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5월 말 방한을 두고 새누리당 친박계와 충청권 정치인들이 들썩거리고 있다. 총선 기간에 관심을 받지 못했던 반 사무총장이지만 1년 만의 방한으로 재차 ‘반기문 대망론’, ‘충청권 대망론’이 들끓고 있다. 무엇보다 새누리당은 총선 참패에다 잠재적 대권주자군 상당수가 리더십에 상처를 입으면서 반 총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에 맞서 반 총장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기 때문이다. 임기를 7개월 앞둔 반 총장으로서는 마지막일 수 있는 방한의 정치적 함의를 살펴봤다.

- 친박·충청권 “가뭄에 단비 만난 격” 들썩
- 2016년 12월 임기 종료 전 마지막 방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한민국을 찾는다. 2015년 5월 방문 이후 1년 만이다. 또한 4,13총선이 끝난 지 45일이고 유엔 사무총장 퇴임을 7개월 앞둔 방한이다. 반 총장은 5월25일부터 3일간 제주도에서 열리는 제주포럼과 30일부터 경주에서 개최되는 유엔 NGO컨퍼런스에 참석한다. 또 반 총장은 26일부터 이틀간 일본에서 개최되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 후 경주 일정까지 공백기간 동안 서울에 체류할 전망이다.

반 총장의 방한이 알려지자 가장 반기는 세력은 새누리당이다. 총선을 거치면서 유력한 대권 주자들이 하나둘씩 사그라들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인사가 소위 ‘옥새파문’을 일으켰던 김무성 전 대표와 정세균 의원에게 패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그리고 김부겸 의원에게 패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있다. 여기에다 박근혜 정권에서 총리로 기용하려다 중도 사퇴한 안대희 전 대법관까지 여의도 입성에 실패했다. 김태호 최고위원의 경우에는 아예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누리당의 경우 반 사무총장을 영입하려고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장 앞장서고 있는 세력은 당내 패권을 쥔 친박세력이다. 비박·친이계는 유승민, 남경필, 원희룡 등 ‘도토리 키재기 식’이지만 후보군이 존재한다. 하지만 친박은 ‘제로 베이스’에서 대권 그림을 그려야 할 정도로 인물이 부재하다.

‘반기문 대통령-친박 책임총리론’을 주장한 친박계 홍문종 의원의 경우 여전히 이 조합을 고집하고 있는 모습이다. 홍 의원은 지난 5월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특정한 사람을 지칭하는 건 아니지만 외부 인사를 모셔와서 그 분을 우리 당 대권후보로 옹립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당에 계시는 분들이 우리 당의 대권 후보를 외부에서 모셔와야 하지 않느냐고 말씀하신다. 저도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해석됐다.

潘 방한 소식 친박 들썩들썩, 영입 혈안

충청권 출신 친박 의원들 역시 반 총장의 방한을 맞이해 ‘충청권 대망론’ 띄우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반 총장의 고향은 충북 음성이다. 특히 ‘반기문 대망론’에 불을 지핀 서청원 전 대표는 8선에 성공했다. 그 실행 역할을 맡아 충청포럼 회장이 된 윤상현 의원은 ‘욕설 녹취록 파문’으로 탈당해 현재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충청포럼 전 회장으로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추진했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동생 성일종씨는 새누리당 공천을 받아 배지를 달았다. 사실상 ‘반기문 대망론’을 위한 밑그림이 착착 준비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때 충청권 맹주의 지위를 누렸던 김종필 전 총리(JP) 역시 반기문 대망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양상이다. 성일종 당선인(새누리당 서산·태안)과 4월 27일 만난 자리에서 JP는 “반기문 총장이 지난해 서신을 보내 임기를 마치면 귀향해서 찾아뵙겠다고 했는데 내가 ‘금의환향’하라고 답장해줬다”며 묘한 여운은 남겼다. 이뿐만 아니라 충청권 출신으로 중진급 정치인인 정우택, 홍문표 의원 역시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기문 띄우기’ 발언을 하면서 ‘충청도 대망론’을 설파하고 있다.

JP, “임기 마치고 금의환향 하소” 답변

하지만 반 총장의 이번 방한에서 정치적 해석을 낳을 수 있는 언행은 삼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아직 대권은 1년7개월이나 남았고 유엔사무총장직을 유지하고 있는 이상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 총장은 고향인 음성에도 방문을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친박계 인사나 청와대 관련 인사들과 공식적이건 비공식적이건 회동을 갖지 않을 전망이다.

하지만 반 총장의 신중한 처신에도 불구하고 방한이 가까워질수록 대망론은 더 커질 것이라는 게 여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권에 정통한 한 인사는 “반 총장이 유엔에서 활동하는 것은 국민들이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국내 행사 그것도 불참해도 되는 행사에 얼굴을 비추는 것 자체가 차기 대선을 염두에 둔 사전선거운동 성격을 띨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특히 반 총장의 방한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기문 테마주’가 급등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국민들은 반 총장이 행보가 출마를 염두에 둔 행보로 인식하고 있다는 반증이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반 총장이 1년 만에 방한한다는 소식과 함께 반기문 관련주가 일제히 상승했다. 대표적인 예가 코스닥시장에서 보성파워텍은 5월13일 10시 기준으로 전 거래일 대비 6.01%(550원) 오른 9700원에 거래됐다.

이 회사는 반 총장의 동생인 반기호씨가 임원으로 재직중인 회사라는 이유로 ‘반기문 테마주’로 분류됐다. 반 총장의 고향인 충북 음성에 기반을 둔 씨씨에스(0.89%)나 휘닉스소재(0.57%) 등 반기문 테마주에 속한 종목들은 일제히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 인사는 “김무성 전 대표의 테마주로 알려진 전방은 총선 이후 바닥을 치고 있고 문재인 테마주는 주춤거리다 오르고 있다. 반면 안철수 테마주는 총선 전에 하락하다 최근 다시 등락과 하락을 오락가락한다”며 “일반인이나 기업인들 사이에서 잠룡들의 지지도에 따라 주식 투자 흐름이 다른 것은 대권주자로 보느냐 아니냐가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반 총장의 의도와는 무관하게 일반 주식투자자와 기업 입장에서는 반 총장의 방한을 차기 대권 행보로 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여당의 분위기와는 달리 야권에서 바라보는 ‘반기문 대망론’은 싸늘하다. 참여정부 당시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최근 새누리당 당선자총회에서 “반기문 대망론과 함께 새누리당에서 소위 ‘이원집정부제’ 이야기가 나왔다”며 지난해 홍문종 의원 등이 거론했던 권력 분점형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다.

인위적 ‘潘 대통령 만들기’ 패배 구도

김 교수는 “정권 재창출을 위한 시나리오로써 국가 체제를 끄집어내는 것은 국민을 모욕하는 일이고 있어선 안 되는 얘기”라고 ‘반기문 대망론과 연계된 권력구조 개편’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는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 “본인이 원해서 출마해  국민이 뽑으면 될 수도 있다”고 긍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반 사무총장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대통령 하고 싶은 사람을 평가할 필요가 뭐 있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 총장의 대망론을 바라보는 야권과 여권의 시각이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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