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음반 프로듀서로 활동…뭐가 아쉬워 비디오 유포 했겠는가3년 도피생활로 몸 만신창이…귀국해 떳떳히 법의 심판 받겠다‘백지영 비디오’의 남자 주인공 김시원. 그는 “귀국 결정을 한 것이 백지영의 활동을 방해하려는 의도로 비쳐질까 두렵다”며 “하늘에 맹세코 그런생각은 없다”고 여러번 강조했다.지난 2000년 11월29일 기자회견 당시. ‘섹스비디오 파문’과 관련,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있는 백지영.지난 2000년 10월,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벌어졌다. 가수 백지영의 ‘섹스 비디오 파문’.

당시 비디오의 주인공 백지영은 “가수이기 이전에 한 여자로서 너무 수치스럽다”는 말을 남기고 무대를 떠났다. 비디오 속의 남자 김시원(본명 김석원·41)은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리고 3년. 긴 도피 생활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된 김시원이 귀국과 함께 정식으로 검찰 수사를 받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더 이상 입 다물고만 있을 수 없다. 진상을 밝히겠다”고 한다. 또 한번의 파문이 예상되는 가운데, <일요서울>은 지난 10일 오후 미국 LA에 머물고 있는 김시원과 1시간 여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귀국을 결심한 배경과 그간 감추고 있었다는 속내를 낱낱이 들어봤다.

“귀국 결심, 백지영에게 피해주려는 의도 절대 없다”

-30일 귀국하는 것이 사실인가.▲그렇다. 이곳 시간으로 30일 밤 비행기를 탄다. 한국에 도착하는 시간은 체크해보지 않아 모르겠다.-귀국과 관련해 검찰 쪽과 미리 얘기가 됐나. ▲아직 검찰에는 연락하지 않았다. 조만간 (비행기)시간대를 맞춰보고 의사 전달을 할 예정이다.

-전격적으로 귀국을 결심한 배경이 무엇인가.▲순간적인 감정에 의해 갑작스럽게 결정한 것이 아니다. 한 3~4개월 전부터 귀국 생각은 했었지만 혹시나 (백지영이) 새롭게 음반 내놓고 잘 활동하고 있는데, 찬물 끼얹는 건 아닌가 싶어 참고 또 참아왔다. 그곳의 사람들도 이제는 과거의 일을 떠나서 지영이를 잘 받아주고 인정해 주는 것 같던데, 내가 가면 다시 문제가 생길 것 같다는 생각에서 기다리려고 했다. 하지만 더 이상 시간을 끌기에는 내 상황이 너무 급박하다. 몸이 말이 아니다. 이렇게 전화 통화하는 것도 버거울 정도다. 계속 여기에 있다가는 죽을 것 같아서, 진실로 내가 좀 살아야겠기에 귀국 결정을 내렸다. 정말 한계다. 한계!

-백지영이 이제 겨우 재기했는데, 귀국 시점 상 오해를 살수도 있다.▲몸이 이 상태만 아니었어도 지영이 앨범 잘 되는 것 지켜보고 시간이 더 지난 후에 귀국을 생각했을 것이다. 절대 다시 일어선 지영이에게 해를 끼치려는 의도는 없다. 사실 잘 살길 바랐고 새롭게 음반 낸다는 소식을 듣고는 방법이 있으면 힘을 좀 실어줬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다. 난 계속해서 (백지영을) 보호해 줘야한다는 생각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나를 비아냥거리는 투로 얘기하는 것을 본 후에는 내가 이렇게 힘든 생활을 하면서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여겨지더라. 또, 끝까지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나는 5년이 가도 10년이 가도 파렴치한 비디오 유포범이라는 오명을 벗을 수 없으리라는 위기감도 함께 들었다.

-YTN 인터뷰 얘기를 하는 것인가.▲(YTN인터뷰에서) 그 사람이 그러고 갔으면서 홈리스 생활하고 있어서 불쌍하다는 식의 얘기를 했다. ‘그러고 갔다’는 부분은 내가 비디오를 유포했다는 가정 하에 한 말인 것 같다. 어찌 됐건 아무리 사람이 밉더라도 그때 내 상황을 혹은 말못할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면서, 또 내가 자신을 인기 가수로 만들어 낸 것이 분명한데, 그처럼 나를 매도하는 것에 화가 났다.

”비디오 유포 됐을 때 나도 수치스러웠다”

-비디오를 유포한 게 아니라는 얘긴가. ▲그때 내 손으로 비디오를 유포할 이유가 없었다. 언론에서는 내가 생활고와 백지영에 대한 배신감 때문에 계획적으로 비디오를 유포하고 팔아먹고 했다는 식으로 보도했다. 그건 절대 아니다. 당시 돈은 없었지만 한국에서 난 작곡가로, 프로듀서로 자리잡고 있었다. 일이(비디오 파문) 터졌을 때도 앨범 2개를 프로듀스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뭐가 아쉬워서 비디오를 유포하고 스스로 내 인생을 수렁으로 몰아 넣겠는가?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었기 때문에 잘못 알려진 게 많다고 생각한다. 귀국하면 다 털어놓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나의 행동이 어떤 죄에 해당된다면 달게 받을 것이다.

