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영씨가 말을 타면서 포즈를 취한 장면이 있습니다. 여배우가 말을 탄다고 하면 모두들 ‘애마부인’을 떠올리지요?(웃음) 하지만 소영씨를 카메라에 담으면서는 색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말 위에서도 저렇게 고혹적인 자태를 연출할 수 있구나라고요.”지난달 28일 서울 하얏트호텔에서 펼쳐진 고소영의 화보집 ‘산토리니’ 출판기념회에서 사진작가 조세현씨는 ‘품격’에 대해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가 말하는 고품격의 사진들은 올 여름 그리스 아테네, 산토리니 섬, 제주도 등지에서 촬영한 것. 소문으로 나돌던 누드 영상은 아니었지만 고소영의 기존 이미지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 노출사진이 담겨 있어 관심을 끈다.

그간 꼭꼭 숨겨왔던 화보집의 베일을 벗기는 자리에 참석한 고소영은 “6월에 촬영했는데 좀 늦게 선보여지게 됐다. 그간 욕심도 많이 냈던 것 같다. 배우로서 개인적인 사진집을 가질 수 있는 것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당초 8월로 예정됐던 화보집 발매가 지금까지 늦춰진 것은 고소영의 프로근성과 열의 때문임이 사실이다. 그녀는 지난 6월 그리스에서 1차 촬영을 한 뒤 보강 촬영을 자청했다. 결국 제주도에서 3차 촬영까지 한 후 마무리 작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고소영의 볼륨감 있는 몸매와 함께 매력적인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화보집 ‘산토리니’의 컨셉은 ‘비너스의 탄생’. “고소영씨를 통해 비너스의 모습을 형상화하고 싶었다”는 것이 조세현 작가의 추가 설명이다.

화보집 촬영은 섭씨 40도를 웃도는 혹독한 더위 속에서 진행됐다. 현지인들조차 한낮에는 활동을 멈출 만큼 살인적인 기후였다는 게 스태프들의 전언. 또한 상업적인 목적의 촬영을 한번도 허가해 주지 않았던 파르테논 신전의 문턱을 넘어서는 것도 녹녹지는 않았다고 한다. 고소영의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담긴 사진은 우선, ‘신의 창조’, ‘새로운 신화’, ‘다시 태어난 여인’ 세가지 테마로 나눠 지난달 31일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이를 통해 그녀의 침실 사진이 포함된 ‘다시 태어난 여인’을 비롯해 화보집에는 수록되지 않은 사진 총 120장이 공개됐다.조세현 작가와 고소영이 특히 애착을 갖고 있는 화보집 ‘산토리니’는 오는 11월 11일 국내에서 첫선을 보인 후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도 발매된다.

한편, 조세현 작가는 “누드 열풍이 불고 있는 추세를 어떻게 보고 있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누드 열풍과 우리 책과는 관계가 없다”고 못박았다. 이어 그는 “누드 영상은 일시적인 현상으로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다. 유무선 통신의 발달로 인해 인터넷위주의 영상물이 인기를 얻으면서 누드사진들이 넘쳐나고 있는데, 그것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도 무방할 만큼 가볍다. 하지만 책자로 발간되는 화보집은 그 과정이 더욱 정교해야 한다. 좀더 고급스러운 작품이 생명력을 가질 수 있지 않겠나”라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누드집 열풍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조세현 작가의 말대로 “한 10년 쯤은 거슬러 올라간 책자 형식의 화보집”이 어떤 반응을 불러올지 관심이 모아진다.

준비 안된 기자회견 ‘썰렁한’ 반응에 민망

지난달 28일 오후 2시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 리젠시룸에서 진행된 <조세현 고소영 ‘산토리니’ 출판기념회>. 톱스타 고소영을 기다리는 취재진들로 장내는 가득 메워졌지만 정작 행사진행은 허무하기 그지없었다.좀처럼 사적인 자리를 만들지 않기로 유명한 고소영에게 당연히 소낙비 같은 질문이 쏟아졌어야 하는데 “화보집과 관련없는 질문은 받지 않겠습니다”라는 진행자 임성민 아나운서의 한 마디로 기자들의 입은 막혀버렸다.

끝끝내 국내에서 가장 인터뷰 안 하는 배우 고소영에게는 어떠한 질문도 던져지지 않았다. 뿐만 아니다. 이 행사는 사진 없는 화보집 출판기념회라는 해프닝을 낳기도 했다. 당초 고소영의 사진집 일부를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주최측이 사진이 담긴 CD를 준비하지 못한 관계로 화보 촬영장 주변을 스케치한 영상만이 선보여졌다. 그것도 음향이 들리지 않는 가운데 10여분간. 지루한 정적 끝에 이날의 행사는 막을 내렸다. 취재진들의 발길은 허무했다. 검정 드레스를 입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 고소영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은 것이 수확이라면 수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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