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 제작기간 평균 6개월에 주연배우 3억·스태프 600만원선전체 스태프 중 85%가 ‘연 수입 500만원 이하’의 극빈층 생활한국 영화산업이 급격하게 파이를 키워가고 있는 반면, 현장 스태프들의 임금 및 복지는 형편없는 수준에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이 국회 국정감사를 통해 다시 한번 문제점으로 부각됐다. 그간에도 끊임없이 논란은 있었으나 특별한 해결책은 없었다. 밤낮없이 현장에서 피땀 흘려온 영화인들은 “영화판은 원래 배고픈 곳”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환경’에 적응해 왔다. 이에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영화계의 현실을 짚어봤다.

지난 9월 29일 국회 문화관광위원회 영화진흥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심재권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한국영화 평균 제작비 약 36억원 중 주연배우 개런티는 3억원 가량인 반면 촬영스태프 임금은 600만원 정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자료는 ‘공공의 적’, ‘연애소설’, ‘취화선’, ‘파이란’, ‘밀애’, ‘서프라이즈’, ‘아이언팜’ 등 지난해 개봉된 한국영화 8편의 제작비를 집계한 결과다. 조사 대상 영화 중 두 명의 남자 주인공에게 3억2,000만원의 개런티가 지급된 ‘공공의 적’의 현장 진행스태프들의 총 임금은 약 800만원이었으며 보조촬영감독의 임금은 약 600만원이었다. 이에 심의원은 “조감독, 조명, 소품 등 실무 담당자는 적어도 경력 2~3년된 영화인들인데 작품당 500~1,000여만원 정도로 계약하고 일하는 상황이다.

특히 주연배우들의 억대 계약이 비일비재한 가운데, 적은 급여 및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괴리감 및 의욕상실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지난주 만난 한 영화관계자에게 문광위 국정감사에서 나왔던 얘기를 전하자 “뭐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새삼…”이라며 심드렁하게 답한다. 그리고 그는 “현실은 이렇다”며 추가 설명을 곁들였다.“2%요. ‘공공의 적’에서 보조 촬영감독이 600만원을 받았다고 해서 나온 수치죠? 그거 이쪽에서는 잘 받은 편이에요. 보통 한국 영화에서 제작 스태프들의 계약은 연출부, 제작부, 촬영부, 조명부 등 팀 단위로 이뤄집니다.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예를 들어 영화사가 조감독 이하 연출부 6명과 2,000만원에 계약을 하면 조감독은 700만원 정도, 세컨드 500, 서드 300(현장 용어로 서열을 세컨드, 서드 등으로 분류한다) 이런식으로 나누어 연출부 막내 스태프는 100~200 정도 가져갑니다. 얼마씩이라고 특별히 정해진 선은 없고, 영화사에서 받은 총액을 가지고 자기들끼리 알아서 분배하는 거죠. 6개월 정도 일해야 하는데, 막내들은 차비 정도밖에 못 버는 셈이죠.”그나마 계약금을 제때 받을 수 있는 것은 다행한 일이라고 한다.

계약 당시, 전액을 받는 경우는 드문 일이다 보니 촬영을 진행하면서 예산 초과 상황이 되면 일단 스태프들의 나머지 계약금 지급은 ‘보류’상태라는 것. “촬영하다 엎어지거나 제작사 측에서 펀딩이 안 됐다 어쨌다 하면 계약금 일부를 못 받는 것은 각오해야죠. 아예 한 푼도 못 건지는 경우도 많은데요. 100에서 200만원 정도 버는 사람들이 일은 일대로 하고 그 적은 돈도 못 받는다고 하면 정말 끼니때우기도 어려워지는 것 아니겠어요.”마지막으로 그는 “할리우드의 예를 들면 현장에서 잔심부름을 하는 막내라도 모두 개별 계약을 하며 임금 수준도 우리와는 비교할 바 못될 정도로 월등하다”고 전했다.지난해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와 민주당 정범구 의원이 주최한 ‘영화 산업 기층인력의 제작 환경과 복지 정책’ 포럼 중에서 나온 자료를 살펴보면 2000년도 스태프의 평균 연수입이 337만2,000만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범구 의원과 현장 스태프모임인 ‘비둘기 둥지(cafe.daum.net/vidulgi)’가 함께 펴낸 ‘한국영화산업 노동실태조사’ 설문을 통해 집계한 것이다. 당시, 설문 응답자 중 85%가 연 500만원 이하의 수입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100만원 이하나 아예 수입이 없다는 응답도 29.1%나 됐다. 계약 방식도 정형화된 서면 계약은 26.1%에 불과한 반면 구두계약은 59.2%나 됐다. 구두계약은 추후 임금체불 등의 부당 대우에 매우 불리한 위치에 처할 수밖에 없다. 현장 스태프들의 목소리가 담겨 있는 필름메니커스 커뮤니티(www.filmmakers.co.kr) 사이트에서는 임금 문제로 고민하는 글들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201guy’라는 ID의 한 스태프는 “연봉 200만원짜리 영화인이 말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영화 시작한지 일년이 넘었다. 일년동안 4군데의 영화사를 옮겼다. 차비니 통신비니 그런 것은 바라지도 않는다. 전에 있던 영화사에서 받은 돈이 50만원, 그리고 100만원. 일년이 라는 시간동안 150 받았다”라며 어려운 상황을 한탄했다. 또, ‘나그네’라는 ID의 스태프는 “충무로에 뛰어든 지 6년이 되어 간다. 현장에서 날고 긴건 1년 정도, 프리랜서 기간 3년, 나머진 커피숍에서 감독 만나고 마냥 전화 기다리고… 6년여 동안 받은 돈은 1,000만원이 고작이다. 그러다보니 카드 빚에 쪼들리고. 예전엔 자존심 하나로 먹고살았지만 지금은 어디 가서 공짜 술, 공짜 밥 잘 얻어먹는다”며 안타까운 현실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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