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남자 어디 없수?”“문수씨 아이 러브 유~” 영어 완전 정복을 동시에 외치는 영주(이나영). 바람둥이 문수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깜찍한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다.친절·에티켓·적극구애 ‘사랑만들기’ 수칙·그녀 마음 훔치려면 이정도는 해야~‘바람둥이’, ‘카사노바’, ‘선수’. 영화 속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다. 최근 관객의 호응을 얻고 있는 몇몇 작품에서도 ‘작업(구애)’성공률 100%를 자랑하는 이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영어 강사에게 배운 단어 ‘고~저스(Gorgeous)’를 외치며 미녀들에게 접근하는 박문수(장혁, ‘영어완정정복’), 19세기에서 똑 떨어진 신사 레오폴드(휴잭맨, ‘케이트 앤 레오폴드’), “쉬운 상대는 내 명성에 걸맞지 않는다”며 정절녀를 선택한 천하의 파락호 조원(배용준, ‘스캔들’) 등이 그들이다. 비록 실전에는 약하지만 “섹스는 곳 수학”이라며 “침대를 더하고 옷을 빼고” 등의 괴변을 늘어놓는 자칭 연애학의 대부 킹카(윤다훈, ‘은장도’)도 아슬아슬하게 이들 대열에 들어섰다.

‘무조건 친절’형 <영어완전정복> 장혁

“I love you long~”(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롱~)영화 <영어완전정복>에서 바람둥이 박문수 역의 장혁이 외치는 콩글리시 영어다. ‘쭉쭉빵빵’ 미녀만 보면 국적을 가리지 않고 되지도 않는 발음으로 ‘뷰티플’, ‘큐티’ 등을 남발하는 이 남자. 그가 영어 학원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은 색다른 작업 멘트 ‘고저스’를 배운 것. 친절모드 돌입이 ‘작업’의 첫 번째 수칙인 문수는 온갖 감언이설로 여성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문수의 인연은 따로 있었으니. 그가 항상 ‘노멀(normal)하다’며 핀잔을 주는 나영주(이나영)다. 사실, 영주의 큐피트 화살이 문수에게 박혀버린 이유는 문수의 몸에 벤 ‘바람둥이’ 기질이 원인. 급히 엘리베이터를 타다 운동화 한 짝을 잃어버린 영주에게 다가가 직접 신발을 신겨주는 자상함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영주에 대한 문수의 감정은 ‘노멀’에서 ‘스페셜(special)’로 바뀌게 되고, 결국 문수는 영주가 신고 싶어했던 빨간색 구두를 신겨주기 위해 깜찍한 해프닝까지 벌이며 그녀와의 사랑에 성공.

‘외모, 에티켓, 마음까지 완벽’형 <케이트 앤 레오폴드> 휴잭맨

“정말 이런 남자가 있기나 할까요? 완벽 그 자체~”, “이런 사람과 꼭 한번 사랑해보고 싶네요.”, “남자는 속으로 질투를 할테고, 여자는 남자친구가 눈에 들어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케이트 앤 레오폴드>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쏟아진 영화팬들의 반응이다. 과연 어떤 매력남이 등장하기에 이 정도일까 궁금해질 것이다. 기사도 정신이 충만한 19세기의 로맨티스트 레오폴드는 여자를 에스코트하는 건 당연한 일이며 꽃을 선물할 때는 항상 꽃말까지 꼼꼼히 신경써야 하고, 연인의 기분이 우울할 때는 ‘나를 믿어요’라는 편지로 마음을 달래주는 남자다.

거기에 잘생기고 똑똑하고 성심을 다하는 에티켓까지…. 이쯤되면 영화팬들의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지 않을까?하지만 레오폴드의 작업 노하우 중 가장 중요한 점은 ‘진심’이다. 사랑을 전할 때는 절대 가벼워서는 안되며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것. 영화 <엑스 맨>의 ‘울버린’ 역할로 강렬한 이미지를 갖고 있었던 휴잭맨을 한순간에 로맨티스트로 뒤바꾼 레오폴드는 시간의 틈이 벌어진 사이 21세기 뉴욕으로 건너온 19세기의 귀족. 감정이 메마른 21세기의 뉴요커 케이트(맥라이언)가 마음을 열 정도라면 120살이나 많은 19세기의 남자일지라도 “어디 레오폴드 같은 남자 없나?”를 외치는 것이 무리는 아닐 듯하다.

‘지피지기 백전백승’형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 배용준

레오폴드가 기사도를 발휘하는 공작이라면 우리나라에는 냉정과 열정을 동시에 품고 있는 조원이라는 선비가 있다.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의 배용준이다. 꽃미남의 원조 배용준이 연기해서인지 ‘바람둥이’ 조원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다. 우선 그가 가진 천부적인 재능이라면 여인의 속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은 듯 줄줄 꿰고 있다는 것. “열 여섯이면 다정한 말 몇 마디면 자리 펴고 누울 때 아니오”라는 조원의 대사가 이를 증명한다. 속내를 읽고 난 조원의 다음 작전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 만들기다. 하지만 그의 말대로 ‘쉬운 상대가 아닌’ 정절녀 숙부인(전도연)은 조원에게 눈길한번 주려 하지 않는다. 그 다음 단계는 편지로 관심 끌기. 이렇게 한 발씩 디뎌 나가는 것이 조원의 노하우다. ‘서둘렀다가는 일을 그르치기 십상’이라는 것이 신조. 편지 작전까지 안 통하면 무작정 쳐 들어가 떼쓰기. 마지막 방법인 셈이다. 이런 눈물겨운 노력에 숙부인은 마음의 문을 활짝 열게 된다.

한편, 영화 <은장도>의 킹카 윤다훈은 이들 중 가장 코믹한 캐릭터의 바람둥이다. 성 연구 클럽 ‘아담과 이브’의 수장인 킹카는 “일단 손안에 들어온 상대는 열손가락으로 피아노 치듯 녹여버려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접근하는 가련(송선미)에게는 몸을 사리고 마는 킹카. 이유는 바로 ‘고개 숙인 남자’였기 때문이다. 연애에 대한 생각은 누구보다 앞서가지만 몸이 따라오지 않았던 ‘불운’의 카사노바였던 것이다. 이처럼 스크린에 등장하는 ‘선수’들의 모습은 각양 각색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한가지 있으니… ‘카사노바에게 진정한 사랑은 없다’는 불문율을 끝까지 지켜내지 못한다는 점. 자~ 그럼, 진정한 사랑을 할 줄 알기에 미워할 수 없는 이 ‘선수’들에게 ‘작업’ 노하우를 한 수 배워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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