-그렇다면 고통스러운 도피생활을 할 이유가 없지 않았나. ▲전에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다. 하지만 어찌 됐건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켰고 불미스러운 일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이나 주변사람들을 볼 면목도 없었다. 백지영이 그렇듯이 나 역시 남자지만 (비디오 사건은)수치스러운 일일 수밖에 없다. 빨리 들어가서 더 시끄럽게 되는 것이 두렵기도 했다. 그러다가 시간을 이렇게 보냈는데, 지금은 후회한다.

-당시 사건을 놓고 잘못 알려진 게 또 있나.▲모두들 날 매니저로 알고 있지 않나? 난 매니저가 아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이다. 음반의 프로듀서고 작곡가였다는 말이다. 평범한 가수 지망생을 스타로 키워놓았다. 백지영 1집 앨범을 만들 당시 경제적으로 궁핍했기 때문에 내 모든 것을 걸어야 했고 피나는 노력도 했다. 난 그런 역경을 이겨냈다. 아직도 그 음반에 대해서는 애착이 크다.

-백지영에 대해 안 좋은 감정이 있나.▲그렇지는 않다. 그래도 한때는 사랑했던 사이인데, 그런 일은 있었지만 서로가 잘 되길 빌어주어야 하는 게 사람 아니겠는가. 하지만 남녀가 만났다가 헤어졌더라도, (데뷔할 때) 내가 그렇게 많은 걸 양보하고 최선을 다해 자신을 지켰다는 것을 알면서, 그녀는 (비디오 사건 전에도) 나에게 고맙다는 말 한마디 안 했다. 그런 서운함은 남아 있다.

-데뷔 당시, 무엇을 양보하고 무엇을 지켰다는 얘긴가.▲세월이 지난 얘기긴한데, 난 프로듀서였다. 음반 하나를 제작하기까지는 내 돈을 들여야하고 그만큼 온 힘을 쏟아 부어야 한다. 백지영 1집을 냈을 때, 반응도 좋았고 모든 것이 성공적이었다. 그러나 난 유통 음반사와의 문제로 내가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모두 빼앗겼던 일이 있다. 음악을 하며 살아온 내 인생이 하루아침에 몰락하는 기분이었다. 난 죽을 각오를 하고라도 그 권리만을 꼭 찾을 것이다. 그 얘기가 불거지면 또 겉잡을 수 없는 파문을 일으킬 것이다. 조심해 달라.

-한 인터뷰에서 백지영에게 ‘좀 솔직해지라’고 한 것은 무슨 의미인가.▲여러가지가 포함된 말이다. 나의 아픔이나 고통을 가장 잘 알고있는 지영이는 그게 무슨 말인지 알 것이다. 이런 저런 일로 실망한 부분이 있는 건 사실이나 그 친구를 나쁘게 얘기하고 싶진 않다.

-백지영에게 더 하고 싶은 말이 있나.▲잘되길 바라는 마음은 여전하다. 그리고 나를 좀 이해해달라는 거다. 내가 더 참지 못하고 귀국하는 것이 지영이에 대한 감정이나 다른 목적이 있는게 아니라는 걸 인정해 주었으면 좋겠다.

-백지영을 다시 만나 허심탄회하게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지금은 그러고 싶지 않다. 나중에 우연히라도 한번은 만나겠지만. 다시 백지영과 부딪히고 싶지는 않다. 나도 3년 동안 잊었다면 잊은 일인데….

3년 도피 생활 한 쪽 눈 실명에 어머니마저 돌아가셔

-지난 3년 동안 미국에서 어떤 생활을 했나.▲내 입으로 다시 말하기 싫을 정도로 고생스러웠다. 말도 자유롭게 안 통하는 나라에서 그것도 한국인이 없는 곳만 골라 살다보니 어려움이 컸다. 자동차에서 잠자고 그야말로 홈리스와 비슷한 생활이었다. 건강도 그래서 나빠진 것이다. 몸이 죽을 것처럼 아파도 병원을 마음대로 다닐 수 있는 여건도 안됐다. 지금 한쪽 눈이 거의 실명 상태고 온 몸이 성한 곳이 없을 정도다.

-그곳에 있는 동안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재작년에 한국 한 언론에서 내가 뭐 시애틀에서 마약중독에 걸려 쓰레기통 뒤지고 다닌다는 내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어머니는 그런 얘기를 듣고 충격으로 쓰러지셔서 돌아가셨다. 편하게 눈을 감지 못하셨을 어머니에게 난 죄인이다. 그 후 동생은 날 원망하며 연락도 끊어버렸다. 동생이나 우리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검찰 조사가 먼저겠지만 한국에 오면 하고 싶은 게 있나?▲지금 생각이 너무 복잡하고 힘들어서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다. 일단 병원에 가서 치료를 좀 받고 싶다. 내 입으로 이런 말해서 비참하지만 정말 만신창이가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더 할 말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해달라.▲정말, 어쩔 수 없어서 사회를 또 시끄럽게 만들게 됐다. 그 점 주변 사람들을 비롯해 많은 분들에게 사죄 드린다. 하지만 더 이상 뭔가를 감추고 숨겨야 될 이유가 없어진 상황이기 때문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다. 여기서 이렇게까지 고생하는 것보다 모든 것을 말하고 한국에서 떳떳하게 살고 싶은 게 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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