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혼인신고 했지만 아내 마음의 준비위해 이제껏 결혼식 미뤄라디오 DJ로 방송 복귀 예정…틈나는대로 장애인 위해 일하고파
“결혼식날 송이가 눈물바다 만들까봐 지금까지 미뤄”

-결혼식 준비는 잘 돼가나.▲그런 것 같긴 한데, 난 잘 모르겠다. 온갖 준비는 송이가 다 하고 있다.

-작년에 혼인신고를 했다. 왜 그때 결혼식을 올리지 않았나.▲혼인신고를 먼저 한 것은 남들의 시선이 싫어서다. 몸이 이렇게 되고 여기 저기 방송에서 내가 옷을 벗고 용변 보는 것까지 나간 마당에, 그런 나를 뒤치다꺼리 해주는 송이는 그때까지도 그냥 여자친구일 뿐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저 여자가 왜 강원래 옆에 붙어있을까?’라며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기도 했을 거다. 소수이겠지만… 그래서 혼인신고를 하고 송이는 내 여자친구가 아닌 평생 함께 할 아내라고 알렸다. 결혼식은… 솔직히 송이가 마음의 준비가 좀 더 됐다고 여겨질 때 결혼식을 하려고 했다. 주변에서 우리의 결혼식을 보면서 기뻐해주는 게 아니라 슬프고 안쓰럽다는 반응을 보이면 송이가 울어버리지 않을까 걱정을 많이 했다. 송이가 웃으면서 결혼식을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려고 한 거다.<그의 걱정이 기우만은 아니었다. 웨딩촬영 준비를 하면서 한없이 즐거워 보이던 김송은 정작 결혼식날은 눈물이 날 것 같단다. “아마 우리 아빠가 먼저 우실텐데, 그러면 저도 눈물이 날 것 같아요. 결혼식 날 울지 않으려면 아빠를 바라보면 안 될 것 같기도 하고…” 잠시 목이 메었던 김송은 “아무래도 (아빠에게) 술을 한 잔 드시고 식장에 오시라고 해야 할 것 같다”며 다시 환하게 웃는다. 김송은 “아버지는 술을 드시면 마냥 웃으시기 때문”이라고 설명을 했다.>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나. ▲여기 저기 협찬이 많이 들어오는데, 그 중에서 고르고 있다. 동남아시아 쪽이 될 것 같다.<아마도 김송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싱가포르 빈탄 쪽이 유력하지 않을까 싶다. 10월 12일 서울 강남 메리어트호텔에서 치를 결혼식의 주례는 세브란스병원 재활의학과 박창일 교수가 맡기로 했다. 사회는 이미 알려졌듯이 나와 절친한 사이인 개그맨 홍록기, 축가는 서로들 하겠다고 난리여서 누굴 시킬까 고민중이라고 한다.

“오늘도 송이가 나를 살렸구나”
-보통 하루 하루 어떻게 생활하고 있나.▲집에 있는 시간이 많다. 그 외에는 술도 마시고. 뭐 영화도 보러가고 잘 다닌다. 자동차 동호회나 휠체어 동호회에 나간다. 장애인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과 가끔 농구 시합도 하고 그렇게 산다. 그래도 보통사람의 생활과는 다르지 않겠나. 단적인 예를 들어, 볼일 보러 화장실 가면 1시간씩 낑낑대야 하는데… 처음보다는 송이나 나나 이 생활에 많이 익숙해졌다. 사고를 당하고 병원에 있을 때는 ‘이렇게 있다 죽는구나’라고만 생각했는데….

-김송에게 가장 고마울때는 언제인가.▲옆에 있을 때는 언제나 제일 좋고 고맙다. 내가 술을 좀 자주 먹는데, 그동안 두 번 정도 필름이 끊긴 적이 있다. 아침에 눈을 떠보면 침대 위에 얌전히 누워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러면 ‘아 또 송이가 나를 이렇게 살려 놨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고마움에 대한 마음이나 애정표현은 어떻게 하나.▲내 마음이 이렇게 사랑하고 있는데, 뭘 또 사랑한다고 말을 하나? 지금까지 그런 말 해본 적 없다. 송이도 내가 “사랑해~”뭐 이런 말 안 해준다고 불평해본 적 없다.

-그럼 기념일 같은 것은 챙기나.▲우리 혼인신고 언제 했는지도 모르겠다. 단 하나 기억하는 것 있다면 송이 생일이다. 12월 22일. 내 생일은 12월 21일이다.(하하) 내 생일 파티를 하면서 밤을 새우고 그대로 송이 생일을 맞는다. <장난스러운 말투가 여전한 강원래다. 오드리햅번을 본 땄다며 깜찍한 헤어스타일로 등장한 김송에게 “막 자고 일어난 여자 같다”며 농담을 툭툭 뱉어내는 그다. “워낙에 무뚝뚝한 성격이라 그렇다”며 아내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아마도 남편의 속내를 그대로 읽고 있어서이리라.>

-술을 자주 마시는 것 같은데, 주로 누구와 마시나. ▲송이 쌍둥이 동생이 분당에서 바를 하나 운영한다. 거기 자주 가는데, 알고 찾아오는 연예계 친구들이나 장애인들을 주로 만난다. 또, 집에서 마실 때도 있다. 송이가 술을 한잔도 못해서 나 혼자 창밖 바라보며 즐긴다. 우리집에서 한강이 아주 잘 보인다. 그래서 창가에 탁자도 하나 가져다 놓았다. 아 예전에 송이에게 양주 한 잔 먹였다가 정말 혼이난 기억이 있다. 이 친구는 술을 마시면 몸을 아예 가누지 못한다. 당시 한강 고수부지 지나서 여의도 집까지 업고 가는데, 내 등에 업혀서 큰 소리로 ‘보랏빛 향기’를 불러대는 거다. 왜 보통 남자들이 술 좀 먹여서 어떻게 해볼 심산이지 않나? 어휴~ 이 친구에게 그랬다가는 정말 죽음이다.

