대에는 접속이 폭주, 사이트 이용이 원활하지 못할 정도다. 이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이재규PD는 “5,6부 편집을 마치고 쓸쓸한 맘에 게시판에 들어와 보니, 또 눈물이 막 날라 그러네요. 감사합니다”라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초짜 감독’의 열정이 만들어낸 성과

사실 이같은 인기 이전에 <다모> 제작진은 험난한 산을 여러번 넘었다. <다모>가 데뷔작인 이재규 PD는 초짜 감독이라는 이유로 캐스팅에서부터 어려움이 많았다. 탤런트 이정진이 갑작스럽게 출연번복 의사를 전해 크게 논란을 일으켰고 이 일로 이재규 PD의 마음 고생이 심했다. 하지원, 이서진, 김민준 삼각편대를 구성한 후 본격적인 촬영에 임하면서부터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극에 적합한 장소를 찾아내기 위해 경기, 강원, 경상, 전라, 제주까지 안 가본 곳이 없을 정도다. 사전 제작을 목표로 했지만 완성도를 높이려니 자연스럽게 촬영은 지연됐다. 이와 같은 험난한 고비를 넘기기 위해 이 PD는 머리까지 삭발하며 강한 의지를 보여줬다. 덕분에 수려한 외모로 ‘꽃미남’ 별명을 가지고 있는 그는 촬영 시작 후 이내 ‘산적’의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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