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은밀하게 이뤄져 적발하기도 쉽지 않은 법조비리 실상

경찰 수사 단계에서는 고위 간부 출신 전문가 투입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전화 변론에 나서기도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정운호 사건을 통해 판·검사에 대한 법조 브로커들의 로비와 법원·검찰 출신의 전관변호사들의 활동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특히 과도한 수임료나 수사·재판 과정에 영향을 주려는 시도 등이 알려지면서 국가 법질서 유지의 핵심 축인 형사사법 제도의 신뢰를 심각하게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관 변호사들의 로비는 은밀하게 이뤄지는 경우가 많고 적발하기도 쉽지 않다. 개인 변호사보다 대형 로펌에서 더욱 체계적으로 이뤄진다는 평가다.
 
의뢰인들이 수사 단계에선 검찰 출신 변호사를 선임해 검찰의 칼날을 피하거나 무디게 만들려는 시도를 한다. 일정한 착수금을 받고 이후엔 수사 단계별로 성사 시 얼마라는 식의 계약을 할 때가 많다. 특정 사안에 무혐의 처분을 받게 한다거나 추가 범죄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최소화할 경우, 구속은 면하고 불구속 기소가 되도록 할 경우, 구형량을 줄이는 경우 등의 조건이 내걸린다. 이미 구속된 상태라면 보증금에 의한 석방을 추진할 때에도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검사장 출신 홍만표(56) 변호사의 경우도 정운호(52)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수사, 구형, 보석 단계에 영향력을 행사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예컨대 검찰의 2심 구형량(26개월)이 이례적으로 1(3)보다 낮아진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홍 변호사는 물론 이같은 관측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또 법원에 보석을 청구하면서 위 보석 청구는 사안에 부합하도록 적의 처리함이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라는 의견을 법원에 냈다. ‘보석을 허가해 달라는 강한 뉘앙스가 담긴 표현이라는 게 법원 출신 변호사들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검찰은 “1심 선고 이후 수사 협조 등 여러 요인을 감안해 구형량이 낮아진 것이며, 보석 청구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일단 기소(起訴)돼 재판(裁判)으로 넘어오면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주로 활동한다.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빠지거나 역할이 축소되는 사례가 많다. 해당 법관과 함께 근무했거나 공부하는 등 학연·지연으로 연결된 변호사를 의뢰인들은 주로 찾는다.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최유정(47·구속) 변호사의 경우 정운호 대표의 형사사건 담당 재판장에게 전화 변론을 시도하는 등 영향력 행사를 시도했지만 실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변호사들의 전관 로비 행태에 비해 훨씬 파급력이 큰 대형로펌들의 활동은 훨씬 체계적이다. 대형 로펌들은 수사에서 재판까지 소속 변호사와 전문가 인맥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활용한다. 전문가들은 주로 퇴임한 고위 공무원이나 퇴직한 공기업 임원들로 구성돼 있다.
 
검찰 수사 단계에선 내부 조율을 통해 검찰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형사팀이 맡는다. 수사 검사와 각종 지연과 학연, 개인적 친분을 가진 변호사들이 팀에 합류한다. 수사 검사와 같이 근무한 경력이 있는 변호사는 가장 안성맞춤이다. 변호사들은 사실상의 플리바게닝(유죄 협상제)’을 통해 의뢰인의 구속을 막거나 구형량을 줄이기 위해 총력전을 펼친다.
 
고위 검찰 출신 변호사들은 부장검사나 차장검사 등을 상대로 전화 변론에 나서기도 한다. 특히 사건을 배당하는 차장검사와 친분이 깊은 변호사를 활용해 특정 검사가 수사를 맡을 수 없는지 타진하기도 한다. 검찰 단계의 경우 따로 선임계를 제출하지도 않고 변호활동을 하기 때문에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 큰 문제라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지적했다.
 
재판 과정에는 법원 출신 변호사들이 중용된다. 이들은 재판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형량을 낮게 받아내는 물론 재판 절차상의 편의를 확보하는 데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재판 중 보석과 구속집행정지를 얻어내는 것도 주요 업무다. 대형 로펌들은 1·2·3심 등 각 심급에 따른 맞춤형 변호사들을 투입하기도 한다. 특히 상고심 단계에서는 대법관 등 고위법관 출신 변호사들을 새롭게 변호인 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일이 다반사다.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전방위 로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관계자들은 어제 네이처리퍼블릭과 정 대표의 법률고문으로 활동한 서울 서초구 H변호사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전관로비는 법원과 검찰만을 대상으로 하지 않는다. 경찰의 수사 단계에서는 고위 경찰간부 출신 전문가가 투입된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조사에서는 각 기관의 고위직에서 퇴임한 전문가들이 활약한다. 대형 로펌이 꾸준히 유관기관 전문가들을 영입하는 이유다.
 
전관들의 활동은 형사사건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각종 행정사건과 민사사건에서도 소속 변호사나 전문가의 인맥은 최대한 활용된다. 심지어 행정심판 단계에서도 소속 변호사와 전문가 인맥이 총동원된다. 전관 로비의 큰 문제점은 적발이 어렵다는 점이다. 워낙 은밀하게 시도되다 보니 실제로 있었는지, 있었다면 어떤 식으로 이뤄졌는지 밝혀내기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법조계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또 대부분 적법과 위법의 모호한 경계에 걸쳐 있기 일쑤다. 적발된다 해도 변호사의 법정 외 변호능력 덕분인지 전관 로비의 효과인지 구분하기가 애매한 것이다. 서울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이 고액의 수임료도 마다하지 않고 전관을 찾는 이유는 나름의 효과도 탁월하면서 뒤탈도 적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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