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에게 병원은 눈먼 돈이 쏟아지는 ‘노다지 판’이었다”

[일요서울|장휘경 기자] 사무장 병원들의 범법행위가 잇따라 터지면서 병원들이 병들어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종합병원까지 사무장 병원으로 둔갑해 가세한 위법행위는 병원 전체의 이미지를 실추시켜 환자들의 불신을 증폭시키고 있다. 특히 지방 시민들은 사무장 병원들의 앞 다툰 불법행위와 비리가 끊이지 않아 병원들에 대한 신뢰가 무너져 지역 내 병원을 찾기가 겁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무장 병원’은 자격이 없는 비의료인이 타인의 명의를 빌려 개설하는 탈법적 형태의 의료기관을 말한다. 의료법에는 의료인이나 의료법인 등이 아니면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고 요양급여비도 청구할 수 없다.
 
때문에 시작부터 불법인 사무장 병원은 주로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의료급여를 빼돌리기로 작정하고 설립되는 경우가 많아 범죄 사례가 많을 수밖에 없다.
 
이에 얼마 전 비의료인이 개설한 의료기관, 즉 사무장 병원이 적법하게 개설된 요양기관인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요양급여비용의 지급을 청구하는 것은 의료법 위반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대한 사기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사무장 병원에 고용된 의사들이 지급 받은 요양급여비용의 액수가 5억 원 이상인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에관한법률(이하, 특경가법)에 따른 형사처벌을 받게 돼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및 의사자격정지처분이 가해진다.
 
또한 의료법은 제87조 1항 2호, 제33조 2항 등에서 의료기관 개설자의 자격을 의사, 한의사 등으로 한정함으로써 의료기관 개설자격이 없는 자가 의료기관을 개설하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가보조금 및 보험금을 노리는 사무장 병원이 늘어나면서 부수적인 문제점들 역시 함께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요양급여비 빼돌리다 ‘덜미’
 
지난 10일 김해서부경찰서는 속칭 ‘사무장병원’을 운영하며 직원 및 친인척을 가짜환자로 만들어 수억 원의 요양급여비를 빼돌린 권모(여ㆍ40)씨의 덜미를 잡았다. 
 
권 씨는 자신의 친인척 및 병원관계자를 가짜환자로 만들어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총 667회에 걸쳐 요양급여비 3억2000만원 상당을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4년 4월부터 1년간 김해시 소재 모병원을 인수해 사무장병원 형태로 개설 운영한 권 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에 84회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2억2000만원 상당을 교부받아 편취했다.
 
또한 친 인척 30여명, 병원관계자 20여명 등이 진료를 받은 사실이 없음에도 간호조무사 및 원무과 직원들에게 허위로 진료 및 간호기록부를 작성하게 하거나 직접 전산 조작하는 방법으로 583회 요양급여비를 청구해 1억원 상당을 타냈다.
 
경찰은 병원관계자로부터 입수한 진료기록부 및 모 재단 명의 계좌의 계좌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혐의를 입증했다. 
 
앞서 하루 전날인 지난 11일에는 ‘생활협동조합은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다’는 특례를 악용해 사무장 병원을 설립하고 170억여 원을 챙긴 일당이 적발됐다.
 
성남중원경찰서는 의료법 위반 및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최모(52)씨를 구속하고 박모(56·여)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중원서는 또 이들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한 혐의(의료법위반)로 의사 정모(57)씨 등 2명, 병원 개설 과정에서 브로커 일을 한 혐의(사기방조)로 김모(53)씨를 각각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 씨 등은 지난 2011년 12월 설립한 소비자생활협동조합 명의로 이듬해 3월부터 화성, 성남 등에 내과의원 2곳을 개설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요양급여금 172억 원을 받아 챙겼다.
 
최 씨는 앞서 2010년 2월부터 신장투석을 전문으로 하는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오던 중 생활협동조합은 공익상 예외적으로 병원 설립이 허용된다는 점을 악용, 병원 환자 300여 명을 조합원으로 끌어들여 범행했다.
 
의사 정 씨 등은 한 달에 1천만 원을 받으면서 불법 의료행위에 가담했고, 김 씨는 허위 서류를 꾸며 조합을 설립하는 데 도움을 제공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11년 12월 30일 자신들의 가족과 지인 등 308명을 조합원으로 허위 등재시켜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을 설립, 2012년 3월부터 최근까지 성남·화성 지역에서 사무장 병원을 운영했다.
 
의료생협의 경우 비영리 목적으로 운영돼야 하지만 최 씨 일당은 영리를 목적으로 병원을 운영해 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특히 경찰 조사에서 최 씨는 2007년부터 2013년 5월까지 서울과 용인 등지에서 사무장 병원 5곳을 운영하며 1038억 원을 부당 편취한 혐의로 기소돼 처벌받은 사실을 확인, 최 씨에게 특경법상 사기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경찰 관계자는 “최 씨 등 일당은 의료인이 아니더라도 의료기관을 설립할 수 있는 법령을 악용, 주민을 위한 건강증진사업과는 무관한 문어발식 병원만 확장해 이익금 배당 형태로 요양급여를 편취했다”며 “생협이 국가 재정 누수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점을 감안, 사익 추구 수단으로 이용될 여지가 충분해 지속적으로 단속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마약류 ‘졸피뎀’ 복용까지?
 
또한 지난 1월 18일 충북지방경찰청은 ‘사무장병원’을 차리고 요양급여비 등 100억 원대의 국가보조금을 부정수급한 H요양병원 등 2곳을 적발했다.
 
H병원 등은 허위로 입원 환자를 올리거나 부풀리는 수법으로 3년여 동안 보조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거동이 불편한 노인환자를 위해 요양보호사 등을 고용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급여비를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이 병원에서 마약류 수면유도제 ‘졸피뎀’을 의사의 처방전 없이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병원 직원들이 복용했다는 첩보를 입수해 이들을 검거했다.
 
졸피뎀은 한 번에 최대 28정까지만 처방하도록 규제하고 있지만, 이 병원에선 불법 처방과 오·남용이 반복적으로 이뤄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돈을 받고 면허를 대여한 의사와 약사는 물론 부정행위를 묵인한 의혹으로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구속했다.
 
경찰은 “건전한 의료질서 확립과 영리목적으로 의료기관을 개설할 때 생길 수 있는 국민 건강상의 위험 방지를 위해 최대한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hwikj@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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