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수성가 아이콘에서 논란의 선봉까지

[일요서울|박시은 기자] 재계를 대표하던 자수성가의 주인공들이 논란의 주인공이 됐다. 우선 남대문 노점상에서 사업을 시작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원정도박, 억대 수임료 등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정운호 게이트’의 주인공이 됐다. 국내 피자 브랜드 창업 신화를 쓴 정우현 MPK그룹 회장은 폭력 사건의 주인공으로 지목되면서 논란이 됐다. OCI 신입사원으로 출발해 회사 최고경영자까지 오른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옥시사태가 가시화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에 [일요서울]은 자수성가로 대표되던 이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게 된 과정을 살펴봤다.

▲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 정우현 MPK그룹 회장, 신현우 전 옥시 대표

손댔다 하면 대박…지금은 오너리스크 타격
샐러리맨 신화에서 가습기 살균제 피의자로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는 네이처리퍼블릭에 앞서 ‘더페이스샵’으로 화장품업계에 이름을 날렸다. 그는 남대문 노점상에서 옷을 팔다 화장품 대리점 운영을 시작했고, 10여년 뒤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더페이스샵을 창업했다.

그는 창업 2년 만에 1500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성공을 거뒀다. 이후 더페이스샵 지분을 1000억 원대에 매각한 후 경영일선에서 빠졌다. 그러다 4년이 지난 2010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이사를 맡으며 업계에 복귀했다. 정 대표는 복귀 후 2800여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성공신화를 이어갔다.

하지만 원정도박, 로비의혹이 불거지면서 그는 각종 논란의 핵심 인물이 됐다.

정 대표는 지난해 10월 100억 원대 상습 원정도박으로 구속기소돼 현재 수감 중이다. 그리고 최근 여자 변호사 폭행 사건을 기점으로 고액 수임료, 법조 게이트 논란으로까지 확대됐다.

정 대표의 변호사 폭행 사건은 수임료를 두고 갈등을 겪다 벌어졌다. 그는 담당 변호사에게 실형 선고를 이유로 변호사가 석방 대가로 요구했던 50억 원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반면 변호사 측은 50억 원 중 30억 원은 이미 돌려줬고, 20억 원은 정 대표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건에 관련해 24명의 변호인단을 꾸리면서 쓴 착수금이므로 돌려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과정에서 정 대표의 법조계 인맥을 통한 구명로비 폭로가 나오면서 해당 사건은 ‘정운호 게이트’로 번졌다. 정 대표와 가깝게 지낸 수도권 법원 현직 부장판사와 그의 사건을 맡아온 검사장 출신 변호사 등의 법조인 실명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법조브로커로 유명한 이모씨가 이번 일에 연루돼 있는 사실이 드러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건이 대형 법조비리 논란으로 확대될 것이라 보고 있다.

정 대표를 둘러싼 논란으로 네이처리퍼블릭의 연내 상장은 힘든 분위기다. 또 이번 논란이 잘 수습된다고 해도, 정 대표가 경영 일선에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을 돼야 한다더니…무슨 일

토종피자의 신화를 쓴 정우현 MPK그룹 회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지난달 3일 건물 경비원 황모씨 얼굴을 두 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입건됐다. 그는 지난달 MPK그룹 소유의 식당이 있는 한 건물을 방문했다가 문이 잠긴 것을 발견하고 이 건물의 경비원을 폭행했다.

정 회장은 1974년 32살의 나이에 장인이 운영하던 섬유 도매업체에 들어가 15년간 회사를 이끌며 장사에 눈을 떴다. 이후 1990년 창업에 나섰고, 국내 최초로 외국 브랜드를 제치고 국내 피자 브랜드인 ‘미스터피자’를 피자시장 1위에 올렸다.

최근에는 미국과 중국, 베트남 등을 포함한 국내외 500여개 미스터피자 매장 운영에 나섰다.

하지만 경비원 폭행 ‘갑질 논란’은 그를 비롯해 미스터피자 브랜드까지 사면초가로 내몰았다. 이 사건이 알려지면서 가맹점주들과의 갈등도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전국 미스터피자 가맹점주들은 정 회장의 폭행사건 후 그가 평소 행했던 폭언 내용을 전하며 갑질 사례들을 잇따라 폭로했다. 또 정 회장이 가맹점으로부터 거둬들인 광고비로 자서전 ‘나는 꾼이다’를 구매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 같은 논란은 정 회장의 평소 언행과 상반된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을 줬다. 그는 평소 언론 인터뷰와 자서전 등에서 “성공하려면 을이 돼야한다”, “갑처럼 행동하면 그때부터 실패의 시작”이라고 말해왔다.

묵인·증거인멸 있었나

신현우 전 옥시 대표는 샐러리맨 신화의 주역이다. 현재 그는 자동차 용품업체 불스원과 신발 브랜드 슈마커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신 전 대표는 현재 불스원 부회장으로 있으며, 지분 44.34%(지난해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

신 전 대표의 출발은 OCI(동양화학공업) 신입사원이다. 샐러리맨이었던 그는 상무 등의 보직을 거쳐 1991년 OCI의 생활용품사업부인 옥시 대표에 올랐고, 2001년 OCI가 옥시를 영국계 다국적 기업 레킷벤키저엔브이에 매각한 뒤에도 2005년까지 대표를 역임했다.

그러다 2005년 OCI 부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옥시를 떠났다. 2010년 OCI를 퇴임하면서 불스원 지분을 인수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하지만 그는 옥시사태의 핵심인물로 지목되면서 논란의 주인공으로 탈바꿈됐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 사망사건의 원인으로 지목되는 제품이 제조될 당시 옥시의 최고경영자였다.

신 전 대표는 가습기 살균제의 원재료인 PHMG의 유해성과 함께 흡입독성 실험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묵살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인체에 무해하다”며 거짓으로 광고한 혐의도 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최근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 전 “살균제 위해성을 몰랐다.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사과의 말을 남긴 뒤 담당 변호사에게 “내 연기 어땠어요?”라고 말한 정황이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신 전 대표 측은 “내 얘기 어땠어요?”라고 말한 것이 와전됐다고 주장한다.

검찰은 신 전 대표의 신병을 확보하는 대로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 과정과 증거인멸, 보고서 조작 등의 의혹도 조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더불어 신 전 대표는 불스원 지분을 헐값에 사들였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신 전 대표가 43억 원에 매입한 불스원 지분 가격을 경영권 프리미엄이 포함된 가격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OCI 오너 일가로부터 값비싼 퇴임 선물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seun897@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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