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시스>

병력 중 너무 독실한 유대교 신자가 지나치게 많아
“이스라엘 지키는 군이냐 신 지키는 군이냐?” 비판

[일요서울 | 곽상순 언론인] 미군은 현재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연합군을 이끌고 무장집단 이슬람국가(IS)와 싸우면서 B-52 폭격기까지 동원해 IS 거점을 공습하고 있다. 연합군의 작전·정보 담당 부사령관인 피터 거스텐 미국 공군 소장은 4월 26일 기자들에게 “4월 5일 IS 현금창고를 폭격하기 전 민간인들을 대피시키려 ‘지붕 노크’라는 이스라엘 군대의 전술을 빌려서 사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군이 개발한 ‘지붕 노크’ 전술은 타격할 표적의 위 또는 근처에 경고 미사일을 발사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실제 타격 전 도망갈 시간을 벌어 주는 것이다. 이렇듯 이스라엘 군대는 전술개발에 능하다. 신무기 개발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여자도 예외 없이 병역의무를 지는 이스라엘 군대는 강군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군대에 큰 골칫거리가 있다. 그것은 장병들 가운데 너무 독실한 유대교 신자가 급속히 늘고 있는 것이다.

2014년 7월 어느 밤, 이스라엘 군대가 팔레스타인 영토인 가자지구(地溝)의 경계에 집결해 앞서 로켓포를 이스라엘 영역으로 쏘며 싸움을 걸어온 하마스 전사(戰士)들과의 일전(一戰)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 기바티 여단(旅團) 소속 장병들에게 지휘관으로부터 서한이 도착했다.

지휘체계 문제 생겨 논란

이 서한에서 여단장 로퍼 윈터 대령은 “이스라엘의 신을 저주하고 비난하고 혐오하는 테러범인 가자의 적(敵)에 맞서는 싸움에서 선봉을 맡도록 역사가 우리를 선택했다”고 썼다. 이어 그는 이번 전투에서 신이 이스라엘 전사들을 보호할 것임을 약속하는 성경 구절을 인용했다. 이 서한이 언론에 보도되자 세속 이스라엘인들은 그 편지가 군대 임무에서 종교를 배제한 수십 년 관행을 깼다며 비난했다.

그로부터 2년 가까이 흐른 지금도 그 서한은 이스라엘 사회 내부의 심각한 변화, 즉 종교적 민족주의자들의 커가는 영향력을 보여주는 상징물로 통한다. 그 변화는 이스라엘이 어떤 형태의 국가이어야 하는가를 둔 논쟁에 불을 지폈으며 이 나라의 진보주의자들과 종교적 민족주의 진영 사이의 전투를 촉발했다. 이른 시기 이스라엘의 두 권력 중심인 군대와 정부는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한, 세속적이고 대부분 좌익인 엘리트들에 의해 지배됐다. 하지만 지난 10년 남짓 사이 종교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새로운 지도자들이 등장했다. 종교적 시온주의는 세속적 시온주의와 다르다. 종교적 시온주의자에게, 유대교의 성경적 기반이지만 팔레스타인 사람들 역시 그들의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웨스트뱅크의 유대인 정착촌을 보살피는 것은 종교적 의무를 이행하고 유대교 국가를 건설하는 길이다. 때로 ‘국가주의적 수도자’라고 불리는 이 공동체는 정부와 공무원 조직에서 입지를 강화해 왔다. 올해, 사상 처음으로, 국립경찰, 해외 담당 정보부인 모사드, 국내 담당 정보부인 신벳의 수장이 모두 종교적 시오니스트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군대다. 비록 아랍민족인 드루즈족과 베두윈족도 복무하지만, 이스라엘 군대의 병사 대부분은 세속적 유대인 또는 신자(信者) 유대인이다. 하지만 학계 연구에 따르면 지난 20년 사이 이스라엘방위군(IDF) 내 종교적 시오니스트 장교의 수는 엄청나게 늘었다. 이스라엘 군대는 또 신앙과 정치라는 주제를 전쟁터에 도입한 유대교 율법학자, 즉 라비의 커지는 영향력을 감지했다. 최근 일부 정치인들과 군 지도자들이 밀어내기 작업을 시작했다.

지난 1월 가디 에이센코트 IDF 참모총장은 “유대교의 의식(意識)”을 표방하는 15년 된 부대를 군 종무(宗務)분과인 율법학자단에서 제거하겠다고 발표했다. “유대교의 의식 지부”는 이념적이고 우익이며 종교적인 문제를 밀어붙인다고 해서 군 내외에서 비판을 받아 왔다. 일부 세속적 이스라엘인들은 군대 내의 종교 과잉이 군 본연의 임무 수행에 방해가 된다며 걱정한다.

시온주의자 때문에 골머리

IDF 장교들에게 보낸 지휘서신에서 아이센코트는 IDF의 입장을 분명히 했다. 정치와 종교를 둘러싸고 분열된 군대는 임무를 완수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는 이 서신에서 “IDF는 국민의 군대이며 이스라엘 사회의 광범한 영역을 포함한다”며 “IDF를 민주국가의 당당한 군대로 유지하고 병사들을 단결시키는 군대로 육성한다는 목표 아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종교적 시온주의자 정치인들과 라비들은 그 변화를 봉쇄하기로 다짐하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호소했다. 네타냐후 총리 자신은 속인(俗人)이지만 그의 측근과 정부 고위직 가운데 많은 사람이 종교적 시오니스트다. 아이센코트 장군은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3일 군은 “유대교의 의식 지부”를 군의 인사(人事) 부문으로 전속(轉屬)시키겠다고 밝혔다.

종교적 시오니스트는 이스라엘 인구의 10%에 불과하며 규모 면에서 초(超)정통파 유대인 공동체와 비슷하다. 하지만 후자는 이스라엘 사회에서 전자(前者)보다 훨씬 덜 통합돼 있으며 전통적으로 군 복무를 피한다. 라비들은 오랫동안 군 복무를 해 왔지만 역사적으로 전투가 아닌 병참 병과 등에 배속됐다. 그러다 2000년대 초반 변화가 시작됐다. 군대 내의 율법학자 집단은 자신들의 요구를 내세워 관철시켰다. 그것은 그들이 새 역할을 따낸 것을 의미했다. 새 역할이란 병사들을 유대교의 뿌리에 연결하고 신앙과 오랜 전통에 기반을 둔 전투 정신을 그들에게 주입하는 것이었다. 율법학자 집단은 “유대교의 의식 지부”를 설립했다. 이 지부는 병사들에게 유대교를 주제로 한 여행과 강의, 그리고 지도력, 동지애, 자기희생 같은 군사적 가치에 종교적 가르침을 접목하는 수업을 제공한다.

이스라엘 군대는 병사들을 속인이냐 신자냐의 기준으로 분류해 집계하지 않는다. 하지만 국방부 간행물인 마아라초트에 따르면, 보병 사관후보생 가운데 종교적 수도자의 비율은 1990년 2.5%에서 2008년 26%로 10배 증가했다. ‘이스라엘 민간-군대 연구 학회’의 레우벤 갈 회장과 같은 전문가들이 수행한 더 최근의 연구는 그 추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나타낸다. 종교적 시온주의자는 이제 사관생도 가운데 3분의 1에서 절반 사이를 차지한다. 갈은 “이것은 비중이 과도하다”며 “IDF는 유대교 방위군이 아니라 이스라엘 방위군이다. 거기에는 신자 병사도 속인 병사도 있다. 만약 그 가치가 율법학자 집단(유대교의 의식 지부)에서 나온다면 그것은 왜곡된 것이고 그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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