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곤증을 이기는 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는 봄이 되면 직장인들 대부분이 식후에 찾아오는 춘곤증(봄철피로증후군)으로 사무실 책상에서 쪽잠을 청한다.

잘못된 자세로 쪽잠을 취하게 되면 직장인들의 척추관절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다. 불안전한 자세는 척추관절에 가해지는 압박은 상승시키는 것이다. 장시간 스마트폰 사용이나 앉아서 일하는 자세보다 척추관절에 전해지는 압력은 훨씬 더 클 뿐만 아니라 근관절통이 생겨서 업무의 집중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그렇다면 앉아서 자는 수면자세별로 척추관절 및 신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어떨까. ‘엎드려서 자는 자세’는 목을 어느 한쪽으로 돌릴 수밖에 없어 경추와 척추 곡선을 무너뜨리고 목 디스크 발생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실제로 습관적으로 앉은 상태에서 엎드려 자면 바닥에서 누워 자는 것보다 훨씬 강한 압력이 척추에 전달되기 쉽다. 이럴때 목이 비틀어지거나 인대가 손상돼 잦은 목통증을 유발하는 경우가 생긴다. 또한 반복적인 손상으로 인대의 지지기능이 약화되면서 경추의 ‘추간판 변성'을 초래해 목 디스크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 밖에도 심장이나 폐가 압박되면서 호흡곤란이 생길 수 있고 위와 장이 압박되면 소화기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혈액의 흐름이 얼굴 앞쪽으로 치우쳐 콧속 점막을 붓게 만들어 코막힘, 비염 등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이와 달리 등받이에서 엉덩이를 떼고 비스듬하게 앉아서 자는 자세는 일단 허리에 큰 타격을 입힌다. 허리가 의자에서 들린 상태여서 모든 압력이 허리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스웨덴의 저명한 척추외과 전문의 나켐슨(Nachemson)의 연구에 따르면 똑바로 서 있을 때 허리가 받는 부담이 100정도라면 의자에 허리를 펴고 바르게 앉아 있을 때는 140정도로 상승한다고 했다. 만약 허리가 들린 상태라면 180~200정도 이상의 부담이 허리에 작용되는 셈이다.

▲ <뉴시스>

또한 여기에 다리까지 꼬고 잠을 자면 ‘좌골신경통’에 걸릴 위험까지 더해진다. ‘좌골’이란 엉덩이뼈를 말하는데 좌골신경통은 말 그대로 엉덩이뼈에서 다리까지 연결되는 신경에 손상이 가거나 염증 등으로 통증이 나타나는 것이다.

좌골신경통은 일반적인 허리통증으로 오인하는 경우도 많지만 하반신의 통증이 더 크다. 엉덩이부터 다리 쪽으로 내려가 통증과 함께 화끈거리거나 저린 느낌이 드는데, 심한 경우에는 보행에 이상이 일으키기도 한다.

한 손으로 한쪽 턱을 괴고 앉아 자는 습관은 우선 턱관절의 좌우균형을 무너뜨리는데, 이때 턱관절 사이에서 쿠션역할을 하는 디스크에 문제를 초래해 입이 잘 벌어지지 않거나 턱을 움직일 때 소리가 나고 통증이 발생하는 턱관절 장애들이 일어날 수 있다. 게다가 턱관절은 경추의 근육과도 연결돼 있기 때문에 좌우 균형이 깨지면 신체의 보상작용에 의해 ‘척추측만증’이 유발될 수 있다

‘춘곤증’은 봄철 환경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인체의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다. 카페인 함유량이 높은 음료를 마셔서 억지로 잠을 쫓기보다는 잠깐의 수면이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 다만, 짧은 시간이라도 척추나 목 등을 최대한 편하게 해줘야 뒤탈이 없다. 의자에 앉아 몸을 뒤로 젖히고 잘 때는 엉덩이를 의자 안쪽에 바짝 붙이고 목 베개를 받친 자세가 좋고, 책상에 엎드려 잘 때는 팔을 베기보다 쿠션으로 얼굴을 받쳐주면 허리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아울러 낮잠 후에는 스트레칭으로 신체 각 부위의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바른 자세로 앉아서 목과 어깨를 돌려주거나, 의자에서 일어나 허리를 앞뒤로 굽혀 주는 등 간단한 동작만으로도 좋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일산하이병원 원장>
<정리=김정아 기자> jakk364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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