“이제는 정말 일하고 싶어”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정신적으로도 좀 안정이 됐을텐데. ▲아직도 우울증이 좀 심하다. 두달에 한번 정도는 우울증 때문에 고생한다. 그때는 정신없이 자거나 친구들하고 약속을 많이 만든다. 휠체어 동호회 친구들에게도 여기 저기 놀러가자고 하기도 한다.

-주변의 시선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는 얘긴가.▲얼마전 인터넷에 글을 남긴 적 있다. 그때 내가 참 과격하게 글을 썼던 것 같다.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장애인이 돼야 편견이 없어진다는 식의. 너의 아버지가 팔이 잘리고, 자식이 다리가 잘린다면 그때야 우리 심정을 이해할 것이라는 등. 사실 사람들은 농담으로 한마디하는 것에 우리는 얼마나 충격을 받는데, 그런 것에 화가 나 있는 상태였다.

-요즘은 어떤가.▲5개월 전까지만해도 내가 동물원의 원숭이같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 장애인들이 모두 나만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강원래가 어떻게 되는지 보자는 식으로 말이다. 보험금을 탔다고 하면 로또복권 당첨된 것쯤으로 바라보고, 후원금 내라고 강요하는 단체도 있었고. 세상에 실망하고 시달리다 보면 나름대로 길을 터득하는 모양이다. 지금은 내 생각도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만일 내 진료를 맡았던 의사선생님에게 어떤 사고로 장애를 입은 환자가 “나도 강원래처럼 되는 것 아니냐? 이제 어떻게 하냐?”고 하소연할 때 그 의사가 “무슨 소리냐? 강원래 지금 잘 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길 바란다.

-그 외에 소망이 있다면.▲우리에겐 아기가 우선이다. 계속 실패하긴 했는데 의사선생님이 그랬다. 인공수정도 확률이라고. 내 생각도 그렇다. 신체 건강한 부부들도 별것 별것 다 해도 수년씩 아이가 안 들어서기도 하는데, 인공수정도 마찬가지 아니겠는가? 그런데 송이는 항상 걱정부터 한다. 그것 때문에 싸우기도 많이 한다. 송이가 ‘오빠 때문에~뭐 어쩌고 저쩌고’ 할 때가 제일 힘들다. 내가 원해서 사고가 난 것도 아닌데….

-다시 복귀하고 싶은 생각도 들텐데.▲이제는 내가 운전도 하고 얼마전부터는 직접 용변도 처리할 수 있게 됐다. 이것 저것 스스로 할 수 있는게 생겨나니까 장애를 가진 다른 사람에게 눈이 가더라. 그리고 정말 이제는 일이 하고 싶어졌다. 노는데 지쳤으니까. 언젠가 라디오에 출연한 적이 있는데, 그 출연료를 내 통장으로 보내달라고 했다. 원래 출연료는 매니저에게로 들어가지 않나. 그때 몇만원이 내 통장에 찍혀 있는 걸 보고 정말 뿌듯했다. 예전에는 10억을 번 적도 있지만 라디오 출연해서 4만원 받은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 내가 일해서 벌 수 있다는 게 참… 예전처럼 춤추고 그럴 수는 없지만, 앨범 내고 DJ하면서 활동할 수는 있지 않겠는가. 그렇게 활동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고 싶다. 뭐 거창하게 하는 건 딱 질색이다.

-구체적으로 잡힌 활동 계획도 있다고 하던데.▲일단 라디오 DJ를 먼저 하게 될 것 같다. 386세대를 위한 코너인데, 추억의 노래를 듣고 그 노래의 주인공들과 만나 따뜻한 얘기를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될 것이다. 또,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나서는 프로그램에서 리포터로도 활동하게 될 것 같고, 드라마 출연도 고려중이다. 아직 확실하게 정해지진 않았기 때문에 프로그램 이름이나 뭐 이런 건 밝힐 수 없다. 드라마는 김영진PD(미국에서 교통사고를 당해 대수술을 받은 후 귀국, 다시 활동을 하고 있지만 그 역시 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있다)가 만드는 작품이 될텐데, 주제는 장애다. 가수 활동은 아직 계획을 잡아 놓지 않았다.

-댄스 아카데미 설립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지금 땅 파고 있다.(웃음) 올 12월이면 완공 예정으로 강릉 강원대 근처에 5층 건물을 짓고 있다. 아카데미는 거기 지하에 들어간다. 제발 거창하게 ‘후계자 양성’ 이런 말 붙이지 말았으면 좋겠다. 그냥 춤 좋아하는 사람들이 와서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 건물 5층에는 원룸을 몇 개 만들 생각이다. 그중 하나는 장애인 시설을 해서 혹시 강원대학교에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친구가 있다면 거기서 생활할 수 있게 하고 싶다. 또, 방 하나 정도는 비워 놓고 송이랑 가끔 놀러 가서 바다도 보고 그럴 것이다. (강원래는 이날 웨딩 촬영을 위해 휠체어에서 소파로 이동하는 것도 혼자서 해냈다. 주변에서 돕겠다고 해도 극구 뿌리쳤다. 크게 한 숨을 내쉰 후, 한쪽 입술을 꽉 깨물고는 힘겹게 옮겨 앉았다. 열광적인 무대를 만들어냈던 최고의 댄스가수가 의자로 몸을 옮기는 것조차 힘들어졌지만 하나씩 하나씩 스스로 해나가려는 그의 노력과 의지에 모두들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의 결혼식, 다시 한번 축하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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