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부위’ 테이프로 고생”

-첫 작품을 보고 난 감회가 어떠하오?▲지금 정신이 온통 혼미하여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소.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함께 한 작품이라 영광이요. 부족함을 먼저 느끼긴 했소만, 앞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해볼 작정이요.

-실제라면 정절녀와 요부 가운데 어느 여인을 마음에 더 두겠소이까? ▲둘 다 마다할 리 만무하지 않소. 정절녀는 정절녀대로, 요부는 요부대로 말이요.(허허)

-’요신(요에서 펼치는 정사신)’에 임할 때 노고가 크셨을 듯 싶소이다.▲물리적으로는 (정사신을 찍기위해 ‘주요부위’에 붙이는) 테이프 때문에 좀 힘들었습니다만, 그 외에는 딱히 어려움은 없었소. 처음 임하는 사람은 이유 여하 불문하고 시키는 대로 하지 않소이까.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 있는 힘을 다했고 몰두해서 찍다보니 다른 생각은 들지 않더이다. 많이 잘려나간 듯 싶긴 한데 말이요.

-극중에서 보여준 바람둥이의 표정과 몸짓이 ‘선수’ 급이라 할만 하지 않습니까. ▲내 얼굴이 그런 모양이었는지 나도 놀라웠다오. 연기할 때는 정녕 느끼지 못했던 바요.

“실제로도 사랑엔 무모한 편”

-지금 심중을 알고 싶소이다.▲외람된 말씀이오나 제가 아는 것은 이다지 웃기는 영화가 아니었는데… 하나 많은 분들이 재미있어 하시니 저도 기쁩니다. 숙부인은 연기자로서 욕심을 기질 수밖에 없는 인물이더이다. 욕심이 있었던 만큼 스스로의 연기에 대해 아쉬움이 큰 것도 사실이옵니다.

-특별히 어려움은 없었소이까.▲매사가 그렇지 않겠습니까. 항시 잘하려다 보면 어려움이 따르는 게지요. 특별히 짚어서 이렇다 저렇다 할 노고는 없습니다.

-조원이 같은 바람둥이가 다가오면 어떻게 하겠습니까.▲바람둥이라는 생각이 들기 전에 그 사내가 좋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 여깁니다. 제가 사랑에는 좀 무모한 편입니다. 그 방면으로는 숙부인 정씨와 참으로 흡사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숙부인 역할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요신’을 보고 감복했습니다. 짧지만 기억에 남을 듯 싶소이다.▲고맙습니다. 상대 배우나 감독님과 사전 조율이 잘 돼서 별다른 어려움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난처한 일도 없었습니다 .

“바람둥이는 생각 없소이다”

-극중 역할이 부인과 참으로 조화를 잘 이룬 듯합니다.▲사촌 아우를 진정으로 사랑했으나 그를 놓치고는 질투에 사로잡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는 여인넵니다. 그러나, 여자 연기자라면 당연히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역할이지요. 같은 여자로서 보아도 그러합니다.

-조씨 부인의 대사가 야릇하고도 재치가 엿보였소이다.▲그렇지 아니하여도 그 부분이 제일 마음이 쓰였습니다. 조씨부인은 보여지는 것보다 말로써 장면을 만들고 헤쳐나가야 하는 인물이라 여겼기에 그랬죠. 말 속에서 많은 것을 담아내야 했던 겁니다.

-조원이 같은 천하에 둘도 없는 바람둥이가 부인에게 접근하면 어찌 하겠소.▲조원이 같이 품행이 방정치 못한 인물이라면 조씨부인의 기교와 화법으로 넘겨야지. 어지간한 사람이 만나서 어찌해볼 요량을 갖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생각일 겝니다. 그래서 나는 생각 없소.

-중년의 배우임에도 약관의 사내와의 애정신이 자연스러울 정도라니 부럽소이다. ▲25년을 연기자로 살면서 숱한 인물을 표현해봤고 연구해 왔는데, 그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소. 하지만 연기라는 것은 항시 어렵더이다. <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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